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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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로마법 수업>의 저자 한동일님이 <믿는 인간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책으로 종교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말하고 있다.

정치나 종교 부문은 서로 의견 교환을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주제인지라 본격적인 설명과 심도 깊은 내용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맛배기, 혹은 도입부 정도로만 다루고 있어도 나 같은 독자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설명으로 다가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 국가, 바티칸 시티의 유래, 서양사는 종교사 임을, 그래서 서양사를 알고자 할 때에는 종교부분을 피할 수가 없다는, 신과 인간의 역할, 교황과 왕의 위치, 이런 이유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끼친 영향들, 이런 것들이 참 흥미로웠다. 특히 코로나19와 의사의 위치, 역할 등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의 성찰에 대한 문제는 독자에게 질문처럼, 과제처럼 던져 주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목차 중에서, "생각의 어른", "같음을 찾고 차이를 만든다.", "수도복이 수도승을 만들지 않는다.", "천국의 지옥의 차이는 존재의 태도에서 온다." 등 모두 19장으로 읽게 되어 있는데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저자의 예루살렘, 레바논,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경험과 그 에피소드에서 나온 철학등이 가벼운 듯 시작하여 결국은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며 코로나 시대의 분노에 가까운 우울을 다스릴 수 있도록 어떻게 대처해 가야 할 지, 종교의 역할과 신께 다가가는 방식 등 다양하게 접근하여 궁극점을 향하여 달리는 묘사를 한다. 이런 접근법도 독자를 끌어 들이는 힘의 한 방편이라 생각이 되는데 끝에 남게 되는 과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이 더욱 유익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책의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남겨 보고자 한다.

"신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보채는 기도에서 벗어나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성찰의 기도가 필요하다."

"삶의 본질 앞에서 질문하는 사람"

"서양사는 교회사로서 종교 권력과 세속 권력간의 투쟁과 암투의 역사"

"인간이 기도하지 않는 세상이 될 때 그때야말로 인간 세상은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예루살렘의 새벽을 깨우는 기도 소리를 멈출 수 없는 것 처럼 할 수 없는 일은 내려 놓아야 한다."



역시, 예루살렘과 레바논,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또한 종교조차도 풀지 못한, 종교의 다양함에도 결국 하나의 신을 향해 있음을,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신을 찾으며 해결하려 한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은은하고 조용하게 울리는 울림 같은 글과 문장들 이었다. 서로 말하기 까다로운 주제 중의 하나였던 종교의 역사와 발전을 읽어가면서 이것이 의학과 주술, 미신 등으로 흘러가며 다시 분화, 발전되어가는 이야기들, 마귀에 씌인 환자를 돌보는 신부 사제, 수도원의 식습관, 이런 것들이 작은 주제로 어우러져서 다시 오늘날의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마법같은 글들이 독자들에게 파고들고도 남을 것 같다.



마음 속에 남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문장들도 꽤 많았다. 힘들고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하늘의 움직이지 않는 별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살아 내든지, 혹은 그 하나의 별 이라도 목표 지점으로 세워 둘 수 있는 삶을 살아 가든지, 인생길에 터벅터벅 걸어가다가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삶을 살아내자는 저자의 조용한 울림이 가득한 책이다. 위로와 삶의 철학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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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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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 천의 사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절대적인 역사서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북방 오랑캐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이릉, 이라는 장수를 옹호하는 변론을 했다가 왕의 분노를 사면서 사형에 가까운, 사형보다 더한 형벌을 받은 몸으로 역사서를 써 내려갔던 사마 천, 이라는 인물을 사기와 더불어 알고 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가 처했던 그 날의 상황과 어떻게 변론을 하다가 그런 결과를 얻었던지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들어 보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30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역사서의 내용만도 이해하고 알고 있기에는 무척이나 긴 내용인데 저자의 처했던 상황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저 부분적으로 고사성어와 상황들을 그것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어왔던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된다.



