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 서정윤의 어떤 위안
서정윤 지음 / 마음시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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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졌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하던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 님의 시집이다. 어떤 위로도 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시인은 위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독자에게 손을 내민다. "모든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라는 이름으로.



이 시집의 이름은 <사랑의 꽃> 이라는 시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에서 따 왔다. 시집의 구성은 네 파트로 나누어서, "하루 만의 기도/영혼의 기도/사랑의 바다/삶의 지푸라기" 라는 부제목을 달고 각각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뜨거운 여름에, 그것도 유래없이 올라가는 기온 아래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지쳐 가고 있을 시기일지라도, 힘든 때 일수록, 위로는 필요한 법, 시인이 내미는 손을 잡고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것도 좋은 듯 하다.



"내 그리움이 노을보다 붉다." 글자 속에서 색색깔의 파스텔톤 붉음이 묻어 나오는 것 같고, "태어나 줘서 고맙다." 같은 구절은,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어줘서, 와 같은 따스한 위로를 느낀다. 지쳐 나가 떨어졌더라도 다시 삶을 일으키게 하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회복케 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시인이 사랑하고 있던 삶이란 바로 일상 속에서 힘들고 지쳐있더라도, 잘 해 봐, 노력해 봐, 이런 진부한 구절이 아닌, 삶을 꾸역꾸역이라도, 그리고 사랑이라는 품에 안아 올려 보려는 애씀이 엿보인다. 이런 데에서 독자는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에너지랄까, 시인에게 전달받는 힘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누군가가 그래도 내 등을 살며시 토닥여 줬으면, 하는 느낌의 구절이 바로 이런 것에서 드러난다. "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겨진 통장이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에 달빛의 웃음소리가 등을 두드린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느낌인가. 결코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인생에서 힘들다, 힘들다, 하지 않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처럼 어딘가에서 짠, 하고 나타날 수 있는 현실적인,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은 바람, 아버지의 숨겨진 통장, 이런 생각 한 두 번쯤은 여늬 독자들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그 등뒤에서 달빛만이 지켜 보며 나에게 뭐라 눈을 흘깃 것 같은 분위기가 사뭇 낯설진 않더라.



또 한 가지 닿아 온 느낌은, 종교적인 듯 종교적이지 않은 단어들의 쓰임새가 서로 어우러 지고 있음에 때로는 기독교적 느낌으로, 때로는 불교도 적인 느낌으로 모든 종교를 아우르고 있는 단어들이 정겹기도 했다. "그 분의 심판" 이라는 것에서 기독교를 느꼈다면 "환생, 윤회, 날개에 묻은 인연의 편지, 이번 생" 과 같은 단어나 구절들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해결책이나 해소해 줄 만한 뭔가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워 하는 느낌이 바로 전달되어 와서, 또한 불교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이 늘 그러하듯 좀 더 삶에 녹아 있는 듯한 편안함 이랄까, 그런 것에 더 위로가 되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이 주로 우스개처럼 해 오던 말 중, "이번 생은 망했다." 와 같은 것이 슬프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리는 말과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구절들은 시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독자마다 마음에 닿아오는 양은 다를 것이겠지만, "네게로 가는 다음 열차도 떠났다." 에서는 헤어진 후 뒷 모습을 보이며 또각또각 걸어가는 연인의 뒤에서 하염없이 속절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의 슬픔이 진하게 닿아왔다. "세상에 넘어지지 않는 삶이 있을까", "살아남은 것은 슬픈 다행이다." 와 같은 구절들은 마음 속에 콕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펄펄 끓는 여름인지라 청량하고 쾌적한 가을의 느낌은 저만치에서 올 생각도 없을 것만 같지만 언젠가는 오고야 말 기분 좋은 가을 같은, 마음 속에 품고 지내왔던 희망과 토닥임이 가슴 속 밑바닥에 자리 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구절들이 많다. 시인에게서 힘을 얻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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