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일 - 매일 색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컬러 시리즈
로라 페리먼 지음, 서미나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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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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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검정, 흰색, 회색 대체로 무채색이 가득합니다. 레이스가 달리거나 장식이 없는 밋밋한 무늬도 없으면 좋구요. 그래서 솔직히 유행을 타지는 않아서 오래 두고두고 입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컬러플한 것을 싫어해서는 아닙니다. 집안 곳곳에는 화려한 그림과 인테리어 장식이 많은데 유독 의상은 그렇지 못해서 지인들이 자주 지적을 하는 편인데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의상코디가 너무 어렵고 번거로와서 시간을 그곳에 쓰는게 아깝기도 했습니다.




<컬러의 일>을 읽으니 색채 심리학에 대해 나와 있어서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우리에게 색이 미치는 영향이 심미적인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하고 색이 우리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감각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리액티브 레드 같은 색을 보면 우리 뇌는 위험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므로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반면 베이커밀러 핑크 같은 색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얻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색이라고 합니다. 컬러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의상코디에 앞으로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일상생활에 많이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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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9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종소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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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상) 완독


 

 

가문, 서자, 신부, 자작, 출세등 전쟁과 평화 상권에서는 주인공들이 전쟁과 삶 사이를 오가면서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행복하게도 나를 받아들여 준 사교계 여성들의 지성과 교양이 지닌 매력에 흠뻑 빠져서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전쟁이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삶과 그 의미를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주인공은 두 청년 안드레이 볼콘스키와 니콜라이 로스토프입니다. 1805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안드레이 볼콘스키와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러시아를 위해 전쟁에 참가 했지만 아우스터리츠에서 러시아군은 크게 패하고 맙니다. 한편 안드레이의 친구 피에르는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자기 아버지인 베주호프 백작의 막대한 유산을 갑자기 아들로 인정받고 상속받게 되면서 갑자기 신분이 상승하게 되고 아우스터리츠 전투에 참가한 안드레이는 부상을 입고 인사불성에서 겨우 깨어나게 되는데 나폴레옹의 목소리를 듣고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눈에 비치는 끝없는 가을 하늘에서 영웅적 행위의 덧없음을 깨닫고 귀향하지만, 아내를 산후병으로 잃게 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이겠죠. 바실리 공작은 안나 파블로브나의 외아들 보리스를 가곡히 부탁한 드루베츠카야 공작 부인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세묘놉스키 근위 연대에 준위로 넣어주었습니다. 쿠투조프의 부관이나 수행원으로 두 번째 부탁을 예견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보리스는 피에르에게 블로뉴 원정에 대해서도 빌뇌브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성인 남자라고 전시에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자신만만한 피에르와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모스크바를 사로잡은 중요한 소식은 노백작 베주호프의 죽음과 그분의 유산 상속인 피에르가 전 재산을 상속받고 합법적인 아들로 인정받아 러시아에서 가장 막대한 재산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바실리 공작은 비열하게 중간 역할을 하며 부끄럽고 창피했는지 페테르부르크로 떠났습니다. 이제 상속문제가 해결되니 사생아라고 무시 할때는 언제고 사람을 돈으로 평가를 하는 속물들인가 봅니다. 혼기가 찬 딸들을 둔 어머니들과 아가씨들이 피에르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p.201 모든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용서도 하는 거야.

 

아들은 자고로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들 하지만 혹시 잘못된다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들한테 냉정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안드레이 공작은 전쟁의 전반적인 추이에 자신의 주된 관심을 두는 사령부의 몇 안 되는 장교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퍼져 있던 소식은 오스트리아군이 패했고 울름 부근의 군대 전체가 항복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집니다. 자만하던 오스트리아가 치욕을 당한 것과 자신의 영웅 보나파르트를 생각하며 초초해 집니다.

