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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평점 :

1789년 7월14일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먹고 사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 가난한 민중의 소리를 외면 해서는 안됩니다. <7월 14일>은 프랑스 혁명사에 희미하게 기록되거나 기록되지 않고 잊힌 민중을 내세워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점령의 현장을 생생히 그려 낸 작품입니다. 콩쿠르상 수상 작가 에르크 뷔야르는 책에서 혁명을 이끈 주인공은 글을 모르는 사람, 땀과 먼지를 뒤집어쓰며 푼돈을 버는 노동자, 백수건달, 시골 사람, 죽은 형제의 얼굴을 확인하는 동생입니다. 저자 뷔야르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지으며, 과거를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환기하고자 책을 썼다고 합니다. 21세기 세계 경제도 18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사건이 낯설지 않습니다.
사태를 직면하려면 이름 없는 군중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글로 옮겨지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선술집, 떠돌이, 세상 밑바닥, 물건을 지칭하는 사투리, 구겨진 돈, 빵 부스러기까지 낱낱이 따져 봐야 한다. 바닥이 문득 입을 연다. 입이 없고 말을 잃은 숫자로 치환된 무수한 군중이 보인다. --- p.90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고, 지평선이 너무 암울할 때면 서랍을 열고 돌로 유리창을 깨고 창밖으로 서류를 내버려야 할 것이다. 법령, 법, 조서, 이런 것들 몽땅! 그것들은 천천히 추락하고 주저앉으면서 시궁창에 소나기처럼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오일장이 끝난 후 가판대 밑에서 소용돌이치는 기름 먹은 포장지들처럼 밤새도록 서류 뭉치들이 어둠 속에서 굴러다닐 것이다. 그러면 아름답고 재미있고 신날 것이다. 우리는 혼란한 지옥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 날아다니던 종이가 추락하여 흩어지는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다. --- p.208
사람들은 하루 이틀 정도 시위에 나섰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레베용과 앙리오는 싸구려 술 몇 잔을 들이켜고 빵으로 배를 채우면 된다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레브 광장에 모여 항의만 하며 일생을 보낼 순 없습니다. 그런데 항의 시위는 도무지 그치지 않았고 그것은 마치 몸집이 거대한 교통 경찰관이 우리 식량의 흐름을 정리하듯 맛있고 싱싱한 것은 베르사유로, 싱겁고 시든 것은 파리로 갔습니다. 바스티유에 모인 민중의 대다수는 주린 배를 채울 빵과 따뜻한 자자리를 원했을 뿐 자유나 평등같이 추상적인 단어에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절대다수가 문맹이라 장자크 루소의 책을 읽을 수도 없고 라파에트라는 인물이 누군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프랑스 혁명도 동서고금의 여느 혁명처럼 불평등과 가난에서 촉발되었습니다.
작품속 주인공은 따로 없습니다. 역사에 그저 군중 폭도, 혹은 통계 숫자로만 언급된 장삼이사 어중이 떠중이를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소수의 개인을 주인공으로 모두를 책에 등장시켰습니다. 부야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혁명을 이끈 주인공은 글을 모르는 사람, 딸과 먼지를 뒤집어 쓰며 푼돈을 버는 노동자, 백수건달, 시골 사람, 죽은 형제의 얼굴을 확인하는 동생, 저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의도를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민중의 힘을 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7월14일은 제목 그대로 1789년 7월 14일 하루 동안 바스티유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다룬 작품입니다.
바스티유를 지키려는 측과 빼앗으려는 측 사이에 벌어진 충돌이었습니다. 군중이 원하는 것, 들어보려 하지 않는 의원들은 자신만의 생각, 이해관계, 의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전모는 드러나며 평원파냐, 산악파냐, 제헌파냐, 국민 의회파냐 우유부단이나, 민중의 의지나, 튀리오 대표단은 생루이드라쿠리트지역에 도착해 군중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포는 이미 철수했고 장전도 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려 했고 그들은 탑 위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중상을 입고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 그의 시야에 들어온 마지막 장면들 21세기 쉽지 않은 경제상황 속에 18세기의 사건이 왠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은 마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