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따위 엉덩이를 걷어차 버려! - 내 인생은 어쨌거나 마이웨이니까
안드레아 오언 지음, 임가영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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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서가 흔히 보여주는, 어떻게 살아라, 는 말, 마치 그렇게 살아야만 정답인 듯한 그런 표현들만 있을 것이라고 무작정 생각해 버리면 약간 오산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그 보다 완전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만의 세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면의 힘을 키우고자 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말하고 있는 편이다.


이 책에서 아주 자주 나오면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마음에 남는 말 가운데에서도 바로 그 표현,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라는 말이다. 그 뜻은 바로, 외부의 영향이나 조건을 뭐라고 따지는 것 보다는 자신의 세계와 본인을 돌보며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도 본인이 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에서 보여주는 뜻도 운명 따위를 이유로 들면서 잘못 살아온 이유나 행복하지 못한 이유 같은 것에 대입시키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과는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마음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 하나에 인생을 잘 살 수 있고 나름대로 잘 살아 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개인이 될 것이냐는 저자는 그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는, 성공에 대한 열망, 그 기대를 저버렸다고 생각되었을 때의 좌절감, 하루를 어떻게 보내어야 할 지, 인생을 잘 살아내어야 한다는 강박감 등을, "운명따위 엉덩이를 걷어차 버려"에 쓰고 있다.



원제목은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는 삶을 살기위한 52가지 방법, 52 Way to live A kick-Ass Life , 라고 나와 있듯이 52가지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파트 1. 눈치없이 산다, 거침없이 간다." My Way

"파트 2. 나를 사랑한 순간부터 인생은" High Way

"파트 3. 답답한 나에서 자유로운 나로" Go Way



이런 목차 구성으로만 보아도 현재의 지질하다 생각되는 나에게서 달라진 나에게로 향하여 가는 모습을 작가의 경험을 녹여 발전되어 가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려 한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든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맞는 우선 순위를 정하라, 그렇게 살기 위해 재미있는 것도 찾고, 억울해 하지만 말며,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 보자, 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차피 내 인생길은 내가 선택하고 혼자 가는 길 아닌가, 하면서.



힘이 들어서 누군가의 격려와 응원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이 책이 참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힘 내, 고고, 만을 외치기 보다는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간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 또한 자신의 삶에서 믿었던 남편에게서 버림을 받았던 경험자이다. 한동안 어두운 터널 속에 놓여 있다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까지 큰 용기도 필요했었다. 무엇이 내 앞을 가로막는지, 막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저자는 하나 씩 짚어 되돌아 보라고 권한다. 커다랗게 가로 막고 있던 무언가를 결코 나를 붙잡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 결단, 용기는 자신만이 내려야 한다는 점, 그래서 저자는 52가지 방식으로 인생 팁을 전하려 한다. 자기 개발서를 읽어야 할 만한 가치가 이런 이유에서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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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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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사회는 정녕 부자연 스럽고 진짜 같지가 않은 것인지 사회는 그 반대 편 결과쪽으로 지향한다. 조금씩 변화되어 온 사회는 어느 덧 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은 커진 듯 보이나 그 이면에는, 아주 작은 실마리든 조금 크게 보이는 결과이든 결국에는 남성들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부분들은 여성 본인들의 눈에서조차도 잘 뜨이지 않게, 알듯 모를 듯 숨겨져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대중 문화 탐구가이자 비평가인 저자의 눈에는 아주 커다랗게 들어 온 것 같다. 크지 않은 책에 빼곡하게 들어찬 저자의 TV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주로 여성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서 여성인 독자로서는 흥미가 더욱 돋기울 수 밖에.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관찰력까지 더하고 있어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드라마 속 장면들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려 보게도 한다. 주로 드라마를 평하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까지 넓혀서 시선을 옮겨가는 맛도 있으니 미디어 비평이라고 하는게 옳을 것 같다.




"당신이 좋아했던 여자들은 아직 TV 에 나오나요?"

생각지도 못해봤다. 연예인들의 생명이 길지 않은 것이야 성별을 따지지 않고 반짝성에 가깝다고 생각만 해 왔을 뿐이다. 게다가 미디어나 특히 TV 속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크게 관심두지 않는 시청자라면 이런 생각도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만 드라마에 푹 빠져 살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지나간 시절들 속의 드라마 주인공들, 특히 여성들의 존재감이야 새로 출현하는 사람들이 교체되어 왔을 뿐 그 시절 속 그들의 삶은 생각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할 지도. 그렇게 흘러온 시간들 속에 달라진 여성들의 역할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있을까, 저자는 각 드라마나 프로그램들의 끝에 독자에게 다양한 질문들도 던진다.




