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연대기 3 - 새 잡이 사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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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7 우물 입구는 닫히고, 빛은 어디에도 없다. 때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결정적으로 단절된다.

 

 

일년 전에 행방을 감춘 와타야 노보루 고양이가 돌아왔습니다. 고양이의 몸에는 얼굴에서 꼬리 끝까지 온갖 곳에 마른 흙이 들어붙어 있었고 털이 뒤엉켜 실 뭉치 같았지만 구석구석 살펴 보았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고양이의 가슴에 손을 대고 그 심장의 박동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제 와타야 노보루는 삼치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작가는 정신적 기둥을 잃어버린 시대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황폐를 치유하는 존재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세계에서 도오루는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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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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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유골에는 후세 사람들을 위하 저마다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뼈의 방>은 기중 받은 유골을 모아 둔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을 말합니다. 기술의 발달로 사라져가는 활판 인쇄를 되살리고자 현대지성에서 <뼈의 방> 당신의 이름을 간직 하세요 라고 독자의 이름을 직접 새겨 ‘납 활자’와 책을 같이 보내주셨습니다. 소중한 의미로 잘 간직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서는 존경심을 발견하지만 죽은 자들에게서는 오직 진실만을 발견한다.-볼테르

법의인류학자의 마지막 목표 가운데 하나는 죽은 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누구든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든, 심지어 배후에 군대나 정부가 있든지 간에 상관없이 말이다. 억압받고 착취당한 사람들, 살해된 사람들, 학대를 당하고 연고자도 없이 아무 데나 묻힌 사람들, 집단 무덤에 묻힌 사람들을 위해 더욱 그래야만 한다. ---p.35

인 중독성 괴저에 걸리면 치통이 생기고 치아가 빠진다. 그런 다음 얼굴이 부어오르며 아래턱에는 화농 즉 , 곪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아래턱을 따라 얼굴 부위가 부패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사한 턱이 드러난다. 인이 지나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에는 어두운 곳에서 턱이 빛나기도 한다. 유일한 해결책은 인이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되면 거의 불가능하다.---p.57 아래턱이 사라진 사람들 중에서

 

 

우리 몸에서 몸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조직중 하나입니다. 뼈는 지난 수백년, 심지어 수천년 동안 진화를 해왔고 과학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여 고고학자나 관련 전문자들이 뼈의 단서와 특징을 해독하게 되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태도로는 죽음을 막을 수 없고 진상이 밝혀진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뼈에 남겨진 흔적을 토대로 우리는 망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법의인류학자의 본분은 말할 수 없는 망자를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매일 현장을 뛰어다니면 유골을 연구하는 신진 법의인류학자로서 누군가는 해야할 중요한 일입니다.

 

 

뼈의 방은 현대지성에서 보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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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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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지 않으면 세상의 반응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 칼 구스타프 융

 

 

“자화상을 그리는 건 내가 숨기고픈 연약함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색칠공부를 하던 꼬마 화가에서 미대생이 되면서 해를 넘길수록 인물화에 만족감을 가지고 드로잉 작업을 해온 오은정 화가는 2011년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지금 시작하는 시리즈’.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에 이은 마지막 이야기는 자화상 그리기입니다.

 

 

p. 72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는 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는데도 한 계절만 겪는 것과 같은 걸까? 다양한 온도와 색을 경험할 수 없어서 여름이 있는 줄도 겨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거나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지도. 그럴 땐 내 과거를 회상하며 나를 설레게 했던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 또한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p. 129 그림 속 내 눈엔 수많은 감정이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나는 그녀와 협력하고 싶었다.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니?’ 상쾌하고 개운했다. 다시는 나를 자책하고 지하세계로 끌고 들어가지 말자고 다독였다. 그림 속 그녀를 끄집어내 줄 사람은 나밖에 없고 그녀는 나를 가장 빋고 있다.

 

 

작가는 직설적인 표현이 때로는 오해를 불러 오기도 하지만 원래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차가운 척 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대상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그 시간 동안 대상을 생각하는 일과 같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자화상을 그린다는 건 거울을 보는 것과 달라 그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탐구하게 되고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로잉의 세계와 명화를 보는 즐거움까지 책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고, 내 얘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자화상의 핵심이 아니고 자화상을 만들어내는 목적보다는 자화상을 준비하고 마주하는 모든 과정을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잘 그린 결과물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스케치를 보니 선하나 하나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를 드러내고 들여다보며 과거, 현재,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진실된 시선과 감정을 찾아가는 여정, 그 여행길 끝에 다다르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의 자화상은 물론 다를 것입니다. 자화상 그리기를 통해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제 자화상을 그릴 준비가 됐나요?

 

 

 

안그라픽스에서 지원해 주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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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
리타 샤론 외 지음, 김준혁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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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과 환자가 문학을 진지하게 읽으면, 우리의 의료는 더 좋아질 것이다.”