 

 

쿠투조프는 정찰병을 통해 자신의 군대를 궁지에 가까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정찰병은 대규모 병력의 프랑스군이 빈의 다리를 건너 러시아에서 오는 부대와 쿠투조프 사이의 연락로로 향했다고 보고하는데 쿠투조프가 크렘스에 남겠다고 결정한다면 나폴레옹의 15만 군대는 모든 연락로를 차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오는 부대와 합류를 해서 퇴각할지 세 배나 우세한 적과 행군 도중 전투를 치르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주말 아침은 전쟁과 평화로부터

 

 

로스토프는 불 위에 흩날리는 작은 눈송이를 바라보며 러시아의 겨울을, 따뜻하고 밝은 집과 푹신한 털외투와 빠른 썰매와 건강한 육체와 가족들이 넘치는 사랑과 보살핌을 떠올리며 ‘난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을까’ 생각합니다. 무섭고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포탄이 떨어지고 총탄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며 적군과 싸워야 하는데 이 모든 일은 개인보다는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야만 하는 군인들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프랑스군은 다행히 공격을 재개하지 않았고 바그라티온 군대의 살아남은 병사들은 쿠투조프의 군대에 합류했습니다.

 

 

돈이 참 무섭죠. 느닷없이 부자가 되고 베주호프 백작이 된 피에르는 이제 삶이 달라졌습니다. 당신은 보기 드문 인자함으로,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당신은 너무 순수해서, 전에는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던 사람들이 이제 부드럽고 다정하게 대해줍니다. 한달 반 후 그는 엘렌과 결혼식을 올리고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아름다운 아내와 수백만 루블을 가진 행복한 남자로서 새롭게 단장한 베주호프 백작가의 피테르부르크 대저책에 거쳐를 잡습니다. 돈과 명예 아름다운 부인까지 피에르는 이제 꽃길만 걸을까요

 

 

아우스터리츠 전투에 참가한 안드레이는 부상을 입고 인사불성에서 깨어나 귀향하지만 아내는 아기를 낳고 사흘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드레이 공작에게 불운이 계속 되는군요.한편 돌로호프와 베주호프의 결투에 로스토프가 관여한 사건은 노백작의 노력으로 무마되었고 로스토프는 자신이 예산한 대로 강등되는 대신 모스크바 총독의 부관으로 임명됩니다.

 

피에르는 아내와 담판을 지은 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여러 날은 온종일 책을 읽으며 자신이 아직 알지 못했던 기쁨, 완성에 도달할 가능성 오시프 알렉세예비치가 열어준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기쁨을 이해하는데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술, 폭식, 무위, 게으름 , 성급한, 적의, 여자 등 자신의 죄악을 꼽으며 이제 변화된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듯 보입니다.

 

 

피에르는 빌라르스키가 들이댄 장검에 드러난 가슴을 맡기고 한쪽은 맨발로, 다른 발은 신을 신은 채 고르지 않은 걸음으로 어둑한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우리의 사원에서 우리는 선과 악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 외에 다른 단계는 알지 못한다.” 피에르는 드디어 프리메이슨 지부에 가입하게 됩니다. 지금의 마음을 종교의 힘에 기대어 보려고 한는 것 같습니다. 너무 깊숙이 빠져든건 아닐까요

 

 

로스토프가 떠나온 군 전체에 걸쳐 그랬듯이 나폴레옹 및 프랑스인들과의 관계를 적에서 친구로 바꾼, 군사령부와 보리스의 내면에서 일어난 그런 대변혁은 로스토프의 내면에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군에서는 보나파르트와 프랑스인들에게 적개심과 경멸과 두려움이 뒤섞인 이전의 감정을 여전히 계속 느끼고 있었고 로스토프는 플라토프의 가자크 장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약 나폴레옹이 생포되면 군주가 아닌 범죄자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리스는 군생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수고도, 용맹도, 끈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해 보상해 주는 사람들을 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자신의 빠른 성공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고 오직 출세만을 위해 달려온 보리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1806년 초,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휴가를 받아 꿈에 그리던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군대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온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가족들에게는 최고의 아들로, 영웅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니콜루시카로 대우받았습니다. 군대에 복귀할 때까지 모스크바에 머물던 짧은 기간동안 열여섯살 매력적인 소냐와는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고 자유로운 몸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제3부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각각의 인물들은 각자의 슬픔·기쁨·고민 등 많은 생활을 통하여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을 전쟁을 통해서 더욱 드러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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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 1세대 페미니스트 안이희옥 연작소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가 된 일상의 기록
안이희옥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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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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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아침 햇빛은 왜 저녁 햇살보다 짧고 투명하고 날렵한 걸까요?

