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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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를 놓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생각을 펼치는 흥미로운 책이다.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탄생한, 그야말로 세계적인 지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저자의 철학적인 에세이이다. 돈에 관한 폭넓은 안목과 방향은 현재의 프랑스 사회, 특히 젊은이들이 돈 이라는 세속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비하하지도, 높이지도 말고, 또 얽매이지도 말며 자유롭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해 살아가 줄 것을 주문하는 것 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랑스 젊은이들에게만 행운이 전달될까?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돈에 대한 시각, 안목, 깊이있게 생각하게 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더 바로 잡게 해 준다고나 할까, 지금까지의 돈에 대한 관념을 조금 더 깊고 넓게, 전체적인 범위에서, 일상, 정치, 사회, 체제, 국가의 문제로까지 연결지어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인간이기에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정념, 열정, 탐욕을 오직 돈을 향한, 돈 만을 위한 사고에서 벗어나서 더 크고 높은 방향으로 돌리기를 바라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뜬금없이, 공산주의자들의 사회와 경제를 들먹이고 이에 맞선 자본주의 승패를 말하고자 할 때에는 너무 폭넓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고 읽어나가는데에 상당히 애를 먹겠다는 지레 짐작을 하게 했지만, 돈의 역할과 사람들이 이에 이끌려 가는 모습, 인간 관계와 사회의 모든 연결 고리들이 돈을 중심으로, 혹은 돈을 눈 밖에 두고서 어떻게 벌어지고 나아가지는지를 신랄히 비판하기도 한다.


로레알 사의 "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광고 문구는 한 때 금발 머리의 미녀가 찰랑이는 머리칼을 뒤로 젖히며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매혹적인 문장이었다는 것, 지금도 기억을 한다. 돈으로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하고 또 다시 그 위로만 바라보며 최상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의 촉매제인 것으로서 저자만의 현미경 위에 돈을 둔다.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입장에서 바라 본, 돈을 대하는 자세와 의식의 두 나라간의 차이는 몰랐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혼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돈을 찬미하고 돈을 향해 부지런을 떨어 벌어들이고 축적하는 행위를 좋게 바라보는 미국민에 비해 프랑스는 돈을 밝히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척 하는 것이 고상하며 돈은 천하고 상스러운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 흥미롭기까지 했다. 우리의 조선시대 양반네들이 아무리 가난하고 곤궁해도 절대로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고 돈을 구하지 않는 그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 가지고 유세 떨거나 돈을 우위에 두는 사고 방식을 천하게 여겼다 하니 저자가 프랑스 국민의 이런 면을 조금은 꼬집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돈이라는 것은 천대해서도, 과잉적으로 우대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서도.

프랑스와는 대조적으로 "미합중국의 가장 중요한 사안은 비즈니스" (89쪽) 라 말 할 만큼 미국에서의 부의 축적은 애국적인 행동이요 의무이기까지 하다는 점에서만도 벌써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미국인들이 차라리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독자로서는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사유의 결실을 읽어가는 흐름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종교에서부터, 귀족과 천민, 사회 체제, 그리고 사회 구석구석 퍼져 있는 돈에 얽힌 의식, 문학과 예술 속에서 거론하고 있는, 정치 세계에서, 유럽 전체를 통틀어 아우르는  저자의 철학적인 사유는 매우 흥미롭기만 하여 구성 또한 좋았다고 본다. 읽어갈수록 재미있는 내용들이 즐비하여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게도 한다. 읽어 볼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이에 대해 독자들 저마다의 생각에도 불을 붙여 줄 만 하다고 여겨진다. 문장 하나씩에 지적인 단어의 풍부함이 넘쳐 흘러서 속도감 높이며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꽉 붙드는 힘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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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두면 시리즈 1
씨에지에양 지음, 김락준 옮김, 박동곤 감수 / 지식너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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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화나트륨, 산화수소, 명칭 하나만으로도 벌써 화학 물질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늘 접하며 먹고 마시는 소금과 물이다. 살아가는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과잉적으로 섭취하면 이것도 중독이 되고 결국 해롭다는 얘기다. 소금은 이해되나 물도 그렇다고?, 라고 질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해롭다는 강조도 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화학 물질 속에 둘러싸여 있어서 어떤 물질을 먹고 마셔야 제대로 잘 먹고 마시는 것인지, 사용하는 세제나 피부에 사용하는 화장품들은 안전하긴 한 것인지, 제대로 잘 알고 사용하자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럴싸한 공포 마케팅에 속지 않는 48가지 화학 상식" 이라는 소갯말 처럼, 상품 겉면에 표시된 성분 함양에 한 번 더 눈을 두었다가 특정 성분의 존재 유무에 안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도 도움이 될 책이다.  


먹거리부터 시작하여 세안과 목욕, 미용, 청소에 이르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제품 속에 쓰이지 않는 화학 물질이 없는 만큼, 그것들이 어떤 작용을 하고 우리 몸에 어디가 어떻게 해로운지를 가볍게 설명하고 있다. 인공 감미료, 화학 조미료, 색소, 향료, 방부제 같은 것들의 사용과 영향, 소비자들이 평소 궁금해 하던 것들의 질문들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을 하고 있다.