다이어리 북 이어서 모든 내용을 수록하진 않았지만 사마 천을 다시 한 번 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본 계기도 마련해 주지 않았나 싶다. 방대한 그의 역사서 중에서 1년 각각 열 두 달 월별로, 그리고 매일, 역사서에 수록된 내용을 기록하고 있고, 하단에는 그 날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사의 오늘" 이라는 이름으로, 공산혁명, 왕조의 결말, 화폐주조, 농민 봉기, 문화 혁명, 죽의 장막과도 같은 그 날짜에 발생하였던 사건과 사고를 통하여 세계사를 한 눈에 지나가게 한다. 거기에다, 쿠빌라이, 장개석, 김춘추, 안록산, 고선지, 조조의 죽음과 같은 인물들의 활동을 통하여 그 날을 다시 되새기게 하고 있는 점도 더욱 생생한 세계사와 가깝게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들, 정책들의 실현, 지진 발생과 같은 기후 현상들도 기록하고 있어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상적인 내용은 전염병의 발발과 기록이 있었고, 퇴직할 나이를 정해 놓은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60세를, 당과 송 나라에서는 70세를 기준으로 퇴직하게 했다니, 현재 시점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상당히 오래도록 일을 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평균 수명을 비교해 봤을 때에 현대에서의 퇴직 나이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각 월 별 지나가는 막간에서는 중국의 유적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여행하는 느낌도 준다. 주로 사마 천의 고향 마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지역, 사마 천의 여행지 등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가 얼마나 업무에 집중하여 자료들을 수집해 왔었고 그 자료들을 정리하여 역사서를 펼쳐 내었는지를 간접 경험 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다이어리 북 이라고 한 해 두 해 정도만 쓸 책은 아니다. 날짜를 기록하였을 뿐이지 해 마다 달리 사용 가능하게 해 두어서 몇 년이고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또한 사마 천의 사기를 되새기며 구절도 반복하여 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구성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부록 편은 얼마나 유익하던지, 사마 천의 인생 경로와 여행 지역, 중국의 지형도와 연표등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고, 사기가 탄생하기 전의 상황을 독자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더 수록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잘 알지 못했었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기의 역사적인 의의와 사마 천의 인간 승리와 같은 면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장인 이라면 더욱 감정 이입이 되어 그 감동은 대단히 크게 다가올 것이다. 사람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게 형벌을 받게 되는 그 과정이 지금 현재 우리들의 생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는 억울함과 분노, 비슷한 감정들에 휩싸이게 만들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열 네가지나 들어서 사기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믿음을 보여도 의심하고 충성을 다해도 비난한다." 이런 구절이 나오기 까지 피로써,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갔을 사마 천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한동안 감정에 휩싸였었다. 한낱 역사서로써의 사기를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심정에서 기록해 갔을 것인지 이런 점도 부각되어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 농사 일에 날짜가 맞지 않던 달력을, 10월부터 한 해를 시작하던 그 달력을 현재 1월 부터 시작하여 농사 일자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달력을 새로 만들어 냈던 그 애민 정신도 새삼스레 기억해 보고자 한다.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다 되려 벌을 받는 일보다 더 참혹한 화는 없으며, 마음을 상하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슬픔은 없으며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동도 없으며, 궁형을 받는 것 보다 더 큰 치욕은 없습니다." 530쪽



