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와 프랑켄슈타인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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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장점은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화도 어색하지 않다. 

남의 성생활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불편하긴 했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소설이 끝날 때 쯤에는 등장인물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마음 아프고 어떤 사랑은 말리고 싶고 어떤 사랑은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하나의 관계 속에서 죽어가기도 하고 다른 관계를 통해 회복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모두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젊었으니 관계를 만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무서운 건 그들이 벌이는 광란의 파티였다. 마약과 술이 끊임없이 등장을 했다. 이건 소설이라서 과장된 건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 꼭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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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벽
프레드리크 빈테르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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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스릴러는 어렵다.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전에 읽었던 에이미 로이드의 이노센트 와이프는 잘 생각해 보면 이해를 할수 있었고 자초지종이 설명이 되었다. 그래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생략한 부분을 상상이나 추측으로 채워 넣을 수가 없다. 환청이나 망상이 있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런 정신 병리가 범죄를 일으키는 이유가 되었을까? 하지만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전혀 단서를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을 할 만큼 치밀할 수 있었을까? 이걸 스릴러로 보지 말고 공포로 보라는 건가? 그래도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원래 스릴러는 읽고 나면 찜찜한 것이 일반적인가? 등장인물들을 과거의 인연으로 꼬아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라고 등장 인물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부여해놓은 것인가? 

 그래도 스웨덴 예테보리라는 도시의 계절과 날씨, 풍경에 대한 묘사는 정말 좋았다. 문장이 참 좋은데 궁금해서 제대로 음미하지를 못하고 휙휙 넘기게 되어서 아쉽기도 했다. 이 작가는 낮에는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변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는데 이 책은 논리보다는 영감에 의지해서 쓴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다. 

 여기까지 써놓고 일찍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해가 안 되던 부분을 해결해 줄 수있는  조력자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키맨이 공범인지 그냥 범인이 그 사람을 이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범인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책에서 범인 오소리는 자기가 피해자를 어떻게 고르는지 알겠냐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던 건데 책 안에 답이 있었다. 

 와! 이 작가 정말 대단한데!! 그냥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치밀한 설계가 있는 책이었다. 내가 이 소설이 어설프거나 엉성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내가 이해력이 딸려서 였다. 내가 범인이 궁금해서 너무 빨리빨리 읽어버렸기 때문에 구조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일단 한개에서 다섯개로 별점부터 수정했다. 

아! 내가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은 다 책 안에 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진다. 적어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분리된 인격은 아니라는 건 이제 알겠다. 

 사람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의견을 낼 때는 - 특히 그것이 부정적인 거라면- 문제를 상대가 아니라 나한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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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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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는 이 소설을 자신의 언니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바친 소설도 그 전에 썼다고 하고 어머니를 위한 소설도 최근에 나왔다고 한다. 1967년 생이면 이제 곧 환갑이고 손주를 볼 나이인데 왜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을까? 아무리 풀어보려고 고민을 해봐도 풀리지 않는 것이 가족의 문제 같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고독하고 외로운 건 내가 부모님이 장남을 선호하는 집 둘째여서도 아니고 진정한 친구가 없어서도 아니고 남편과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들을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보내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은 내가 가장 처음에 만난 사람들이고 형제는 그 다음 함께 살게 된 사람들이다.  나는 이제 그 집의 그 딸이 되기 싫다. 나는 이제 이 집의 내가 되고 싶다. 정말 다 잊고 싶다. 나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중년여성이 되었는데 이런 책을 읽으면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이제 정말 과거를 떠올리기 싫다. 그래도 내가 떠밀려서 과거로 가지 않고 이 자리에서 버틸수 있는 건 내가 낳은 아이들 덕분이다. 이제는 나도 부모가 되어서 내 부모와 동등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딸이 아니라 내 자식의 부모로 내 몫을 한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부모한테 나를 봐달라고 하지 않는다. 나도 내 자식을 그렇게 봐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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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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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사를 하는 삶은 이제 바뀌어야한다. 나는 요즘 반반 문화가 참 좋다. 이렇게 시작하면 처음에는 좀 어설플지 몰라도 남녀 모두 사회적, 개인적 성취를 이루는데 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쓸수 있고 어린이집도 시간적으로 유연한 돌봄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물론 어린이집 선생님의 처우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면 자영업이나 야간 근무를 하는 부모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아질 것 같다. 나는 전업주부라는 직업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가사와 육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정 내 역할이 고정되어 버리면 사람은 없어지고 기능만 남는것 같다. 이집 부부처럼.. 모두가 다 피해자가 되는게 싫다. 

 나는 그 어떤 숭고한 미사여구로 이 소설을 포장한다 해도 권태가 낳은 비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부가 둘다 사느라 바빴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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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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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철학'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길게 집중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거의 일주일을 이 책에 매달렸다. 작가가 최대한 일상 언어로 쓰긴 했지만 워낙 추상적인 내용과 인용되는 구절도 많고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 구조여서 빠르게 진도를 뺄 수 없었다. 특히 언어를 설명하는 장에서는 내용의 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문법이 머리 속에 있다는 '촘스키'의 주장에 나도 수긍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호감이 많이 상승했는데 신에 대한 장에서는 나와 견해가 달라서 안타까웠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는 아주 어려운 부분은 없었고 뒤로 갈수록 이해가 잘 되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또 어려웠던 주제는 '알다'였다. 여기가 가장 철학적 논쟁의 중심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는데 그동안 아무런 의심도 없이 '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는데 '철학'의 '철'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밝을 철' 이라고 한다. 정신을 밝혀주는 학문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영어로 philosophy 는 진리를 사랑하는 것인데 어떻게 정신을 밝혀주는 학문으로 전달된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동의도 안된다. 차라리 '진리학'이라고 불렀으면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원래 궁금증으로 돌아와서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는 과연 있는가? 이 주제는 이 책에도 나온다. 내가 어렵다고 느겼던 '알다' 부분에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사람들은 그 '진리'라는 것에 이토록 다각적으로 매달려 왔다. 나도 그냥 별 관심 없이 살았던 '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니 이 책은 나를 제대로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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