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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누군가 나에게
"당신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양철북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울었다.
새는 노래해야 한다. 그것은 새의 숙명이다.
작가는 글을 써야한다.
누군가 옆에서 죽어가더라도 새가 지저귀듯이 작가는 시대를 노래해야 하는 것이다.
새의 소리는 아름답다.
나는 아름답지 않은 작품은 새의 노래 같지가 않다.
그것은 파도소리나 바람소리는 될 수 있어도 새의 지저귐은 될수 없다.
권터그라스.. 사진을보니 묵뚝뚝해보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지 모르겠다.
그도 아마 마음으로 울면서 글을 썼을 것이다.
오스카는 마지막에 성장을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는데 나는 그 마무리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왜 이책을 좋아하냐고 제대로 설명을 해보라 해도 나는 할 수가 없다.
지식인의 서재가 새로 업데이트 될때마다 나는 책 구경을 한다. 그런데 서재주인의 마음을 엿볼수 있는 지표가 되어주는 책이 나에게는 양철북이다.
100권 안에 양철북이 들어있으면 나는 희망을 본다.
영화는 보지 못했고 책만 읽었지만 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에피소드와 장면들에 숨겨진 비유와 상징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감자밭에서 치마를 펼치고 앉아있던 할머니가 쫒기던 사내를 치마밑에 숨겨줬던 것인데.. 작가의 상상력과 창작력에 강펀치를 맞은 느낌이 든다.
나는 책을 읽고나면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이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기때문인데 양철북은 책을 다 읽고도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보면서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시작하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불현듯 양철북이 떠올랐다.
그건 아마도 화장실에 쟌 모리스의 50년간의 세계여행 이라는 책을 들고들어가 유럽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을 읽었기때문인것 같다. 유럽->양철북 이라는 연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래서 몇개월동안 벼루던 양철북 리뷰를 드디어 쓰게 되었다.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영혼을 강하게 단련해주고 마지막으로 살아갈 희망과 힘을 주는 이책이 있어서 나는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