절박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역사서, 사기에 대한 진면목을, 그리고 그 사기를 쓰기 위해 명을 이어갔던 사마 천을 더욱 느껴보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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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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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 뒤에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만큼 그 책이 한동안 회자되었었고, 잘 읽어왔던 독자로서는 저자의 이 책에도 저절로 관심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다. 마찬가지 이유로, 저자의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나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하고 있었다. 각각 다른 책들이지만 같은 저자가 썼으니 문체와 내용의 흐름은 앞서 언급한 책들과 비슷한 구조로 흘러가는 면은 있다. 항상 주변의 일들을 유머스러운 표현으로 파고 들어가는 점이라든가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각각의 인생관, 세계관들의 표현이라든가, 이야기 전개가 사뭇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번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복수 주식회사" 라는 기상 천외한 회사의 등장으로, 읽어가면서 내내 카타르시스 같은 느낌도 가질 수가 있었다. "복수"가 의미하는 바는 억울하다, 부당한 일을 당했으니 갚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는 느낌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그 과정과 전개가 얼마나 후련하게 되어질지는, 그 과정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지는, 읽어 본 독자라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될 것 같다. 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닐지라도 왠지 본인에게 불편함과 폐를 끼치는 행동이 있을 때에 서로 의사 소통을 성공적으로 잘 이뤄 나간다면야 일어나는 문제가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 데에서 발생한 유감들이 뭉쳐 결국 응징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고, 쉽게 잘 이뤄지지 않는데에서 그 마음은 더욱 불타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일상 생활 속에서 느껴 봤었기에, 복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된 후고의 창의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후련함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이웃과의 불화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이 되었고 제대로 두었다면 아무 일이 되지도 않았을 쓰레기통이 발단이 되었던 그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였다. 그저 관심 갖지 않고 이웃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상태라면 그런 것 쯤이야, 넘겨 버릴 수도 있으련만 이게 또 나의 신경을 쓰게 하고 거슬리게 한다면 결국 감정은 생겨나게 마련인 것이다. 은퇴한 학교 선생 이야기 에서는, 자신이 훈계를 해 오던 예전 제자를 맞딱뜨렸을 때에 어떤 감정이 생겨날 것인가? 그 제자였던, 이제는 제자도 아무 것도 아닌, 나이든 이웃으로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좋지 않았던 옛날 감정을 현재에 평화로운 시간 속에 대입시켜, 자신의 개를 풀어 스승의 소중한 닭들에게 행패를 부리게 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그러면서도 당하는 본인들에게는 너무 성가스런 일일 수 밖에 없음이다. 우리의 후고는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그 내용들도 참 웃기지만 그 기발한 사고력이 너무나 부러울 정도였다. 여기에서 우리의 주인공들, 미술 거래상 빅토르, 빅토르의 사생아인 케빈, 빅토르가 일하던 미술 거래상의 사장 딸, 옌뉘, 아프리카 케냐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이 엮어내는 화음은 실로 길고도 긴 여행과도 같다. 얽히고 설켜 버린 이들의 모험은 복수 주식회사를 통해 어떻게 한 방 먹여 줄 수 있을지,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그런데, 한참 복수 열전의 이야기가 무르익고 후고 회사의 설립 이면에 생겨난, 우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옌뉘는 어떻게 빅토르와 헤어지게 되었고, 케빈은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가, 그 이야기 또한 약간 흥미진진함을 돋운다. 케빈의 행보는 결국 케냐의 아버지, 올레 음바티안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었고, 다시 이들의 집합체는 후고의 복수 회사로 모여들게 되는데, 하나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달고 전개되어 가는 과정은 저자의 다른 책들 마냥 이야기들이 계속하여 펼쳐진다. 그 와중에 이르마 스턴이라는 대 화가가 남긴 그림들을 간직해 왔었던 올레 음바티안, 세계는 넓고도 좁음을 보여주는 듯이 그 넓은 세상에서 케냐의 올레 음바티안과 빅토르가 한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나게 되어, 물론 이 과정도 또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르마 스턴의 그림을 빅토르의 아침 식사였던 맛난 빵 조각 하나와 맞바꾸게 되는 사연들이 어찌 보면 좀 순수한 아프리카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함, 경찰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앞둔 칼란데르 수사관까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급기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돌입하게도 된다. 우리의 옌뉘와 케빈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케냐에서 먼 길을 온 마사이 족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모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어디로 나아갈 지, 아니면 럭비공처럼 툭 튀어 나가게 될 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상태로 전개되어 간다. 가장 예상치 못했었고 그만큼 아쉬웠던 것이 바로 빅토르를 향한 복수이다. 그 정도선에서 그만 할 수 밖에 없었다니 안타깝기까지 하다만 거기까지 일 뿐 이라니 지은 죄에 대한 댓가 치고 너무 헐값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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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따위 엉덩이를 걷어차 버려! - 내 인생은 어쨌거나 마이웨이니까
안드레아 오언 지음, 임가영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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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서가 흔히 보여주는, 어떻게 살아라, 는 말, 마치 그렇게 살아야만 정답인 듯한 그런 표현들만 있을 것이라고 무작정 생각해 버리면 약간 오산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그 보다 완전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만의 세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면의 힘을 키우고자 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말하고 있는 편이다.


