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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노트 라이징
장량 지음 / 세니오 / 2015년 6월
평점 :
돈 나고 사람났지, 사람나고 돈 났는가 라는 말 부터 생각이 났다.
돈에 관한,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삶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 를 간접적으로 암시해 주는, 조금은 드라마틱한 소설이다.
돈을 쫓아 삶까지도 허망하게 만들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내달리는가 를 생각하게도 해 주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이 앞서서 여러 각도로, 돈과 인생에 관련해서 짚어보게 하는 것들이 꽤 있긴 했었다.
결과나 끝 부분의 이야기는 대개 허무함, 무엇 때문에? 를 부르짖으며 한심스럽기도 하고, 저렇게까지.. 와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의미깊은 되돌아 보기를 하게 하기도 했었다.
슈퍼노트, 정교한 백 달러 짜리 위조 지폐를 그렇게 불렀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가져 온 부의 편재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돈을 우선시하고 돈 위주의 삶, 새벽부터 밤까지 달려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고 돈 없이 고고하고 우아한 삶이 지속되지는 않고 그렇기에 앞 뒤 정신 가릴 새도 없이 돈 돈 을 외치게 되는 것이야 말해 무엇하리.....
이 소설의 주인공 은서도 넉넉한 삶의 소유자가 아니다. 본래 꿈이었던, 멋진 책을 발행하고자 했던, 웹 디자인을 전공 했었지만 반 지하방의 가난한 삶을 컴퓨터 학원 강사로서 이어간다. 지폐의 발행 번호가 유별난 것을 모아오는 취미 생활 중에 우연히 은행의 자동 현금 출납기에서 뽑았던 현금 임에도 같은 번호를 가진 지폐가 여러장 인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 진짜 지폐 같은 위폐를 누가 만들어 낸 것인지 궁금해 한다. 한국 은행은 발칵 뒤집히고 경찰도 동원된다. 출세에 눈 먼 경위와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구처럼 지내게 되고, 위폐를 만든 위조범은 자수한다.
슈퍼노트를 위조한 위조범이 예상 밖으로 바로 근처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서리를 치던 은서, 세상에서 미련 가질만큼 크게 목숨 보전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그녀의 인생 살이가 왠지 마음을 아리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살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 동기, 이유를 주지 못하는 사회, 누구를 향해 부르짖어야 할 지 조차도 애매모호한,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있는 느낌마저 든 거였다. (74쪽)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줄거리가 맹숭하기만 했지만 위조범이 출소하면서 부터 전개는 흥미진진해 진다.
완벽에 가까운 위폐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에서 책을 찍어 내는 과정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대의 펄프로 대량 생산한 산성 용지에 인쇄를 하면 백 년도 되기 전에 종이가 부스러지고 잉크가 날아가 책 자체가 사라진다는 말. 이로써 전세계의 도서관의 최대 골칫거리라는 문장이 있어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책도 오래되면 점점 못쓰게 될 정도로 종이도 낡고 부스러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바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실, 전해져 내려가야 할 정보와 지식은 어찌 하나 라는 생각, 그래서인지 요즘 도서관에서 예전의 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출판한 책들을 부지런히 들여오고 재정비 하는 모습을 보고서, 같은 책을 왜 반복해서 주문해 들여오지 의아하기도 했었다. 종이 품질에 따라 글자가 사라지는 속도가 있으니 그랬었구나, 역시 모든 것에는 한계와 유효기간이 다 정해져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또 하게 했다.
부의 편재보다 기회의 편재로 허덕이는 어중간한 청춘들, 학력, 기술, 배경이 뛰어나지 못하고 일류도 아닌 사람들에게는, 나이가 적으면 적어서, 또 나이가 50 대가 넘어가 버리면 나이 탓으로 꿈과 희망이 사라져 가게 하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음에 동감가지 않을 수 없는 문장도 있었다.
"꿈과 희망을 이룰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고 생존 의지가 꺾인다." 는 표현에서는 자아 실현을 할 수가 없는 마당에 생존 의지는 적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럼으로써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드라마, 수사반장 출신의 최불암이 강력 추천 했다는 작품으로 , 끝으로 치달으면서 더욱 호기심을 일으키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을 통해서 돈과 관련된 기회와 부의 편재 문제도, 돈의 제작면에서도 여러가지로 들여다 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