자연 염색제를 쓰면 해롭지 않은거죠?,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머리 색깔을 바꿈으로써 기분 전환은 될 지언정 우리 몸 속에 끼치는 영향은 길고도 오래 남아있다는 설명을 하고, 간과 신장을 통해 지나가므로 꽤 오래동안 해로움을 끼칠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TV 에서도 천연 염색제라는 말을 믿고 사용했다가  얼굴색깔이 완전 까맣게 변해 버린 소비자의 한탄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천연이라는 말에 소비자 스스로가 성분을 잘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주의가 필요함을 느끼게도 한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주방 세제의 위험, 청소 용품의 화학 성분, 이런 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활할 수도 없겠지만 그 속에 포함된 성분들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 보고 사용하게끔 하는 경각심 이랄까, 적합한 사용량과 사용 횟수의 줄임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다. 게다가 상품 겉면의, 방부제 사용 안했다, 무 파라벤, 이런 식의 표현도, 절대적으로 믿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가 있겠다.  그런 문구를 보게 되면 흐음, 이런 화학 물질들을 사용하지 않고서 이런 제품이 나올 수가 없지, 와 같은 원리적인 이해력도 가지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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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요리책 - 헤밍웨이의 삶과 문학을 빛나게 한 요리들
크레이그 보어스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스타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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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에서는 해리스 바, 파리에서는 클로즈니 데릴라,  키웨스트에서는 슬로피 조,  하바나에서는 엘 플로리디타,  팜플로나에서는 카사 마르셀리아노. "  (166쪽)


모두 헤밍웨이가 단골로 드나들던 술집이나 식당이다. 이쯤 되면 유럽내에서는 미식가로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은데, 내가 알고 있던 그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헤밍웨이가 어지간히 요리를 잘 하였던 것 처럼 잘못 받아들여질 지도 모르겠지만 요리 책 이라기 보다는 헤밍웨이의 일대기를 그의 작품과, 그가 창조해 낸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자주 가던 식당과 음식을 소개 하는 책인 것이다. 물론 조리법이 일일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헤밍웨이가 맛 보던 그 음식의 이름만이 아닌 진정한 바로 그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데에도 일조할 듯 하다.


송어낚시, 투우, 청새치 낚시, 아프리카 사파리 까지 굉장히 모험적이고 동적인 활동을 즐겨 해 왔던 헤밍웨이는 인생 자체가 모험과 도전의 세계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다. 작가의 삶이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판타스틱한데 그의 재능, 글쓰기가 내재되어 있었으니 그의 손에서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냥과 낚시, 평생을 두고 즐기면서 해 왔던 활동은 생명에 대한 올바른 자세까지 배웠고,  제대로 시작하고 배웠던 헤밍웨이만의 취미였다.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까지 안겨 주었던 노인과 바다 ,와 같은 작품은 바다 낚시를 즐기던 헤밍웨이가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던 음식들, 맛과 풍미는 독자가 새로 발견하게 해 주는 헤밍웨이만의 특색이었다.


나로선 헤밍웨이의 결혼 생활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첫사랑 여인과의 이야기가 무기여 잘 있거라, 와 같은 작품의 토대가 되었고, 첫 번째 부인, 그리고 두 번 째, 세 번째 부인을 맞이하면서 그들과 함께 했던 파리, 스페인, 키웨스트 같은 각각의 장소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에서는 심지어 사자 고기까지도 맛 보았다니 어후, 대단한 헤밍웨이가 아닐 수 없다. 그가 활발하게 생활하던, 아니 즐기던 인생은 1920년대에서 50년대 였으니 그 때 우리나라 형편은 말해 무엇하리. 그렇게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향유해 오던 작가 헤밍웨이의 삶, 그리고 그의 궤적을 연도 별로 따라 가다 보니 우리네 힘든 삶의 단면도 겹쳐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헤밍웨이에게는 작품의 '거리'를 도시와 취미 생활과 친구와 식음료로써, 물론 빠져서는 안 되는 그의 술들까지도 작품 속 소재로써 잘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독자들에게는 헤밍웨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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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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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출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 지 도무지 예상이 되지가 않아서, 읽고 있는 도중에 할 수 있는 나의 예상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 확률을 알 수가 없어서, 무엇보다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나카야마 시치리 라는 작가는 내게, 추리소설의 흥미가 주는 반전의 기대감,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필력, 이런 것들로만 설명되어 지지 않는다. 이미 나와 있는 그의 작품들 중 몇몇 의학 전문 시리즈- 히포크라테스 선서, 우울 등 -와 폭넓은 음악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련의 작품들, 이런 것들로 이미 그의 역량을 맛보았었다. 추리소설이 차지하고 있는 주요 구성인 살인 사건에 그토록 자세한 표현이 가능하려면 영안실, 주검, 이런 맞딱뜨리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실제로 경험했던 것일까, 그리고 음악에 관한, 악기 다루는 것은 어떨까, 이런 의문을 가득 가지게 만들 만큼 그의 작품은 그 상황 묘사력에 있어서 대단하다.


