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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폐함 - 삼대 여자들의 종가 혁신 연대기 ㅣ 출구 5
강여름 지음 / 봄알람 / 2026년 7월
평점 :
가부장제를 여성착취적인 제도라고 결정낸 후 그 세계를 떠나기까지 하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작가와 같은 1970년대 출생 여자이고 지금까지도 가부장제 가족안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다. 원가정에서나 결혼후 형성된 관계에서나 마찬가지다. 내가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대상은 어머니들이었다. 그들은 남편을 돌보는 역할을 당연히 받아들였고 그 역할을 거부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이향인'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조각 조각 얻어 들은 책 내용을 통해 집단 소속욕구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개인주의자인 나와는 다르게 양가 어머니들은 돌봄 노동을 통해 가족이라는 무리를 만들고 지키며 그 안에서 정서적 행복을 얻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돈을 못 벌어오는 남편조차 앉아서 밥상을 받으면서도 눈치보지 않는 당당함은 바로 그들이 부인에게 소속감을 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애초에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답답하고 귀찮기만 할뿐 행복도 안정감도 얻지 못했으니 어머니들이 무보수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한편 종가의 제사라는 것도 집단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에게는 제사가 소속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행사이고 사람들이 수십 명이 모이는 행사에 매번 누가 뭘 할 지 정하는 것도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힘 없는 여자가 하는 것으로 정해진 게 아닐지.... '식구들 다 같이 모여서 얼굴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면 된 거지, 가족끼리 누가 일 할지 따지고 그러는 거 아니다"라는 말에 가부장제 내 여자들이 설득당한 것이다. 내 눈에는 착취로만 보였던 일이, 그들에게는 무리를 지키는 결속의 방식일 수 있었다. 그런 견해 차이를 받아들인 후로는 가부장제에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전처럼 밉거나 답답하게 보이지 않아 내 마음도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