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깐 잊고 있었다. 작가 정여울님은 심리 치유의 글도 썼었다는 사실을. 본인 또한 힘든 시기를 지나 오면서 수 많은 글과 심리학에서 많은 은혜를 입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려고 들어가는 입구에서 아, 그랬었지, 했다. 왜 잊고 있었을까. 그만큼 작가와 치유는 이제 연결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서정적인 감정만으로 내게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아름다운 글이, 유럽 TOP 10 과 같은, 여행을 통하여 남겨 진 작가의 글들이, 헤세를 향해 가던 그 길목에서 보여줬던 작가의 글들이 아름다움으로만 다가오지 않고 그 내면의 평안함도 함께 느껴졌었던 그 이유가 이제는, 그랬었구나, 치유의 한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따라온다.
1년 하루하루를 이토록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이끌게 하다니, 좋은 방법을 넘어서서 감탄에 이르게도 한다. 이쯤되면 본격적인 "상처 치유자"로서 작가를 다시 한 번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도 된다.
월화수목금토일, "심리학의 조언, 독서의 깨달음, 일상의 토닥임, 사람의 반짝임, 영화의 속삭임, 그림의 손길, 대화의 향기" 이런 작은 제목 아래에 작가가 하고 싶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크지 않은 주제 아래에 1년을 통틀어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어도 부족하리만큼 좋은 생각과 내용이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치유> 라는 이름으로.
심리학을 말하는 구절만 몇 편 연속하여 읽었다가 다시, 그림만 이해하게 하는 구절을 모아서 읽는 방식으로 무더기식 접근도 해 보았다. 한 편씩 달라지는 주제에 맞춰 요일별로 하나 씩 음미하듯 읽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시간을 사치스럽게 보내고 있는 느낌과 함께 매우 행복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작가의 더 깊이있는 읊조림을 한 편으로 잘라 읽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들어서 여러 편을 연속하여 읽으면서 더 깊이 다가가 보려고도 애썼다.
그리하여 내게 다가온 단어들은, 심리학에서는 상처와 치유를, 일상의 토닥임과 사람의 반짝임에서는 작가가 만났었고 영감을 주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부제에 걸맞게 독서와 영화를 논할 때에는 특정 주인공과 화가의 느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단어들, 작가가 주로 이야기하는 단어들 중 하나로 "눈부시다" 가 눈에 띄게 들어왔다.
"내 상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말들, 내 상처를 어떻게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상처입은 나의 존재를 무력화시키는 모든 말들" - 46쪽
"치유는 행복한 상태로 곧바로 나아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행복을 스스로 쟁취할 용기'를 가지는 상태에 가깝다." - 61쪽
"문학, 여행, 심리학이 주는 깨달음의 기쁨을 지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은 바로 독서다. 매일 멈출 수 없는 나만의 '취재'는 천천히 깊이 읽기를 통해 시작한다. " -69쪽
"칭찬받지 못할까봐 움츠러드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쓸 수 없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절박한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 속을 스치는 생각을 용감하게 적는 일. 그것이 글쓰기다." - 255쪽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여는 언어의 힘" - 327쪽
무수한 표현들이 가득하다. 때로는 공감과 함께 독자 스스로가 하고 싶었고 생각해 왔던 그 단어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자기 자신을 향해 걸어가는 토닥임, 응원, 깨지고 부서져도 자신을 향해 나아가라 재촉하는 용기의 모습으로 저자는 언어에 마력을 부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