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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ㅣ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평점 :

책을 읽기 전 우선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바바야가는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마녀를 뜻한다고 합니다. 불평등한 제도, 남성 우위의 사회 시스템에서 각성하는 두 여자 요리코와 쇼코의 하드보일드 액션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1981년 도쿄 출생으로 소설 <탐정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탐정>, <이상한 리스토란테―기묘한 손님을 위한 아 라 카르트>, <우리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에세이 <어차피 몸이 목적이죠> 등 다수의 작품을 쓴 작가입니다.
어느 날 거리에서 여자라고 얕잡아보며 시비를 거는 남자들을 거침없이 때려눕히던 요리코는, 근처를 지나다가 요리코의 싸움 실력을 눈여겨 본 야쿠자 조직의 행동대장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됩니다. 야쿠자 스무 명과 호각으로 맞설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아 본진에 고용된 요리코에게 야쿠자 조직의 회장이 다짜고짜 자신의 딸 열여덟 살 나이키 쇼코 을 지켜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지켜 주고 싶지만 소중한 딸이라기 보다 애완견을 아끼는 듯한 몸짓에서 외동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것 같았습니다.
신도의 몸속을 피처럼 마구 돌고 있던 폭력을 향한 욕망은 40년 동안 동면에 든 곰처럼 깊숙한 곳에 조용히 억눌려 있었다. 싸움 잘하는 덩치 큰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skus 그방 추격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주먹을 봉인하고 싸움을 그만두었다. 이상하게 고통은 없었다. ---p.176
남자로 보이는 자와 여자로 보이는 자가 함께 살면 당연히 부부로 간주된다. 틀에 박힌 세상일수록 속이기 쉽다. 일단 틀에 박힌 듯이 행동해 버리면 주위 사람들은 신도와 쇼코가 애초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부류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p.171
운전기사겸 보디가드라는 일이 주말도 없고 공휴일도 없이 휴일에도 크고 작은 일정들이 꽉차있었습니다. 회장의 금지옥엽 외동딸은 나이 답지 않게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무표정한 얼굴을 가졌고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경계하던 요리코와 쇼코는 차츰 상대의 절박한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가까워 집니다. 신도 요리코와 나이키 쇼코는 활약에 이야기는 흥미로워 집니다. 작가 오타니 아키라는 2018년부터 여성끼리의 연대를 관철한 소설시스터후드를 쓴 작가로 지금껏 일본에서 출간된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주인공을 여성으로 했습니다. 작품에서는 전투 미소년 같은 판타지적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바바야가의 밤에서는 신도 요리코의 외모에 관한 세세한 언급은 피했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폭력이 유일한 재능인, 싸움의 신과 같은 강한 언니를 우리 독자는 많이 기다려왔습니다. 여성은 약하고 힘이 없고 항상 희생을 강요당하며 남자들에게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금껏 작품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야쿠자 두목을 죽이고 신분세탁을 하는 등 범죄에 가담하지만 슬라브 민화에 등장하는 마귀할멈 바바야가처럼 엄청 강하고 마음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만 착하고 친절한 여자애가 간절히 부탁하면 어려운 일을 도와주기도 하는 자유로운 할머니로 늙어가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곳이 아닌 바다 건너 북쪽의 할머니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쇼코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평등한 제도, 남성 우위의 사회 시스템 많이 달라졌고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일장풍파를 거쳐 의기투합한 끝에 급기야 자신들을 가둔 세상을 박차고 나오는 두 여성의 통쾌한 이야기 재미있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