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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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이 필독서로 삼고 시진핑이 일독을 강조한" 이라는 말에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정치, 경제, 군사 부문에서 많은 일화들, 상황들이 이어져 나온다. 어렸을 적에 접했던 삼국지 연의에 등장하는 인물들 보다도 더 많은 인물들이 여기저기 각 나라에서 쑥쑥 자라나듯이 등장하여 읽는 독자로서는 금방 이름들을 소화하기에는 벅찰 정도이지만 그들이 행했던 전략, 전술과 정책, 국민들을 평화롭고 안락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주로 어떤 왕을 세울 것이며 어떤 나라와 동맹을 취할 지의 여부를 놓고 벌여 나가는 그들만의 정책들이 현재 우리들에게도 많은 유익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일개 시민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이 책을 읽는 와중에도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취해야 할 지, 와 같은 생각들이 자주 겹쳐 떠오르게 되는 것을 보면 더 그런 느낌이다.


저자인 사마광은 역사가 였고 한 때 정치가였다. 모시던 군주가 개혁 정책을 시행하자 그와 뜻을 달리하던 사마광은 정계에서 물러나 전국시대 때 부터 송나라 건국 때 까지의 역사를 집필한다. 후세에 길이 남겨 정치의 길을 바로 잡고 교훈도 얻으라고.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하여 정치계 지도자가 필독서로 꼽고 있고, 고전으로 남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대에 살아가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갔을까, 이 백성들 위에 군림을 하던 왕들은 어떻게 정치 노선을 택했으며 각 나라들 간에 어떤 관계를 맺어야 했을까, 이름도 잘 모르던 왕들과 작은 나라를 지키던 왕 아래의 책사들, 그들이 취했던 행동에 따라서 많은 결과가 이뤄졌고 또 달라졌다. 정치가들이 눈여겨 보는 대목도 바로 이런 구석일 것이다. 