하이킥 시리즈 속에 담겨있던 여성들의 화장대, 책상이 없던 그들이라, 화면에서 책상이 아예 안 보인다 한다. 책상 대용으로 사용되어진 화장대라든가, 서장훈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의 가장 첫질문 중 하나가, 여자일 경우에 "예뻐?", 라든가, 그토록 재미나다 생각했었고 기발하기까지 하다고 여겨왔던 삼시세끼 프로그램의 피디 나영석씨의 남자 출연진들 선호 현상이라든가, 재미나다, 라고만 생각하며 그 이면까지는 들추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즐기기만 했었던 프로그램들도 이런 면에서 다시 한 번 더 새롭게 보이게 한다.




여성 혐오, 약한 모습들, 피해자의 역할만을 보여주는 것들에 비하여 아주 조금씩 이라도 내용은 바뀌어 가고 있는 참이다. 남성들에 의지하고 시집 잘 가기만을 애쓰는 것 같은 삶의 방식들을 벗어나서 남편의 힘이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길, 그렇게 우뚝서길 바라는 여성들의 노력또한 더욱 눈물겹게 재미나다. 여성 시청자여서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게 모르게 이런 현상들에 새롭게 느껴지는 동질감이나 교감이 더욱 닿아온다. 특히 홀로 일어서는 여성들의 드라마를 보면 여성 면에 국한해서가 아닌 인간적인 승리감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드라마나 예능으로서 보여주는 역할만이 아닌 달라지는 사회상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도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블랙 독>에서의 라미란과 서현진의 관계, 새로 시작하는 국어교사의 분투를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끌어주는 부장 교사, <동백꽃 필 무렵> 한 아이를 홀로 키우며 카멜리아라는 술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동백이 그는 경찰관인 용식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의지하지 않는 모습, 팔자 타령만 운운해 하지 않는 모습, <빈센조> 비록 악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긴 하나 빈센조와 대결하는 최명희 변호사, 작게는 작은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지만 크게는 목표와 야망까지 아우르는 여성들의 모습은 크고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여성이 하나 있다. <미스터 선샤인> 속의 애기씨는 또 어땠었나. 총까지 들고 분연히 일어섰고 검은 정장을 입고 얼굴까지 가린 채 일본 측 인사들을 살해하는 멋진 여성이 있었다. 이렇듯 저자는 여성들만의 우정과 의리, 스스로 발전해 가는 모습들을 더욱 드러내 주어 그 드라마 속에서의 여성의 모습을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 주게 하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영향력은 예사롭지가 않다.



<SKY 캐슬> 이라는 드라마가 한 때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거기에도 엄마들, 여자들이 있었고 최상류층의 가정을 들여다 보면서 여성들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지어졌던지를, 이에 반해 남성들의 아버지들의 깨달음은 어땠었는지도 잘 보여준다. 자매들간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과도 같았던 <스타트 업>, <달리는 사이>에서는 인생은 달리기에 비유하여 걸그룹들의 성장하는 모습에서 삶의 방향도 제시해 준다. 그저 드라마를 비평하기만 하는 책은 아닌, 여성들의 역할에서 우리의 삶을 대비시키고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재미까지 더한 책이기도 하다. 문장력 또한 책 깨나 읽었다 하는 독자들에게도, 그들이 함부러 평가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비평 내용을 담은 책을 이토록 야금야금 읽어가며 맛을 보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성 독자들이라면,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는 독자라면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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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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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면서 비로소, 카라바조의 빛과 어둠으로 대비를 둔 그의 그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모네의 색채를 행복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림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그림 그리는 양식과 작가의 삶을 연결지어서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 이야기가 의례히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만, 화가의 정신 상태를 분석해 가면서 왜 그 그림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은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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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카라바조의 화풍이라 생각했었던, 그러면서 폭력적이고 도망자 였었다는 것 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카라바조의 그 어둡고 공포스러운 그림들이 왜 그려졌던지를, 정신 분석적으로, 심리적인 상태를 파악하면서 들여다 보는 맛은 그림을 보는 느낌을 다르게 해 주었다. 타인을 죽이고 도망치던 그 불안감이 자신의 목을 긋는 듯한 교수형의 환각 속에서 그토록 목을 베는 그림들, 성 베드로, 성 요한, 성 바울과 같은 성인의 순교나 참수 그림들이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물인 양 여겨진다. 화가들도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겪어온 수많은 영향들로 인해 그림의 분위기나 주제가 자연스레 정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정신적인 보호와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진단과 치료에 효과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이 18, 19세기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의 정신 건강을 해석하게 하는 데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그들의 화풍과 그림그리는 방식은 어떤 정신적인 활동과 상태와 연결되고 있는지, 심리학 전문가인 저자가 풀어가는 그림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앞서, 모네의 그림을 행복과 연관지어 언급했었지만, 그의 그림이 은은한 평화로움을 안겨주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내게 평화로움을 안겨줬던 그 궁극적인 이유로는 바로 색채, 색감이었다. 색과 심리 상태를 이어주는 이유가 바로 행복감으로 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그림 속에 감춰진 비밀을 벗겨내고 새로운 해석을 해 가는 것 처럼 그림을 보는 시선까지도 달리 해 준 것 같다.



