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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평점 :
불안 이라는 추상 명사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흡인력이 대단하다. 어떻게?
불안증을 가진 지극히 예민한 사람이 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글자 그대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여정으로 이끌어 간다.
태어날 때 부터, 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의 불안증이 시작된 것은.
어지럼증, 구토,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 지며 기절해 버릴 듯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심장 박동은 무섭게 뛰기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신체의 반응.
이 책은 그의 결혼식 장면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부를 기다리던 그의 신체 반응이 잠잠하게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그의 불안 증세는 결혼식이 어떻게 끝이 났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그의 전부를 잠식해 버렸다.
사실, 증세의 가볍고 무거운 차이는 있어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에게는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만을 바라보며 다음 말이 나오도록 기다릴 때, 발표 불안, 많은 눈들이 동시에 자신에게 쏠릴 때의 그 긴장감은 거의 누구에게나 달겨들 것이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예외없이 그의 불안증이 시작되고 남들이 알아 채기 전에, 들켜 버리기 전에 마무리 해 낸다. 일상을 평범하지 못하게 보내는 주인공의 고통이 커서 병원을 다닌 지도 오래, 약물 복용에 의지하고 그 때 그 때 불안 증세를 막아가며 이를 악물고 버텨 가는 상황들이 눈물겹다. 차라리 전투를 치뤄내는 분위기 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아무 일 없이, 변화된 상황에 잘 대처해 나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혹시라도 따분하고 어렵게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마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경증 불안에 시달리는 환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불안" 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쫓아 가고 그 메카니즘을 알아가는, 그것의 원인, 발생 과정, 철학적, 의학적인 분석과 접근을 해 가면서 책을 써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집 안 내력과 물려 받은 유전자의 영향도 생각해 보면서 그 정체를 파악해 보기도 하고, 연구 되어 온 학설 등도 살펴 보며 그 진 면을 알아 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 자신이 저자이며 주인공인 역할, 글자 그대로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온갖 고통과 통증에 시달리는 저자 자신이 불안과의 동고동락 과정과 함께 그 불안을 들여다 보며 어떤 고난과 과정이 있었는지를 현실감이 넘치는 경험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이것을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 나갈 때에는 정말 신나게 달려 앞으로 전진할 만큼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도, "불안" 그 자체가 무엇이며 생활 속에 자리 잡고 함께 하며 시시때때로 괴롭혀 대고 떠나질 않는 이유는 뭔가 에서 부터, 부글거리는 장이 목차에서 눈에 띄었다. 그랬다. 확실히 나도 불안 증세가 있고 실제적으로도 과민성 환자 이기도 하다. 불안증을 겪는 사람이 나 만이 아니라는 것을 수치로도 볼 수 있었고, 그 과정도 세세히 - 아마, 이 부분은 의학적인 연구 분야도 함께 등장하고 있어서 적은 호기심 만으로 이 책을 시작했던 독자라면, 어려운 용어, 빼곡한 해석들, 이런 것에 기가 질릴 지도 모른다. - "나" 에 관한 증세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어렵지만 자세한 설명들이 당연히 필요한 부분으로써 내게 다가 올 수 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이 책에 별 4개를 기꺼이 줄 수 있었다.
불안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이라 표현 하기도 하지만 불안증은 때로는 장점으로서도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극도로 예민한 불안은 생존력에 플러스 적인 요소가 되어 줄 때도 있다고.
이 책은 불안증 환자인 저자가 불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 헤쳐 가며 결국은 불안을 극복해 내기 위한 방법을 도모해 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가볍든 무겁든 불안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전반적인 것을 알아가는 저자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독자 나름대로의, 불안을 해소하거나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혹은 회복력을 기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 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