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이 제주도가 고향이셔서일까? 이런 저런 예전 사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말씀으로만 듣던 이야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듯 했다. 이 책 속의 그림들은 수묵담채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색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상황의 변화랄지 필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내용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제주 방언들의 어미가 재미있다. (가끔 시부모님께서 흥분하시면 나는 어른들의 제주 방언을 듣게 된다...ㅋㅋ) 증조부모까지 함께 사는 4대 간의 이야기~ 핵가족화된 요즘에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예의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실 지혜로운 분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주인공이 새삼 부러웠다. 우리의 아이들은 거의 하나 또는 둘에 부모님 정도만 같이 살아서 고집도 세고 독불장군처럼 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자연을 벗삼아 때로는 자애롭고 때로는 엄격한 어른들과 함께 지내는데 이 때 겪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나 역시 시부모님 근처에 살게 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쌍둥이 우리 아이들을 부모인 나보다 더 끔찍히 사랑해 주시는 모습에 늘 감사하게 된다. 주인공이 애착을 가졌던 동물들과의 원치 않는 이별... 우리 형제들이 어린 시절에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들고 와서 중닭까지 키우다가 시골로 보내진 시절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평화롭고 즐거운 시절의 이야기들이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며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쳐야 하고 하루하루가 불안한 시절... 과제를 성실히 해서 선생님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들떠 보여주고 싶은 어린 마음이~ 살해되신 교장선생님과 학교에 나오지 못한 선생님들로 인해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어른이 되어 고향을 다시 찾게 된다면 만감이 교차하리라 생각이 든다. 전쟁을 겪지 않은 행복한 세대인 나는 이렇다할 고향이 없는 서울 출신이지만~ 가끔은 고향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의 추억...그들의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