"예민함이 만들어 내는 창의성" 이 부분도 아주 관심있게 읽었다. 화가가 가졌던 내향적 성향이 어떤 그림으로 남겨졌는지도 궁금하지만 이런 그림을 좋아하고 빠지게 되는 이유로 설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날씨도 영향을 미친 요소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도 인지하는 바일 것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오래 노출되는 혹은 밝은 빛을 오래 쐬지 못하는 환경 조건 아래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은 영향을 입는지,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기만 하다. 그토록 일상과 방, 실내를 좋아하는 이유도 왜 인지 드러나기도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4부, 현대인의 불안과, 5부, 인간의 무의식과 기억이 전하는 내용으로 까지 구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같은 그림에서는 도무지 어떻게 보아야 하고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지 간파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었는데 애매하고 희미했었던 그들의 정신세계와 연결지어 다시 그림을 접하고 보니 내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 준 것 같다. 그림 좋아하는 독자가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아주 좋았던 분석이었고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림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아주 강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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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 서정윤의 어떤 위안 ㅣ 마음시 시인선 2
서정윤 지음 / 마음시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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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하던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 님의 시집이다. 어떤 위로도 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시인은 위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독자에게 손을 내민다. "모든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라는 이름으로.



이 시집의 이름은 <사랑의 꽃> 이라는 시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에서 따 왔다. 시집의 구성은 네 파트로 나누어서, "하루 만의 기도/영혼의 기도/사랑의 바다/삶의 지푸라기" 라는 부제목을 달고 각각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뜨거운 여름에, 그것도 유래없이 올라가는 기온 아래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지쳐 가고 있을 시기일지라도, 힘든 때 일수록, 위로는 필요한 법, 시인이 내미는 손을 잡고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것도 좋은 듯 하다.



"내 그리움이 노을보다 붉다." 글자 속에서 색색깔의 파스텔톤 붉음이 묻어 나오는 것 같고, "태어나 줘서 고맙다." 같은 구절은,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어줘서, 와 같은 따스한 위로를 느낀다. 지쳐 나가 떨어졌더라도 다시 삶을 일으키게 하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회복케 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시인이 사랑하고 있던 삶이란 바로 일상 속에서 힘들고 지쳐있더라도, 잘 해 봐, 노력해 봐, 이런 진부한 구절이 아닌, 삶을 꾸역꾸역이라도, 그리고 사랑이라는 품에 안아 올려 보려는 애씀이 엿보인다. 이런 데에서 독자는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에너지랄까, 시인에게 전달받는 힘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누군가가 그래도 내 등을 살며시 토닥여 줬으면, 하는 느낌의 구절이 바로 이런 것에서 드러난다. "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겨진 통장이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에 달빛의 웃음소리가 등을 두드린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느낌인가. 결코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인생에서 힘들다, 힘들다, 하지 않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처럼 어딘가에서 짠, 하고 나타날 수 있는 현실적인,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은 바람, 아버지의 숨겨진 통장, 이런 생각 한 두 번쯤은 여늬 독자들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 등뒤에서 달빛만이 지켜 보며 나에게 뭐라 눈을 흘깃 것 같은 분위기가 사뭇 낯설진 않더라.



또 한 가지 닿아 온 느낌은, 종교적인 듯 종교적이지 않은 단어들의 쓰임새가 서로 어우러 지고 있음에 때로는 기독교적 느낌으로, 때로는 불교도 적인 느낌으로 모든 종교를 아우르고 있는 단어들이 정겹기도 했다. "그 분의 심판" 이라는 것에서 기독교를 느꼈다면 "환생, 윤회, 날개에 묻은 인연의 편지, 이번 생" 과 같은 단어나 구절들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해결책이나 해소해 줄 만한 뭔가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워 하는 느낌이 바로 전달되어 와서, 또한 불교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이 늘 그러하듯 좀 더 삶에 녹아 있는 듯한 편안함 이랄까, 그런 것에 더 위로가 되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이 주로 우스개처럼 해 오던 말 중, "이번 생은 망했다." 와 같은 것이 슬프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리는 말과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구절들은 시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독자마다 마음에 닿아오는 양은 다를 것이겠지만, "네게로 가는 다음 열차도 떠났다." 에서는 헤어진 후 뒷 모습을 보이며 또각또각 걸어가는 연인의 뒤에서 하염없이 속절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의 슬픔이 진하게 닿아왔다. "세상에 넘어지지 않는 삶이 있을까", "살아남은 것은 슬픈 다행이다." 와 같은 구절들은 마음 속에 콕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펄펄 끓는 여름인지라 청량하고 쾌적한 가을의 느낌은 저만치에서 올 생각도 없을 것만 같지만 언젠가는 오고야 말 기분 좋은 가을 같은, 마음 속에 품고 지내왔던 희망과 토닥임이 가슴 속 밑바닥에 자리 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구절들이 많다. 시인에게서 힘을 얻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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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휴식 - 32인의 창의성 대가에게 배우는 10가지 워라밸의 지혜
존 피치.맥스 프렌젤 지음, 마리야 스즈키 그림,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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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상 속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려 할 첫머리에 항상,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time-off, 를 외치던 사람이 있었다.

