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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접하면서 비로소, 카라바조의 빛과 어둠으로 대비를 둔 그의 그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모네의 색채를 행복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림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그림 그리는 양식과 작가의 삶을 연결지어서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 이야기가 의례히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만, 화가의 정신 상태를 분석해 가면서 왜 그 그림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은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여태까지 카라바조의 화풍이라 생각했었던, 그러면서 폭력적이고 도망자 였었다는 것 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카라바조의 그 어둡고 공포스러운 그림들이 왜 그려졌던지를, 정신 분석적으로, 심리적인 상태를 파악하면서 들여다 보는 맛은 그림을 보는 느낌을 다르게 해 주었다. 타인을 죽이고 도망치던 그 불안감이 자신의 목을 긋는 듯한 교수형의 환각 속에서 그토록 목을 베는 그림들, 성 베드로, 성 요한, 성 바울과 같은 성인의 순교나 참수 그림들이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물인 양 여겨진다. 화가들도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겪어온 수많은 영향들로 인해 그림의 분위기나 주제가 자연스레 정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정신적인 보호와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진단과 치료에 효과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이 18, 19세기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의 정신 건강을 해석하게 하는 데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그들의 화풍과 그림그리는 방식은 어떤 정신적인 활동과 상태와 연결되고 있는지, 심리학 전문가인 저자가 풀어가는 그림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앞서, 모네의 그림을 행복과 연관지어 언급했었지만, 그의 그림이 은은한 평화로움을 안겨주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내게 평화로움을 안겨줬던 그 궁극적인 이유로는 바로 색채, 색감이었다. 색과 심리 상태를 이어주는 이유가 바로 행복감으로 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그림 속에 감춰진 비밀을 벗겨내고 새로운 해석을 해 가는 것 처럼 그림을 보는 시선까지도 달리 해 준 것 같다.
"예민함이 만들어 내는 창의성" 이 부분도 아주 관심있게 읽었다. 화가가 가졌던 내향적 성향이 어떤 그림으로 남겨졌는지도 궁금하지만 이런 그림을 좋아하고 빠지게 되는 이유로 설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날씨도 영향을 미친 요소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도 인지하는 바일 것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오래 노출되는 혹은 밝은 빛을 오래 쐬지 못하는 환경 조건 아래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은 영향을 입는지,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기만 하다. 그토록 일상과 방, 실내를 좋아하는 이유도 왜 인지 드러나기도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4부, 현대인의 불안과, 5부, 인간의 무의식과 기억이 전하는 내용으로 까지 구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같은 그림에서는 도무지 어떻게 보아야 하고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지 간파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었는데 애매하고 희미했었던 그들의 정신세계와 연결지어 다시 그림을 접하고 보니 내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 준 것 같다. 그림 좋아하는 독자가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아주 좋았던 분석이었고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림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아주 강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