이 책에서 아주 자주 나오면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마음에 남는 말 가운데에서도 바로 그 표현,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라는 말이다. 그 뜻은 바로, 외부의 영향이나 조건을 뭐라고 따지는 것 보다는 자신의 세계와 본인을 돌보며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도 본인이 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에서 보여주는 뜻도 운명 따위를 이유로 들면서 잘못 살아온 이유나 행복하지 못한 이유 같은 것에 대입시키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과는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마음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 하나에 인생을 잘 살 수 있고 나름대로 잘 살아 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개인이 될 것이냐는 저자는 그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는, 성공에 대한 열망, 그 기대를 저버렸다고 생각되었을 때의 좌절감, 하루를 어떻게 보내어야 할 지, 인생을 잘 살아내어야 한다는 강박감 등을, "운명따위 엉덩이를 걷어차 버려"에 쓰고 있다.



원제목은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는 삶을 살기위한 52가지 방법, 52 Way to live A kick-Ass Life , 라고 나와 있듯이 52가지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파트 1. 눈치없이 산다, 거침없이 간다." My Way

"파트 2. 나를 사랑한 순간부터 인생은" High Way

"파트 3. 답답한 나에서 자유로운 나로" Go Way



이런 목차 구성으로만 보아도 현재의 지질하다 생각되는 나에게서 달라진 나에게로 향하여 가는 모습을 작가의 경험을 녹여 발전되어 가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려 한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든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맞는 우선 순위를 정하라, 그렇게 살기 위해 재미있는 것도 찾고, 억울해 하지만 말며,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 보자, 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어차피 내 인생길은 내가 선택하고 혼자 가는 길 아닌가, 하면서.



힘이 들어서 누군가의 격려와 응원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이 책이 참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힘 내, 고고, 만을 외치기 보다는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간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 또한 자신의 삶에서 믿었던 남편에게서 버림을 받았던 경험자이다. 한동안 어두운 터널 속에 놓여 있다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까지 큰 용기도 필요했었다. 무엇이 내 앞을 가로막는지, 막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저자는 하나 씩 짚어 되돌아 보라고 권한다. 커다랗게 가로 막고 있던 무언가를 결코 나를 붙잡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 결단, 용기는 자신만이 내려야 한다는 점, 그래서 저자는 52가지 방식으로 인생 팁을 전하려 한다. 자기 개발서를 읽어야 할 만한 가치가 이런 이유에서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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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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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사회는 정녕 부자연 스럽고 진짜 같지가 않은 것인지 사회는 그 반대 편 결과쪽으로 지향한다. 조금씩 변화되어 온 사회는 어느 덧 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은 커진 듯 보이나 그 이면에는, 아주 작은 실마리든 조금 크게 보이는 결과이든 결국에는 남성들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부분들은 여성 본인들의 눈에서조차도 잘 뜨이지 않게, 알듯 모를 듯 숨겨져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대중 문화 탐구가이자 비평가인 저자의 눈에는 아주 커다랗게 들어 온 것 같다. 크지 않은 책에 빼곡하게 들어찬 저자의 TV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주로 여성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서 여성인 독자로서는 흥미가 더욱 돋기울 수 밖에.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관찰력까지 더하고 있어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드라마 속 장면들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려 보게도 한다. 주로 드라마를 평하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까지 넓혀서 시선을 옮겨가는 맛도 있으니 미디어 비평이라고 하는게 옳을 것 같다.




"당신이 좋아했던 여자들은 아직 TV 에 나오나요?"