16개의 왕조와 1300 여년을 아우르고 있는 만큼 많은 이름들이 등장하여 독자로서는 삼국지보다도 더 한 이해력을 요구당했지만 뚜렷하게 남아있는 부분은 역시나 왕들의 입장, 곧 정치 상황에 따른 백성들의 안위, 그들의 선택을 위해 가미되는 책사들의 전략, 그리고 신하들의 절개와 배신, 행동 거취, 이런 것들로 큰 그림을 그려 볼 수가 있다. 왕의 권력이 약하면 그 주변 신하들과 특히 중국에는 환관들의 속임수 정책, 왕을 대신하여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그들의 정치가 변함없이 등장하였고, 국경 간의 전쟁 속에서 발휘되던 장수들의 일화들은 수 없는 전쟁터 속에서 일어난 선택의 기로 같은 것이었다. 왕의 친척 이라도 가차없이 돌아 보지 않던 검소하고 공정했던 마태후 (16장)  가 있었던가 하면  무자비한 측천 무후도 소개하고 있다. 천하를 제패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라는 중신들의 의견을 우유부단하게 미루기만 하던 군주는 당장에 돌격하지도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중신들이 오히려 판을 짜고 깔아 놓으니 대세를 따라 가고 있더라 는 이야기도 나름 읽을 만 했다. 자신만의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 들지 않는 그 태도 또한 유죄 임을 보여 주던 일화같았다.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겪었던 일화들을 통해 바라 본 우리들은 당연히 유익할 수 밖에 없고 그 많은 글자수로 이루어진 자치통감을 읽기 쉽게 독자를 배려하여 한 권으로 묶은 이 책 또한 말 할 나위없이 유익하다. 인재를 주머니 속의 송곳으로 비유했듯 이 책 또한 주머니 속에 머물고 말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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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빠진 화가들 - 그리스 로마
토마스 불핀치 지음, 고산 옮김, 이만열 추천 / 북스타(Bookstar)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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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은 종류가 다양할 것이다. 얼마 전에도 신화를 다룬 책을 읽었었고 이 책도 신화의 내용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든 생각은, 저자에 따라서 신화를 다루고 어떻게 배열을 하였으며 어떤 생각으로 책을 펴 내었는지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내용은 각기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1855년에 발표하였다. 164년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 와 같은 질문,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가장 첫머리에 두고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신화의 출발에서 천지가 만들어지고 신들이 생겨난 것을 배경으로 인간의 탄생까지 좀 더 넓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신화를 읽게 하고 있다. 보통은 신화 속 신들과 인물들의 행태와 행로에 대하여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 책은 신화의 의의랄까, 독자에게 주는 영향과 이익, 읽어야 하는 의미, 그런 것들을 먼저 주지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로 거신들, 티탄족들이 있었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별로 소개하고 있진 않고 암흑 속 혼돈 속에서 벌어지는 하늘과 땅과 공기, 물, 불에 초점을 두어서 그로 인해 생겨나는 모든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약간은 과학적인 측면도 추가가 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을 번역하여 옮긴 이의 약력도 범상치가 않다. 전공이 무려 3개 이상인 분이다. 경영학, 미술대에서의 산업 디자인, 인문대학에서의 국사학, 그리고 환경분야와 건축까지, 일반적인 분은 아닐 거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독자로서는 그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화로써 어지간한 부분에서는 귀로도 듣고 글로도 읽었고, 책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덕분에 매번 신들과 인간들의 에피소드랄까, 대부분은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옮긴 이의 다양한 활동 분야처럼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융합의 학문, 사고의 다양성과 창의력, 이런 것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일도 아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이해도를 위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이번 책에서는 신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읽어가는 내용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어떤 내용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목되어졌을까, 작품에서는 어떻게 바라 보고 있었을까, 와 같은 다른 시각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과 달랐던 부분이라면 바로 이런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를 하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보더라도, 문학 속에서도 좀 더 빠른 이해를 위해 필독이 우선되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연극 작품에서도, 소설과 희곡에서도, 서정시, 그림, 조각, 등 왜 그리도 많은 화가들과 예술가들이 어떻게 신화속 인물을 언급하고 비유하고 인용해 왔는지를, 그리고 작품 소재로 삼아 많은 명화와 조각상을 남겼는지를 독자에게 은연 중 좀 더 다가가게 하는 것 같다. 독자가 밀턴의 작품을 읽을 때, 서정시를 쓴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때, 루벤스와 같은 화가가 그린 명화 앞에서 얼마만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할 지의 척도도 되어 준다는 면에서 신화의 이해는 중요함을 넘어선다 할 수 있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읽어 본 독자들이 더 깊이있는 감상을 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가볍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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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빨강머리 앤 : 에이번리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낭독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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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집 마루에 치마가 닿을까봐 바짝 들고 있어야 했다니까요"  하던 대사에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부인이 살아있을 때에는 깔끔했던 집안이 부인이 죽자 그 모양이 되었다고 린드 아주머니와 마릴라가 나누던 대화이다. 에이번리 마을에서 벌어진 이런저런 헤프닝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농촌 마을의 살림살이를 떠 올리게 하는 부분들도 많다. 어딜 가나, 외국이든 어디든, 사람 살이와 행동, 입을 모아 남의 얘기를 하고, 아이들이 자라고, 그 아이들이 크면서 생겨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오목 조목 재미난 것이 앤 이야기 이다.


오디오 USB 가 표지에 꽂혀 나왔다. 눈으로 쫓아가며 읽는 앤을 벗어나서 귀를 쫑긋거리게 하는, 왜냐면 등장인물들이 좀 많은 편이고,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누구의 행동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머릿 속으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련의 작업이랄까, 더욱 쫑긋거리게 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앤의 학생들 이름은 또 어떤가. 듣는 독서에서의 매력은 특히, 이지혜씨의 목소리로 앤은 물론, 다이애나, 해리스 아저씨, 마닐라와 린드 아주머니 등  온갖 등장 인물들의 대화 내용까지 다양하게 들어가며 이야기 속에 파묻히게 된다. 


