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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한국 건축 - 프랑스 건축가 25인의 한국 현대건축 여행
강민희 지음, 안청 그림 / 아트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송원아트센터 - 북촌
미메시스뮤지엄-파주
리움미술관- 한남동
요즘 혈당이 자꾸 올라서 더 이상 먹는 낙으로 살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가도 '어디 가서 뭘 먹을까'가 제일 중요한 사람인데 나이 50에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은 8할 이상이 먹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입속에 뭔가를 집어넣고 맛보고 즐기고 삼키면 기분이 좋아지고 적당히 노곤 해졌다.
그건 아마도 혈당스파이크 증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먹고 나면 졸려서 책상에 엎드려 몇 십분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개운하게 오후 일과를 시작했었다.
혈당스파이크 후에는 꼭 약간의 저혈당이 따라오기 때문에 다음번 식사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허기와 음식에 대한 갈망은 무척 컸다. 나의 삶은 단순했다. 먹고 일하고 먹고 일하고 먹고 자고...
그 사이에 다른 취미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 중년 여성이 되어 뱃살이 나오고 체중이 늘고 혈당이 계속 오르니 치료의 차원에서 먹는 것을 줄일 수 밖에 없어졌다. 음식의 양과 종류가 너무 심하게 줄어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달달 하고 기름지고 고소한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지?
외식은 동적인 행동과 정적인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행위이다.
무엇을 먹을지 정보를 얻어야 하고 그중 한 가지를 정해서 그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오감을 만족 시키는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체중 감소를 위해 등산을 많이 다녔다. 새로운 산을 찾아 등산을 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나를 어느 정도 만족 시켜 주었다. 하지만 등산에서 뭔가 도시적이고 세련된 만족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산은 사람들과 멀리 있다.
그래서 내가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어디를 가볼까 결정을 하고 그곳으로 이동해서 외부와 내부를 구경하는 것.. 이것은 외식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이 책을 뽑아서 읽어보게 되었고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나의 니즈를 만족 시키는 건축물들을 잘 소개해주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의 건축가들에게 한국의 건축을 짧은 일정 안에 보여준다는 것은 막막하기도 했을 것 같다. 얼마나 추리고 추렸을지 저자의 고심을 알 수 있겠다.
그 덕에 나도 횡재를 했지만...
나는 만족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성격이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하고 편하게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그 욕구를 채울 수 있었지만 나의 췌장이 더 이상의 폭식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미술관을 다녀보려고 한다. 그래서 위에 써 놓은 세 곳을 제일 먼저 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