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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 17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여행기가 이토록 다양하고 평범하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질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력을 한껏 발휘했다. 어렸을 적에 어린이용으로 접해 봤었을 때에는 당연히 소인국과 거인국으로만 떠오를 뿐이고 그 밖의 다른 장소와 나라는 기억에도 없다.
더 스토리 출판사의 초판본 『걸리버 여행기』 는 오리지널로, 무삭제 완역본이다.
내용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어왔던 소인국 거인국이 처음과 두번 째 부분에 차지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주 풍부하면서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마치 처음 읽어 보는 기분으로, 걸리버 여행기에 이런 부분까지도 있었던가, 생각하게하는 것 까지도 모두 포함한다. 라퓨타와 휘넘국이 바로 그런 부분에 속한다.
본격적으로 내용 이야기를 한 번 해 보자. 인간의 신체적인 크기가 1대 12 정도라면 어느 정도일까, 가늠을 해 가면서 읽어가는 맛도 있었다. 소인국과 거인국에서는 당연히 소인국에서의 생활이 걸리버로서는 편안하고 나았을 것 같다. 우리 자체가 소인으로서 취급 받아야 할 때의 그 불편함이야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겠기 때문이다. 선박의 의사인 걸리버는 먼 항해길에서 때로는 풍랑으로, 때로는 해적을 만나 의도치 않게 배에서 떠나게 되고, 그 때 마다 죽지 않고 섬이나 낯선 육지에 당도하게 된다. 소인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거인국에 닿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또 하늘을 나는 섬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기적적으로 살아나면서 만나게 된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들을 통해 걸리버가 살던 시대의 왕과 총리, 귀족과 평민들의 삶, 일상들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 소인국(릴리펏), 거인국(브롭딩낵), 라퓨타 외 각종 나라들, 휘넘국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쟁하고 서로 논쟁에 빠져 있을 때에 두 사람의 뇌를 반으로 갈라 서로 반대편의 사람의 뇌에 잘 붙인다면, 과 같은 생각, 굽높이로 당파를 나누는 것도, 계란을 깨뜨리는 방향으로 가르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이다. 걸리버가 그들 각 나라에 머물면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그들의 언어를 익히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생활상들, 문명,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면서 걸리버가 살던 영국의 실상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군주와 대신들의 모습을 통하여 평민들의 군주에 대한 불만과 항거, 군주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 삶의 방식, 과학과 문화적인 모습들을 통해 비판과 풍자도 가한다. 18세기 영국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저자 스위프트의 시대를 설명해 놓은 주석에 의존하여 걸리버 여행기를 따라 잡으면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인지 숨은 뜻이 더 이상 숨어 있지만은 않게 된다. 그리고 각 나라에서 여행이 끝난 무렵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의 걸리버의 시선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사실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거대한 곳에서 생활하다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느낌, 영혼을 소환해 내어 과거 역사 속의 인물들을 만나 그 당시 상황을 확인해 본 후의 생각, 인간을 야후라고 부르던 휘넘국에서 처럼 악의적이지도 않고 거짓말도 모르던 그 고상한 말 들, 이런 각종 경험들 속에서 한동안 지내왔던 걸리버가 쉽사리 일상으로 돌아올 리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그 생각과 시선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인간에 대한 혐오만이 역겨워 질 뿐이었다, 라는 점, 감정적으로 매우 이입이 되었다.
이 책의 장점,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삭제한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른 상태로 걸리버 여행기 라는 책을 알고 있을 뻔 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모두 접할 수 있었다. 삭제되어 온 부분까지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그 첫번 째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책의 3부와 4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소인국과 거인국 뿐 아니라 그 밖의 나라들에서도 보여 준 저자의 풍자는 정치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속성을 꺼내어 풍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일러스트 80여컷이 긴 여행기를 읽어가는 동안 짬짬이 흥미를 돋우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도 보였다. 급하게 타자를 친 느낌으로 보여지는 오타들이 수정되어 지지 않은 채 너무나 자주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문맥이 잘 안 맞는 부분도 조금씩 눈에 띄었지만 독자 개인의 역량으로써 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야기들 속으로의 여행이다 보니까 대화 내용도 많고 길었다. 말이 많아지면 내용이 꼬일 수도 있으리라, 라고 이해해 보려한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무삭제 완역판, 정주행으로 달려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