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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선
이정규 지음 / 밝은세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감히 나는 이 책을 정의하고 싶다.
삼각관계도 아니고, 대원군이 사이에 끼어들어 사각관계 이상으로 엮인 사랑이야기...
진채선이라는 여성명창(모든 직업 앞에 여성을 구별하는 호칭을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싫다)을
두고 세 남자가 모두 사랑에 빠져버리는...나로서는 그저 부러운 여인이다^^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남녀차별이 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명창이 남성들이라 너무나 놀라운 노래솜씨를 가지고 있어도
처음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돌려보내는 것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수난시대이다.
궁에 엄연히 혼인을 통해서 맺어진 아내가 있으면서도
진채선의 미모와 노랫소리에 흠뻑 빠져
당당히 외도를 즐기는 대원군이 모습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일부다처제는 정말 반대하고 싶다. 이건 내가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진채선을 사랑한다고 밝힌 사람은 권력을 앞세운 대원군 외에는 없고
그저 마음 속으로만 속앓이를 하는 두 남자의 스토리는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필자의 우리 노래가락에 대한 지식이 상당함을 책을 읽는 동안 느꼈다.
중간중간 소개된 판소리 가사들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된 노래 가사는 마치 내앞에서 진채선이 소리를 하는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글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 책을 읽을때면 언제나 느끼지만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연애와 결혼은 이상과 현실만큼이나 그 간극이 크다고 하던가?
나는 왠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조건없이 묵묵히 진채선의 곁을 지키고
끝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광현...사랑하는 마음을 끝내 표현하지 못했지만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예전에 그녀가 다리 아플까봐 그녀를 업고 산을 넘었던 그 기억,
그녀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며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각박해져가고 메말라가는 내 정서에 그리고 내 눈가를 촉촉히, 코끝을 찡하게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는 오로지 스승님 뿐...
스승님을 연모하여 대원군을 피해 도망나와 스승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킨 진채선...
세속의 눈으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제지간의 사랑...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 다음 생에서는 꼭 이루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