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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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 뒤에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만큼 그 책이 한동안 회자되었었고, 잘 읽어왔던 독자로서는 저자의 이 책에도 저절로 관심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다. 마찬가지 이유로, 저자의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나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하고 있었다. 각각 다른 책들이지만 같은 저자가 썼으니 문체와 내용의 흐름은 앞서 언급한 책들과 비슷한 구조로 흘러가는 면은 있다. 항상 주변의 일들을 유머스러운 표현으로 파고 들어가는 점이라든가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와 각각의 인생관, 세계관들의 표현이라든가, 이야기 전개가 사뭇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번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복수 주식회사" 라는 기상 천외한 회사의 등장으로, 읽어가면서 내내 카타르시스 같은 느낌도 가질 수가 있었다. "복수"가 의미하는 바는 억울하다, 부당한 일을 당했으니 갚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는 느낌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그 과정과 전개가 얼마나 후련하게 되어질지는, 그 과정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지는, 읽어 본 독자라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될 것 같다. 법에 저촉되는 일은 아닐지라도 왠지 본인에게 불편함과 폐를 끼치는 행동이 있을 때에 서로 의사 소통을 성공적으로 잘 이뤄 나간다면야 일어나는 문제가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 못한 데에서 발생한 유감들이 뭉쳐 결국 응징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고, 쉽게 잘 이뤄지지 않는데에서 그 마음은 더욱 불타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일상 생활 속에서 느껴 봤었기에, 복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된 후고의 창의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후련함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이웃과의 불화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이 되었고 제대로 두었다면 아무 일이 되지도 않았을 쓰레기통이 발단이 되었던 그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였다. 그저 관심 갖지 않고 이웃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상태라면 그런 것 쯤이야, 넘겨 버릴 수도 있으련만 이게 또 나의 신경을 쓰게 하고 거슬리게 한다면 결국 감정은 생겨나게 마련인 것이다. 은퇴한 학교 선생 이야기 에서는, 자신이 훈계를 해 오던 예전 제자를 맞딱뜨렸을 때에 어떤 감정이 생겨날 것인가? 그 제자였던, 이제는 제자도 아무 것도 아닌, 나이든 이웃으로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좋지 않았던 옛날 감정을 현재에 평화로운 시간 속에 대입시켜, 자신의 개를 풀어 스승의 소중한 닭들에게 행패를 부리게 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그러면서도 당하는 본인들에게는 너무 성가스런 일일 수 밖에 없음이다. 우리의 후고는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그 내용들도 참 웃기지만 그 기발한 사고력이 너무나 부러울 정도였다. 여기에서 우리의 주인공들, 미술 거래상 빅토르, 빅토르의 사생아인 케빈, 빅토르가 일하던 미술 거래상의 사장 딸, 옌뉘, 아프리카 케냐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이 엮어내는 화음은 실로 길고도 긴 여행과도 같다. 얽히고 설켜 버린 이들의 모험은 복수 주식회사를 통해 어떻게 한 방 먹여 줄 수 있을지, 실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그런데, 한참 복수 열전의 이야기가 무르익고 후고 회사의 설립 이면에 생겨난, 우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옌뉘는 어떻게 빅토르와 헤어지게 되었고, 케빈은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가, 그 이야기 또한 약간 흥미진진함을 돋운다. 케빈의 행보는 결국 케냐의 아버지, 올레 음바티안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었고, 다시 이들의 집합체는 후고의 복수 회사로 모여들게 되는데, 하나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달고 전개되어 가는 과정은 저자의 다른 책들 마냥 이야기들이 계속하여 펼쳐진다. 그 와중에 이르마 스턴이라는 대 화가가 남긴 그림들을 간직해 왔었던 올레 음바티안, 세계는 넓고도 좁음을 보여주는 듯이 그 넓은 세상에서 케냐의 올레 음바티안과 빅토르가 한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나게 되어, 물론 이 과정도 또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르마 스턴의 그림을 빅토르의 아침 식사였던 맛난 빵 조각 하나와 맞바꾸게 되는 사연들이 어찌 보면 좀 순수한 아프리카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함, 경찰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앞둔 칼란데르 수사관까지,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급기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돌입하게도 된다. 우리의 옌뉘와 케빈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케냐에서 먼 길을 온 마사이 족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모험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어디로 나아갈 지, 아니면 럭비공처럼 툭 튀어 나가게 될 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상태로 전개되어 간다. 가장 예상치 못했었고 그만큼 아쉬웠던 것이 바로 빅토르를 향한 복수이다. 그 정도선에서 그만 할 수 밖에 없었다니 안타깝기까지 하다만 거기까지 일 뿐 이라니 지은 죄에 대한 댓가 치고 너무 헐값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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