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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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사회적인 분위기 상 그다지 즐거울 거리가 없는 요즘에 가슴 따뜻하고 마음이 훈훈해 지는 소설을 읽고 싶은 의욕을 가지고 펼쳤던 책이다. 제목에서 이미 나름대로 마음 훈훈해질 거라는 암시를 받았다. 네 여자가 한 집에 살고 있다는 그것 하나 만으로 어떤 실마리를 미리부터 그려냈다는 뜻은 아니다. 여자 넷이서 왜 한 집에서 살고 있을지,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해 본다는 그것만으로 이 소설을 다 말 할 수 없다. 그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소설을 담담히 읽어가면 왜 마음이 따뜻해지는 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느껴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만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내게 별다른 유명세도, 기대감도 주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담담하게 읽어갔기도 했지만, 이번 책을 통하여 이 저자의 이름을 다시 보게 할 만큼 내용도, 문장도 마음에 남았다. 소재는 별다를 것 없는 가족 이야기이긴 한데 조금 유별난 것은 약간의 판타지 같은 느낌도 났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사치와 쓰루요는 모녀지간이다. 그래서 가족이 맞다. 그런데 한 주택 울타리 안에 <가족도, 친척도 아닌 야마다>, 라는 늙은 남자가 살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라는 존재를 본 적도 없는 사치라는 여성은 엄마와 이 세 들어서 살고 있는 야마다 라는 노인을 혹시, 아버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며 연결지어 보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부터 물려 받은 낡은 주택을 관리해 오면서 평생 일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엄마 쓰루요의 연애담을 독자들이 알게 될 때 쯤에는 까마귀가 마치 나레이션을 하듯 보충 설명을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여자, 유키노와 다에미, 그녀들을 만날 때 부터 같이 살게 될 때 까지의 동기 이야기도 재미있다.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또한 아기자기한 맛을 주기도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채 나이를 먹어가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현실도 비춰 보게 한다. "이대로 괜찮을까", 개인적으로도 생각해 보던 부분이다. 요즘은 미혼이라 하지 않고 비혼주의자 라고 단어를 바꿔 표현하더라만 결과적으로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지금은 쓰루요와 두 여자, 그리고 별채에 살고 있는 야마다 노인과 함께 이지만 사치는 <어디에도 터 놓지 못하는 쓸쓸함>도 간직하고 있다.

자수를 놓으며 집에서만 생활하는 사치는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두 여자에 비해서 마치 취미 생활로만 받아 들여져서 마땅치가 않다.

<집안 일을 하는 틈틈이 자수를 취미 생활하듯 한다니, 그럼 틈틈이 회사 생활 하시죠, 하면 좋으런가>, 하면서.

두 동거인인 유키노와 다에미의 인생관과 연애담도 나름 재미있다. 신세지고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집안 청소,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열지 않고 지내왔던 방에서 나온 갓파 건어물, 이런 것들이 모두 한데 묶여져 급기야 위기 속에서 딸을 구해 내고자 했던 아버지의 사랑까지, 가족 이야기 이면서도 언젠가는 흩어지게 될 지도 모를 가느다란 인연들이 모여 사는 이 마키타 가의 이야기, 끝까지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도 있었고, 애초 원했던 가슴 훈훈함도 맛보았다. 요즘 같은 우울한 시대에 한 번 읽어 볼 만한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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