어릴 적에 만화 영화로 앤을 보았었지만 수 많은 에피소드를 다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현재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는 새롭게 앤을 되새기며 제대로 업데이트를 할 수가 있었다. 앤과 길버트 등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그 과정을 더 기억해 내고 싶었던 것이다. 많은 에피소드, 꿈을 꾸듯 머릿 속 상상의 세계를 거니는 앤의 생활은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그 마을 전체를 통틀어서 등장인물들의 이모저모에서도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오디오 북으로 들어서 나아가는 책듣기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감, 동감, 들으면서 저절로 미소짓게 하는 부분, 이런 것들을 이야기 속에서 끌어 내 온다. 귀만 기울이고 있으면 한 개의 에피소드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몇 번이고 들어 볼 수 있으니 재미나는 부분은 기억 속에 완전히 자리잡게도 된다.


그들의 상황, 대화 내용, 빨강 머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까지도 모두 빨개졌다는 문장 구절 까지도 따라 해 보게 된다. 이런 것들이 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재미나는, 마음을 끌어 들이는, 자꾸 생각나게 하는, 그리고 다시 느껴보고 싶다, 이런 마음들이 생겨나게 하는 부분이다.


새로 맞아 들인 쌍둥이 남매와 장난 꾸러기 학생들 속에서 교사 역할을 잘 해 나가는 앤, 에이번리 마을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숲속에 혼자 살아가는 라벤더 양의 비밀까지, 일상적이고도 사소한 이야기들이 행복한 순간의 일부 였다는 것을 독자에게까지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앤의 귀여운 실수들이 참 기발하기도 해서 웃음이 머금어 진다. 그래서 빨강머리 앤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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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디어는 발견 이다
박영택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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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라는 말이 있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새로운 뭔가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거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어딘가에서 접하고도 기억을 하지 못하여 마치 새롭게 쨘~!, 하고 나타난 것 처럼 보여도 사실은 출처가 어딘가에 있어왔고 그것이 발달하여 새로운 듯 보이는 것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에 완전히 새롭게 착안하고 고안하고 생각해 내는 일 만은 아니라고 보여준다. 늘 보아오던 일에 보태거나 빼거나, 방향을 달리하거나 시선을 바꾸거나 하여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시켜 가는 것을, 많은 예시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참 재미있다. 어느 날 광고 화면에 등장했던, 아래 위 돌아가고 있던 세탁기, 문이 또 들어있는 냉장고 등, 갑자기 생겨난 상품이긴 한데 사실은 창의성을 발휘한, 그렇다고 크게 머리를 회전시키거나 브레인 스토밍을 하여 얻어낼 수 있는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창의성도 결국은 창의성을 위한 창의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창의성을 말하는 책들의 공통점은 몰랐던 부분을 보게 해 주고 소개 해 주는 덕분에 이런 것도 있었어?,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과 그것이 재미나다, 라는 재미도 준다는 점이다. 방수천도 없이 우산대만 버젓이 있는 우산이라니, 이런 것이 바로 투명 인간과 같은 방법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제작한다는, 그래서 날개 없이 태어난 선풍기 같은 재미를 준다. 뿐만 아니라  줄도 없이 존재하는 줄넘기라니, 그러면서 운동하는 효과는 톡톡하게, 장소에는 구애도 없이 운동을 한다는 점이 재미있지 않는가.


일상 생활 속의 재미난 부분은 이 뿐 만은 아니다. 빵 속에 수프를 넣어 그릇 대용으로 사용하고 스프를 다 먹은 후에는 빵까지 먹어 치울 수 있게 한 음식, 이 또한 창의성의 발현이다. 게다가 뚱뚱한 모나리자 라니, 처음엔 웃었다가 나중엔, 기발한 걸, 하게 하는 그림, 창의성의 끝은 바닥도 없이 무궁무진 하렸다.


