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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56개국의 언어로 사랑받은
터키의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
페리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엄마와 종교에 회의를 가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상반된 이념을 지닌 부모 사이에서 페리는 끊임없는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랐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페리는 그렇게 자라 성년이 되면서 지식의 탐구를 중요하게 생각한 아빠에게 좋은 딸이 되고자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이브의 세 딸은 중동권의 종교 문제와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터키 작가 엘리프 샤팍의 장편소설은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는 터키 문학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016년 이스탄불에 존재하는 주인공 페리의 현재와 1980년대 유년의 과거시절로부터 2000년대 그녀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시절의 과거와 교차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세 아이의 엄마인 페리는 초호화 파티에 초대되어 딸과 함께 길을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인해 차를 정차한 사이에 강도를 만나 뒷자석에 놓은 핸드백을 빼앗기고 딸의 간곡한 말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강도를 쫓아갑니다. 강도는 핸드백에 있는 물건들을 쏟아내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페리의 지갑 한쪽에 감춰 두었던 사진 한 장이 모습을 드러납니다. 그 사진은 페리가 애써 묻어 둔 오래된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그 사진으로 인해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페리를 과거의 회상으로 데려갑니다.
주인공 페리와 그녀의 친구들, ‘이브의 세 딸’이 나옵니다. 종교를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비판하는 무신론자 쉬린, 히잡을 쓴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마음이 따뜻한 모나와 종교와 무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페리. 서로 다른 중동권의 세 여성은 작품 내에서 ‘한 명의 죄인, 한 명의 신자, 한 명의 방황하는 영혼’으로 묘사됩니다. 이렇게 맞지않는 환경과 조건 속에 우정이 성립될 수 있는지 약간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논쟁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모든 환경과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대감을 깊게 나누며 영혼의 단짝이 됩니다. 어느 종교를 믿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방황하던 페리에게 아주르 교수의 강의에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아주르 교수는 중요한 건 신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신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라와 종교를 떠나 현재는 모두 세계가 하나라고들 말합니다.
“혁명가란 모든 아이가 장난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한 아이가 장난감을 너무 많이 갖지는 못하게 사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p.49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질문보다는 답을 원한다. 혼란을 정리해 줄 명확한 답을, 어떻게 보면 무신론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인데도 일어나서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 주변에는 늘 ‘많이 아는’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확실치 않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아직 답을 찾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떠면 나 혼자일지도 모르겠다. ---p.219
“이 세상에서 신에 대한 인식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는 사람만큼 위험한 건 없어.네겐 종교란 평화와 안녕을 의미해! ” “내겐 전쟁과 적개심이야!” ---p.487
페리에게 나타는 안개에 싸인 아기는 단순한 환상일까요? 실내.실외를 막론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안개는 페리의 고독함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는 평생 가지고 숨겨야만 했던 두려움이었습니다. 종교가 다른 아빠 멘수르와 엄마 셀마는 그런 딸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고 양분된 상황이 페리를 힘들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사람을 죽이고 이슬람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들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에 반대하는 개혁 운동을 시작하면서 종교가 주는 평안, 신에 대한 믿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포함해서 본인만의 확신에 의심의 싹을 틔우고, 다른 여러 방향으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