생각지도 못해봤다. 연예인들의 생명이 길지 않은 것이야 성별을 따지지 않고 반짝성에 가깝다고 생각만 해 왔을 뿐이다. 게다가 미디어나 특히 TV 속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크게 관심두지 않는 시청자라면 이런 생각도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만 드라마에 푹 빠져 살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지나간 시절들 속의 드라마 주인공들, 특히 여성들의 존재감이야 새로 출현하는 사람들이 교체되어 왔을 뿐 그 시절 속 그들의 삶은 생각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할 지도. 그렇게 흘러온 시간들 속에 달라진 여성들의 역할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있을까, 저자는 각 드라마나 프로그램들의 끝에 독자에게 다양한 질문들도 던진다.




하이킥 시리즈 속에 담겨있던 여성들의 화장대, 책상이 없던 그들이라, 화면에서 책상이 아예 안 보인다 한다. 책상 대용으로 사용되어진 화장대라든가, 서장훈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의 가장 첫질문 중 하나가, 여자일 경우에 "예뻐?", 라든가, 그토록 재미나다 생각했었고 기발하기까지 하다고 여겨왔던 삼시세끼 프로그램의 피디 나영석씨의 남자 출연진들 선호 현상이라든가, 재미나다, 라고만 생각하며 그 이면까지는 들추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즐기기만 했었던 프로그램들도 이런 면에서 다시 한 번 더 새롭게 보이게 한다.




여성 혐오, 약한 모습들, 피해자의 역할만을 보여주는 것들에 비하여 아주 조금씩 이라도 내용은 바뀌어 가고 있는 참이다. 남성들에 의지하고 시집 잘 가기만을 애쓰는 것 같은 삶의 방식들을 벗어나서 남편의 힘이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길, 그렇게 우뚝서길 바라는 여성들의 노력또한 더욱 눈물겹게 재미나다. 여성 시청자여서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알게 모르게 이런 현상들에 새롭게 느껴지는 동질감이나 교감이 더욱 닿아온다. 특히 홀로 일어서는 여성들의 드라마를 보면 여성 면에 국한해서가 아닌 인간적인 승리감도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면 드라마나 예능으로서 보여주는 역할만이 아닌 달라지는 사회상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음도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블랙 독>에서의 라미란과 서현진의 관계, 새로 시작하는 국어교사의 분투를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끌어주는 부장 교사, <동백꽃 필 무렵> 한 아이를 홀로 키우며 카멜리아라는 술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동백이 그는 경찰관인 용식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의지하지 않는 모습, 팔자 타령만 운운해 하지 않는 모습, <빈센조> 비록 악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긴 하나 빈센조와 대결하는 최명희 변호사, 작게는 작은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지만 크게는 목표와 야망까지 아우르는 여성들의 모습은 크고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여성이 하나 있다. <미스터 선샤인> 속의 애기씨는 또 어땠었나. 총까지 들고 분연히 일어섰고 검은 정장을 입고 얼굴까지 가린 채 일본 측 인사들을 살해하는 멋진 여성이 있었다. 이렇듯 저자는 여성들만의 우정과 의리, 스스로 발전해 가는 모습들을 더욱 드러내 주어 그 드라마 속에서의 여성의 모습을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 주게 하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영향력은 예사롭지가 않다.



<SKY 캐슬> 이라는 드라마가 한 때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거기에도 엄마들, 여자들이 있었고 최상류층의 가정을 들여다 보면서 여성들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지어졌던지를, 이에 반해 남성들의 아버지들의 깨달음은 어땠었는지도 잘 보여준다. 자매들간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과도 같았던 <스타트 업>, <달리는 사이>에서는 인생은 달리기에 비유하여 걸그룹들의 성장하는 모습에서 삶의 방향도 제시해 준다. 그저 드라마를 비평하기만 하는 책은 아닌, 여성들의 역할에서 우리의 삶을 대비시키고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재미까지 더한 책이기도 하다. 문장력 또한 책 깨나 읽었다 하는 독자들에게도, 그들이 함부러 평가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비평 내용을 담은 책을 이토록 야금야금 읽어가며 맛을 보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성 독자들이라면,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는 독자라면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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