빼고 더하고의 문제가 예전의 창의성 이었다면 요즘은 융합의 창의성이 좀 더 진보한 느낌도 든다. 창의성을 향하는 첫 걸음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면 그 다음 번에는 시선을 옮기고, 그래서 위치를 역전하고, 나중에는 병합까지 하게 하는 발전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좀 더 현대적이고 자연적인 발명품들이 더 나오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바라보는 자세가 첫걸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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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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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을 느꼈다. 무슨 일이, 사건이, 잔혹하고 계획적인 범행이 시작되는 선상의 출발에는 동기라는 것이 있고, 그 동기가 아주 인간적일 경우에는 더욱 비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먹고 살기 위해서, 잘 살아 보기 위해서,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라는 이유에서라면 범행이 합리화 될 수 있고 이해되어 질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먹고 살기 위해서, 지금 당장 손에 쥔 것이 없으니 일을 하여 벌 수 밖에 없는데 몸 까지 아프다, 어떻게 해야 하나, 좀 더 가진 사람에게서 빼앗아야 살 수가 있다는 이 생각은 거의 대부분의 생계형 범죄가 그러하듯 범죄의 이면은 딱하고 불쌍하고 슬프다.


마치 원시인의 삶의 논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먹으려고 사냥하고, 더 가진 놈에게서 빼앗아서라도 살기 위해서. 배가 고파서 진열된 빵에 손을 대었다가 그 빵을 다 먹어 보지도 못하고 감옥으로 잡혀갔던 쟝발쟝이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상 속에 들어온 범행의 동기는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였다.


저자는 범죄의 이면을 다루기 위해서 죽인 자와 죽은 사람을 만들어 냈다. 죽인 자는 부모 없이 동생과 살아가던 청년이었고, 죽은 사람은 아들내외와 손주까지 있는 가정의 돈 많은 할머니였다. 무조건적으로 범죄를 저지려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동생을 위해 돈 만 훔쳐내려던 것이 결국 살인 강도를 저지르게 되었다.


잔인한 범죄의 양상만 계속 서술해 가고 있었다면 독자의 마음까지 닿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일상은 존재하고 그 일상 또한 평범하지 않은 놀라운 시작, 그리고 이어지는 고뇌와 고통, 그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평온했던 순간으로 되돌아 가려고 찾아가는 그 과정 묘사가 잘 그려지고 있다. 별 얘기 아닌 듯 하지만 형과 단 둘이 살아가던 평온하고 행복했던 일상 속에 찾아 든 벼락 같은 소식, 형이 살인을 저지렀다, 이후 동생이 치뤄내야 할 그 일상들은 범죄자 가족이 겪어야 할 가족의 위치는 어떤지 잘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게 되는 동생의 생활, 주변의 태도, 그들의 시선 등이 사실감있게 잘 나타나 있어서 그 어떤 말로도 힘을 내라, 기운내라, 너 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라는 말로 결코 회복되지 않을 상황을 아주 서서히 이겨내고 극복해 가는 그 과정을 더욱 빛나게 했던 것 같다. 뜻밖의 사건이 우연히도, 아니,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마침내는 다다르고 말아야 할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밀어 준 계기가 아니었을까도 싶게 한다. 편안한 일상 속에서 머무르고 있었다면 어디를 향해 나아갔을지 알 수 없었던 그 지점을 형의 사건을 계기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고통의 시작이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로 이끌고 갔다.


얼마 전 일어났던 어이없던 진주 아파트 사건, 드물게 범인의 신상 정보까지도 모두 드러내게 했었던 범행은 5명을 죽게 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이런 범죄의 이면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들어진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인지, 사건 후 사죄한 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아무리 징역을 산다고 하지만 모두 상쇄되어질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만을 바라보지만 그 이면의 상관없던 사람들에게 까지 보이지 않는 고통들이 새로 생겨남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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