대화를 해 가다 보면 의견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겨나는 그 시작점에서 과열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첫 꼭지부터 잘라버리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영향은 바로 몇 초, 몇 분 뒤 벌어지게 될 수도 있었던 심한 논쟁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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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바쁘다. 어디를 향하여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달리고 달릴 뿐이다. 이럴 때에 휴식이나 휴가를 생각해 보게도 되지만 적절한 시간의 틈을 쉽게 지나쳐 버린다. 이 책은 바로 논쟁의 시작점에서 time-off 소리치며 강제 종료의 지점을 마련하던 그 순간처럼, 달려가던 현대인에게 잠시 멈춤의 순간을 왜 가져야 하는지, 어디에서 유래해 왔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던지, 그 결과물로 생겨난 창의적인 발견과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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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쉬운 멈춤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잠시 짧게 하는 산책 같은 것이 있다. 대 음악가들이 작업실에서만 틀어박혀 작곡에 열중하기만 했었다면, 수학 과제를 풀기 위하여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 과제에만 열중했더라면, 과학자, 작가, 그 유명했던 사람들의 놀라운 업적들이 그대로 태어나진 못했을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잠시 멈춤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가져왔던 그 결과물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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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다. 시간을 다루는 개념도, 잘 멈추어야 할 시점을 설명하는 이유도, 이렇게까지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이유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 카이로스와 크노소스의 시간, 일반적인 시계에서 비롯된 시간 관념에서 추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 개념이 바로 휴식처럼, 잠시 멈춤의 순간을 느낄 수 있다 하니 벽시계의 시간만으로 생활하기를 조금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도 생겨났다. 게다가 제대로 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왜 쉬어야 하고 어떻게 쉬어야 할 지, 여태까지 생각해 보지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휴식의 개념을 생각하게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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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휴식의 개념 같은, 그것이 뒤바뀌어 일이 우선시 되어 버린 현대에서 어떤 것이 다시 주인으로 자리 잡아야 할 지의 정당한 설명도 매우 와 닿았다. 일을 우선으로 여겨왔던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휴식하는 것으로 다시 새롭게 바꾸어야 할 이유도 분명 있었다. 휴식이 우선인 생활, 그렇게 된다 하여 결코 나쁘지 않음을, 그것이 제대로 된 시간 배분인 것을 이 책은 소리없이 조용하게 외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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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도 참 적합하게 번역한 것 같다. <이토록 멋진 휴식>, 말 그대로 잠시 멈춤으로 인해 생겨난 놀라운 결과들을 볼 때에 전력 질주만 하지 않고, off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해 준다.

그 결과물들을 보여주는 32인의 각 분야 명사들, 그들의 생각을 사이사이에 넣어서 어떤 효과를 보여주는지도 잘 설명해 두고 있어서, 나도 한 번 해 볼까, 란 생각을 하는 것 보다는, 이들도 이렇게 하여 소중한 업적을 남겨 왔던 것을 보면 평범한 내가 그렇게 까지 달릴 필요도, 이유도 찾지 못할 것 같다. 소중한 여가 시간을 생각해 본다는 의미는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국한되는 것 같지도 않다는데에서 의미가 있다. 은퇴 후 시간 활용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런, 일의 중간중간에 타임-오프 하던 생각도, 자세도, 방법도 모르고 지내며 살아 온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남아돌게 되는 시간 속에서 방황만으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는 노년을 이제부터라도 수정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되어 줄 것 같다. 그 요소들이 바로, <쉼, 잠, 운동, 고독, 성찰, 놀이, 여행, 테크놀리지> 와 같은 것 들이다. 지식 전문가들이 앞으로 인공 지능과 함께 일 해야 할 것 같은 현저히 변화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 갈 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일의 미래> 같은 것은 비단, 타임 오프 만의 명제에 국한 해서만 아니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방향을 설정해 가는 것 같다고도 느끼게 했다. "일의 윤리" 만에서 선회하여 "휴식" 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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