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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형 인간 - 중독과 충동에 휘둘리는 뇌 길들이기
대니얼 Z. 리버먼.마이클 E. 롱 지음, 최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물질'이다. 원제는 '도파민'이었는데 왜 번역이 되면서 '도파민형 인간'에 관한 책으로 변질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읽은 구판 표지에는 악마뿔과 꼬리까지 달린 새빨간색의 뇌 그림이 그려져 있고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쯤 되면 도파민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대놓고 유도하는 거 같다. 그런 의견이 나 말고도 있어서였을까 개정판의 표지는 문구가 달라졌고 악마뇌 그림도 빠졌다.
이 책은 도파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다 읽은 후에 제미나이와 함께 도파민과 신경전달물질, 뇌 구조에 대해서 3시간이 넘도록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 책의 후반부에서 주로 다뤄지는 DRD4 수용체에 대한 최신지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도파민의 합성과 분비 경로이다. 도파민은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져서 대뇌 바닥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측좌핵이라는 곳으로 분비되는데 측좌핵은 변연계에 속한다. 이 경로가 욕망회로라고 불리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파민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이거 말고 또 다른 경로가 있었다. 후자는 역시 복측피개영역에서 시작해서 대뇌피질로 연결되는데 이쪽은 논리적 사고에 특화된 영역이라고 한다. 전자는 '좀더'를 바라는 갈망을 만들고 후자는 '좀더'갖기 위한 방법을 마련한다.
도파민이 어느 단계부터 뇌에 관여하는지 궁금해서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가장 최초의 뇌가 나타나는 편형동물 플라나리아도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한다. 플라나리아가 설탕을 먹거나 잘린 몸이 복원될 때 등의 상황에서 분비된다고 하니 도파민은 정말 초기부터 동물의 'more'를 담당해 왔나 보다. 설마하는 마음에 식물도 도파민이 나오는지도 물어봤는데 나온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식물도 환경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데 도파민은 식물이 세포벽을 두껍게 하거나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견딜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도파민은 생명이 투쟁을 통해 more를 이뤄내는 물질이 맞는가 보다.
도파민은 그 자체로 보면 특징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반대 지점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과 비교해서 보아야 이해가 쉽다. 그래서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현재 지향적 회로로 설명한다. 세로토닌은 현재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옥시토신은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추구하게 한다. 하지만 도파민은 현재를 즐기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움직이도록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현재를 즐기는것 보다 힘들게 뻔하기 때문에 중독이나 쾌락이라는 보상을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정신질환과 도파민의 관계, 천재와 도파민의 관계, 모험과와 도파민의 관계, 정치성향과 도파민의 관계등 엮을 수 있는 건 가능한 많이 엮어놓았는데 지금은 틀린것으로 판명된 이론들도 있고 근거가 너무 빈약한 통계들도 많아서 굳이 다 읽을 필요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도파민의 두 경로를 나누어 설명한 것은 무척 유용한 정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독과 충동에 휘둘리는 뇌 길들이기'라는 부제에 걸맞는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도파민 회로와 현재 지향적 회로를 잘 조화시켜서 살라고 권하는 정도이다. 요즘 도파민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된 것 같으니 그 방법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