 

30년 직장 생활 끝에 장만했던 소형 아파트를 팔게 되면서 하늘은 무섭도록 푸르고 싸늘하다고 소설은 시작합니다. 독신의 삶이 지금은 많이 이해되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면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도시 한구석에 간신히 작은 둥지를 튼 다음 어떻게 지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실은 르포처럼 쓴 부분도 있고 상상이나 은유를 활용한 부분도 있어서 사실도 허구도 아닌 묘한 소설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외국 성인의 이름 중에 작가 성인 안씨와 비슷한 안젤라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1995년 독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그린 여자의 첫 생일의 작품에 이어 노년에 접어든 독신 여성의 삶과 기억을 안젤라 라는 작품 속에서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된 안젤라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p.46 “우리는 귀신처럼 살아냈어.”

 

때는 유신 시절인가 봅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잡혀가고 끌려가고 잠복했던 시절 주인공도 그 장소에 있었습니다. 저항 운동이 실패한 분노를 열심히 소설로 썼고 교내 문학상에 당선되지만 검열에 걸려 발표는 못하고 어렵게 교사가 되었지만 민중교회와 야학을 만드는 운동에 참여해서 해직이 되고 아버님의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인생은 작가의 말대로 망가졌다고 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때 온몸을 내던진 시민들, 척박한 남성 위주 사회에 평등을 씨앗을 뿌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안젤라가 전해 줍니다.

 

<나〉의 기억을 교차하여 진술합니다. 개인의 삶에 침투한 시대적 아픔을 거울상으로 드러내며 자신이되 여성 공동체의 일부이기도 한〈안젤라〉라는 화자를 끄집어내며 <제망매가>에서는 후배의 암 진단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갈등과 불신이 청산되지 않은 운동권 내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여성의 관계 맺기를 인정하지 않는 남성 위주의 사회 통념을 이야기 합니다.

 

 

안젤라는 성적으로 실연을 당했고, 경제적으로는 집이 압류를 당하고, 1979년 긴급 조치 위반으로 구금된 후 정치적으로는 고문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습니다. 스무 살부터 스물 다섯 살까지 짧은 청춘 시절에 연달아 받은 충격적인 일로 인해 급성 정신병이 생겼습니다. 퇴직한 후에는 평범한 할머니로 봉사하고 글쓰다 조용히 세상을 뜨는게 소원인제 경제적 어려움이 노후의 안정을 또 위협합니다.

 

 

더는 지킬 것도 잃을 것도 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함께 누리는 인생의 황혼, 얼마나 개운한가? 빈손으로 왔다가 맨몸으로 떠나가는 영원한 생명으로의 긴 여정, 얼마나 아름다운가? -p.310

 

 

 

작가는 소설이란 삶에 대한 통찰과 시대에 대한 증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혜가 덜 깨서 애증의 굴레에 얽힌 점이 많지만 어떤 원한도 평화의 에너지로 바꾸어 나갈 자세가 되어 있다고 비슷한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통하는 이야기 거리가 반드시 있습니다. 안젤라의 삶을 관찰하는 독서가 우울한 시대를 힘차게 헤쳐 나갈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작가뿐 아니라 책을 읽은 독자의 마음과도 같았습니다. “사회 참여의 기억을 씨줄로, 가난한 노년의 삶을 날줄로 삼아 여성 서사를 직조해 내는 것” 기억하고 싶은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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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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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스스로 자립하게 만드는 것은 어른의 도움도 있겠지만 부모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열여섯살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성장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포기하면 안된다고 깨우쳐 주셨던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자 집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대부분이 그렇듯 부모님들은 자녀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혼을 했고, 서부 텍사스 목장에서 소나 키우면서 살기를 원치 않았던 어머니는 목장을 팔려는 생각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았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는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 존은 자신의 말 레드보를 몰아 친구 콜린스와 함께 멕시코로 향합니다. 그 길에서 둘은 말썽꾼 블레빈스를 만나 총격전을 벌이는 등 온갖 우여곡절 끝에 국경을 넘어 한 마음다운 목장에 도착하는데 존의 말을 다루는 실력을 인정해 준 목장 주인의 딸 알레한드라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여행 중 겪었던 말 도둑 사건에 휘말리며 존과 콜린스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후 오래지 않아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용기는 언제나 지속되는 법이며,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읽으며 시적이고 매혹적인 문체에 감동받는 작품입니다.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의 탄생을 알린