서사학이 다른 학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는 책으로 의료인과 환자가 문학을 읽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서사의학이 무엇인지 환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는 현대의학이 나아가야 할 공감과 연대의 이야기입니다. 환자에게 치료를 해서 회복을 주는 것이 의사의 본분인데 의료인이 환자에게 보이는 태도가 좋으면 진료 결과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감정이 사라진 의료 환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컬럼비아대학교 내과 의사이자 문학 연구자인 리타 샤론을 비롯한 교수진 8명은 의학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을 망라한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는 의과대학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연구·발전시켜 2017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이들은 의료에 의사와 환자 사이의 공감이 있어야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공감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엄정한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연구 했습니다.

p.425 존재와 돌봄의 균형과 통합은. 우리가 추구하고 꿈꿀 때 우리 손 밖에 잇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돌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통해 균형과 통합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마지막으로, 캉길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병자를 고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건강이다.

p. 454 컴럼비아 서사의학은 특수한 인식과 실천의 방법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서사’는 영미 신비평을 중심으로 독자 방응 이론, 해체론, 서사학을 연결한 문학 이론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의학은 실험실 의학을 넘어 정보 의학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 의학을 말한다. 둘을 연결한 서사의학은 문학 이론을 거쳐 현대 의학에 접근하며, 초기 의학교육과 의학적 면담의 방법론으로서 구상되었던 것은 교육적. 실천적 구체화와 함께 점차 확장되었다.

책에는 의료인에게는 문학적 글쓰기, 즉 ‘이야기(narrative)’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문학적 글쓰기 훈련을 통해 의료인이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지금의 의료는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를 일상으로 복귀시켜줄 것이다.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정 행위는 평생 타인과의 상호주관적 관계를 다루고 반응하는 능력의 기본이 되며, 인격을 바로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환자의 의료인 사이의 공감대가 먼 지금, 현재의 의료 시스템으로는 미래에는 반드시 실현될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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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그리는 소녀
조이스 시드먼 지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림, 이계순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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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애폴리스 미술관에 갔을 때 마리아가 수리남에서 그린 복잡하고 섬세한 그림들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고 마리아의 삶에 매료되어 17세기 독일 박물학자의 전기를 다룬 이유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 위해 직접 애벌레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열정도 대단합니다. 이 책은 마리아 메리안의 삶과 예술을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고 자세하게 소개한 작품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마리아는 예술과 과학을 조화시킨 여성 박물학자이고 남성이 주도하던 예술과 박물학 영역에 뛰어든 용감한 여성이며 곤충의 변태에 관심을 가진 초기 곤충학자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p.21 송아지는 암소에서 나오고 새는 알에서 부화 하는데, 그럼 곤충은? 어떤 사람들은 곤충은 오래된 것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p.87 당시 유럽에서는 이 ‘호기심 보관함’이 대유행이었다. 희귀하고 변난 물건일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마리아는 점점 더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기 시작했지만 마리아가 여자기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화실의 견습생이 될 수도 없고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을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관습은 인물이나, 도시경치를 그리는 일은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마리아는 양아버지의 그림들을 베끼면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고 꽃 상인들이 새로 재배한 품종을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 만든 홍보책자도 만들었습니다. 그당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영웅들은 모두 여성들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칼 린네가 생물을 분류하기 전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제안하기도 전에, 그리고 파브르보다 100년을 앞서간 과학자 우리가 몰랐던 예술가인 여성 곤충학자(세계 최초의 생태학자) 마리아 메리안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위한 뜨거운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근면함을 지닌 여인”

마리아의 그림은 아름답고 생생하며 정밀했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과학적이었습니다. 마리아는 그 책에서 50마리가 넘는 나방과 나비의 변태에 대해 이야기 했고 각각의 변화 단계에 걸리는 시간, 거듭된 실험과 실패, 그리고 마리아가 관찰한 다른 곤충의 흥미로운 행동들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사람들이 곤충의 세계를 이해하고 제대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분주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마리아는 이제 예술가로서 그리고 여성사업가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합니다. 학자와 의사, 식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공유하려고 마리아를 찾습니다. 마리아는 먼 곳에서 온 이국적인 나비들을 들여다보며 죽은 나비들이 화려하고 반짝이고 있는 것에 반했습니다. 나비에 푹 빠진 소녀는 성장해서 2019년 로버트 F. 시버트 메달 수상작가가 됩니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는 고생 끝에 1705년에 네델란드어판과 라틴어판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곤충을 그릴 때, 마리아는 왜 그 곤충이 좋아하는 식물과 함께 그리려 했을까? 마리아는 왜 그토록 집요할 정도로 철저하게 기록했을까? 어쩌면 현장에서 몇 년 동안 꼼꼼하게 연구했던 경험 덕분일 것입니다. 고전적인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보다 좀더 예리하게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란 단어는 마리아가 사망하고 난 뒤 50년이 지나서야 등장했고 마리아는 시대를 앞서간 세계 최초의 생태학자라고 불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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