이 작품, 안녕, 드뷔시는 그런 그의 출발을 알렸던 작품이다. 이미 몇 몇 작품을 통해 능수능란한 그를 알고 있던 나로선 그의 초창기 작품이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을지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 후속 작품들이 훌륭할 수 밖에 없을 그런 요소들이 조금씩, 샘플 양식으로, 이 작품 군데군데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색깔이랄까, 특색이랄까, 그런 점들이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시케 요스케라는 피아니스트를 통해 바라 본 부동산 재벌가의 비운, 그리고 그 주인공인, 막 16살이 된 하루카양, 처음 도입부에선 참으로 평안하다. 햇빛에 일렁이는 강물과 두 소녀, 고집 센 할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결혼도 않고 직장도 없이 가족 구성원으로 빈둥 거리는 삼촌, 이 평화로운 가정에 무슨 일이 전개되어지나,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일관적인 것은 음악을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미시케 요스케라는 인물을 처음 접하게 되다 보니 그가 하루카의 피아노 교실에 등장하였을 때 그다지 주목하지 못하였다. 중간중간 그의 추리력에서 약간 미스터리적으로 느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작가의 작품에 시리즈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작가가 그려내는 단골 등장 인물 중 하나라 다음 작품에서도 활약이 기대가 된다.


이렇듯 피아니스트가 추리해 가는 흐름, 한 소녀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피아노, 음악을 통한 구원의 길,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도 예리하게 번득이고 있다. 


음악 용어인 알레그로, 아다지오 이런 초보적인 것은 벗어나 악보상에 놓여있는 작곡가의 요구, 연주자의 표현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내용도 한층 흥미롭기만 하다.


<사나운 폭풍처럼 광포하게, 소리를 낮추고 잠잠하게, 비탄에 잠겨 괴로운 듯, 소리 높여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열정을 담아 기도하듯> 


이런 목차가 보여 주듯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움직여 가는 전개 양상이 사뭇 부드러울 듯 하나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 가정 이야기를 독자는 어느 덧 몰입하여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왜, 제목이 안녕, 드뷔시 인지를 끝에 가서야 그 답을 알게 될 것이다. 상상도 하지 못할 반전도 함께 기다리고 있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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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단청
박일선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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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상이다. 방문하는 절 마다 저마다의 단청 무늬도 있고

제각각 색감도 다르더라마는 눈으로 보이는 구석만 알 수 있을 뿐 그 유래나 시작은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류가 크게 궁금한 것 보다는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움에 단청은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한 편의 작품이요 이 책의 제목처럼 예술이기도 한 것인데 전문적으로 깊이있는 내용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단청 그 자체만으로 좀 더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은 예술이라는 말에 동감하게 한다. 그래서  한 자리에 단청을 모아 엮은 이 책 또한 좋았다.


이 절 저 절 방문할 때 마다 보던 단청은 지붕의 모양새를 따라 짙고 산뜻한 색감으로 동그랗게도 길쭉하게도 반복하고 있어서 저절로 손가락으로 그 선들을  따라 그리게 싶을 만큼 선명한 이미지를 부각한다.  내가 알고 먼저 떠올리는 단청은 절의 단청 문양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겸재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소개한다. 여태까지 보아오던 단청의 이미지를 다른 시각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물론, 늘 익숙하던 모양새는 사찰 단청인데, 그 외에도 궁궐 단청, 유교 단청등이 있다고 하니 같은 단청만은 아닐 테다.


그러고 보면 무지개, 동심원 같은 재료가 단청에 옮겨져 있고 이 책을 통하여 비로소 알게 된 단청 용어라든지 색표 같은 것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강조한 바 대로 단청은 바로 우리 것이고, 수 많은 외래 침략에서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우리 만의 문양과 색이었다. 빛을 넣는다, 색을 올린다, 와 같은 표현과 살구색은 육색, 주황색은 장단, 녹색은 양록, 초록은 하엽, 진초록은 뇌록 (75쪽 색표) 이라 표현하는 것이 참 우리말 스럽다.


그 외에 우리 단청과 외국의 문양, 스테인드글라스, 궁전 문양 비교 같은 다양한 면모로도 소개하고 있으니 볼 거리도 만만찮다. 이런저런 내용과 그림을 보아가매 단청의 이미지는 다른 예술로 무궁무진 발전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세대들에게는 전통 문양이 새로운 이미지로 창조될 수도 있겠고, 얼마든지 더 넓히고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하다고 보아진다. 사찰을 방문하여 지붕을 유심히 쳐다 볼 적에는 머리 속에 담아 둔 단청에 대한 상념이 조금은 더 넓어진 시선으로 옮아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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