아름답고 잔혹한 서부의 묵시록 국경 삼부작그 첫 번째 작품

 

 

말과는 달리 사람은 결코 영혼을 공유하지 않으며,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롤린스가 서툰 스페인어로 말도 천국에 가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은 천국 같은 것이 필요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존 그래디가 지상에서 말이 모두 사라진다면 말의 공동 영혼도 새로 영혼을 나눠 줄 말이 없으므로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인은 신이 그런 것을 허락할 리도 없는데 말이 사라지는 일 따위를 묻는 것은 어리석다고 대답했다. --- p.166

 

 

캄페시노(농부)들이 무명천으로 덮은 채소 바구니를 들고서 맨발로 걷다가 길가에 몸을 바짝 붙이거나 수풀이나 선인장 사이로 몸을 피하고는 말을 모는 젊은이와 입에 거품을 물고 재갈을 신결질적으로 씹어 대는 말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젊은이들은 낯선 언어로 소리치며 침묵의 분노 사이를 달려갔다. 하지만 분노는 젊은이들이 차지한 공간에 전혀 끼어들지 못하는 듯싶었다. 그들이 사라진 거리는 변함없이 예전으로 돌아갔다, 먼지, 햇빛, 새들의 지저귐 --- p.177

 

그는 모자를 손에 쥔채 당신은 나의 아부엘라라고 말하고 스페인어로 작별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려 모자를 쓰고 눈물 젖은 얼굴로 바람을 맞았다. 그의 마음을 진정하려는 듯, 혹은 땅을 축복하려는 듯, 혹은 늙든 젊든 부자든 가난하든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세상을 늦추려는 듯 잠시 양손을 뻗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몸부림치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세상은 달려갔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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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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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보통 한 권의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와 한 사람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될까요? 작가, 삽화가, 번역가, 편집가, 기획자, 디자이너, 사진가, 인쇄전문가, 후가공전문가, 제지업자, 법률팀, 마케터, 판매처 직원들, 배송업자, 총무팀 등 ... 책 한권이 많은 사람들의 수고에 의해 독자에게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읽게 된 책이 오래되거나 파손된 경우 책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책수선가에 관한 책입니다. 책수선가는 기술자이며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입니다.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들, 추억의 농도,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 그리고 40년이 다된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으로 관심이 가는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냥 색이 바래서 누렇게 되고 겉표지가 닳았어도 세월의 흐름인냥 그냥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멋지게 새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도 책을 읽으니 듭니다.

 

 

수선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수리도 있지만, 수리는 보다 기계적인 물건을 고치는 데 사용하는 말이고 수선은 천과 직조물을 고치는 데 적합한 표현이라고 한다. 씨실과 날실이 얽혀 한 장의 천을 만들어내듯 종이도 섬유질이 서로 얽힘으로써 한 장의 종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는 책 수리보다는 책 수선을 고르게 되었다._ p.40

 

나는 책 수선의 이런 유연한 변화와 닮음이 좋다.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런 흔적이 보다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각각의 책이 쌓아온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주는 일이 책 수선가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_ p.48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무너진 책등을 바르게 세우고, 사라진 조각을 채우면서 책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커버나 지지대, 혹은 케이스를 만들어주며 책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하다 보면 사람의 인생처럼 책에도 한 권 한 권 각자만의 책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연들과 파손된 책과 주인의 추억,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_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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