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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 예언하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평점 :

“어떤 기억이 좁은 상자 안에서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결혼생활 6년 남은건 무엇일까요? 구미코는 출근을 하지 않았고 동네 세탁소에서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찾아 갔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사고라도 났는지 걱정을 하고 그 다음에는 화가 납니다. 가노 마르타와 와타야 노보루를 만나고서야 그녀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미코의 성격을 알 수가 없는 대목입니다. 도오루는 지금 당장 하는 일도 없고, 앞으로도 뭘 하고 싶다는 계획도 없었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쓰레기와 돌멩이 갔다고 와타야 노보루가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도오루는 미야와키씨네 빈집 앞 우물을 들여다보며 돌멩이를 던져 보았더니 물은 없었습니다. 줄사다리를 둘둘 말아 우물 안으로 늘어뜨리고 허술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 사다리가 흔들흔들 거리며 도오루의 인생 같은 생각이 듭니다.
P.83 저는 자신의 인생을 어쩌다 잃어버렸고, 그 상실된 인생과 함께 사십 년 이상이나 살아 온 인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같은 처지에 있는 인간으로서, 인생이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위로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별이 무수히 보이고 하늘 한쪽에는 아련하게 별들도 보였습니다. 별은 너무 많고 밤하늘은 너무 넓고 깊었습니다. 도오루는 우물속에서 자신이라는 의식의 존재가 마치 별과 특별한 인연으로 단단히 엮여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손을 뻗어서 우물 벽을 만져 보니 평범한 콘크리트 벽이었고 약간은 젖어 있었습니다. 하루가 지났는데 존재감 없이 도오루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라졌다 한 들 세계는 아무 지장 없이 계속 잘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가지 무서운건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오루의 감정이 바닥까지 가라앉아 있어 보입니다.
와타야 노보루는 언변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만사는 복잡한 동시에 아주 간단합니다. 그것이 이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룰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십시오. 복잡해 보이는 일도 물론 실제로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 동기는 단순하다는 말입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면 당신은 되돌아 올 수 없습니다. 도오루는 긴 복도를 걸었고 그동안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방 번호는 208번이었고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내게 몇 번이나 이상한 전화를 걸었던 수수께끼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여자는 구미코의 행방을 알려줄까요?
그는 이제 깊은 우물 속에 있습니다. 아니 우물 속에 갇혔습니다. 마미야 중위가 말했듯이 새벽 5시가 넘자 하늘이 밝아 왔지만 무수히 많은 별들이 아직 보였습니다. 숨이 막힐 만큼 황홀한 그 별 하늘 아래에서 그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하찮음과 일상의 애매함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분명 어제 한밤중에 사다리의 존재를 확인한 후 잠들었는데 잠자는 동안 사다리가 없어졌습니다. 누군가가 사다리를 끌어 올려 가져간 걸일까요? 이제 도오루는 우물 밖으로 어떻게 나갈지가 걱정이 됩니다. 누군가 도오루를 찾아야 한텐데요.
p.179 오래도록-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나는 태엽감는 새로 존재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태엽가는 새여도,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물론 태엽 감는 새로 하늘을 나는 것은 즐거웠다.
가사하라 메이가 찾아와 우물 뚜껑을 절반 열자 머리 위로 빛이 쓱 비쳤다. 여름날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었다. “아저씨 아직 살아있어요? 살아 있으면 대답해 주세요?” 이건 무슨 경우인가. 만약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라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소멸되지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고 이 세상에서 계속 건강하게 영원히 살수 있다면 그래도 인간은 여전히 ,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할까요? 라고 가사하라 메이는 물어 보았다. 도오루는 혼자 조용히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우물이라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다리가 있을 경우에 말이다. 이제 그녀에게 간절히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우물밖으로 나가려면
p.203 공기를 생각하자, 죽음이 절실하고 절박한 것으로 내 머리에 똬리를 틀었다. 그것은 까만 물처럼 소리도 없이 다가와, 내 의식을 축 적셨다. 그때까지도 아사의 가능성은 생각해 봤지만, 거기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가사하라 메이는 그렇게 부주의하고 경솔한 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도오루를 불안에 벌벌 떨면서 우물안에서 버려진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요? 우물에 갇혀 있는 동안 세계의 시계는 멈추어 있는 듯 천천히 죽어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사하라 메이가 찾아와 죽은 내 모습을 발견하는 광경도 상상해 보았다.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는 우물속의 고요함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잃어버린 인생이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미야 중위를 한번 만났으나 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놓고 싶었던 것일까 아내의 가출과 그동안의 일을 편지에 적었고 일주일 뒤 답장을 받았습니다. 3권 새잡이 사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