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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외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42
소포클레스 지음, 김기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615/pimg_7610741254327494.jpg)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에 아테네 교외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중 한사람입니다. 소포클레스는 비극 경연대회에서 18회나 우승했다고 하는데 당시 비극 경연대회가 가지는 문화적 위상을 생각한다면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비견할 만하며 그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사실 그는 정치가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 민주정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페리클레스와도 함께 활동했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라는 테베의 왕입니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 되어 선왕의 왕비인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합니다. 오이디푸스의 친부이자 테베의 선왕이 라이오스입니다. 그러니까 오이디푸스는 자기 어머니와 결혼을 한 겁니다.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가 모든 사실을 폭로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왕으로서 다스리는 테베에는 큰 역병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오이디푸스를 찾아가 이 역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탄원을 하는데요. 오이디푸스는 자신도 사정을 이미 알고 있으며 방도를 찾기 위해서 처남 크레온을 신탁을 받으러 보냈음을 밝히죠. 마침 신탁을 받아온 크레온이 도착하고 그는 오이디푸스와 사람들 앞에서 이 땅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신탁을 받았음을 알립니다.
그 잘못이란 오이디푸스의 전 왕인 라이오스가 델포이로 가던 중 도적에 의해 죽음을 당했는데 그 범인에게 응분의 벌을 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신탁의 내용을 전해들은 오이디푸스는 사람들 앞에서 범인을 저주하며 자신이 그를 찾아내 벌줄 것을 맹세합니다. 사람들은 유명한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를 통해 범인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추천을 하고 마침 그가 오이디푸스 앞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테이레시아스는 입을 열지 않았고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그에게 범인에 대한 말을 하라고 추궁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 그 자신이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더 나아가 그가 가까운 사람들과 수치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기적하여 오이디푸스를 더욱 분노하게 만듭니다. 오이디푸스는 이를 처남 크레온이 꾸며낸 음모일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예언자는 이를 부인하며 오이디푸스의 끔찍한 말년을 예언합니다. 그는 테이레시아스를 쫓아내고 크레온을 찾아내 자신을 음해 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며 화를 내는데 크레온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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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대로 자신이 아버지 라오스를 죽였고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것임을 알게된 오이디푸스는 큰 충격을 받고 자리를 떠납니다. 왕국에 도착한 그는 이오카스테가 이미 모든 것을 깨닫고 목을 매 자결한 것을 알게되고 그녀는 황금핀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눈이 멀어버리게 되죠. 그는 죽어서 자기 부모와 자식들을 볼 낯이 없어 그런 행동을 한 겁니다. 오이디푸스는 때마침 등장한 처남이자 외삼촌인 크레온에게 자신을 추방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작품은 마무리 됩니다.
이 작품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같이 오이디푸스라는 한 인간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이디푸스에 관한 운명은 작품 속에선 신탁이라는 형태로 보여지는데 신탁은 그의 친부모와 그 자신에게 각각 내려지는데 라이오스에게는 이오카스테에게서 난 자식에 의해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이, 오이디스푸에게서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살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신탁이 내려진 겁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신탁은 그들에게 그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의 신탁은 인간이 거스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운명과 같은 것으로 여겨지죠. 그래서 이 작품을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무기력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탁, 즉 운명을 대하는 오이디푸스의 태도를 주목하면 다른 관점에서 접근도 가능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처음에 자신의 아버지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전임왕인 라이오스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시작하죠. 그런데 처음부터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탐문 수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끔찍한 운명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탐문을 그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는 이미 자신이 범인이며 신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직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자: “그 이야기를 말하는 무서운 순간이구나!”라고 말하는 목자의 말에 대해,
오이디푸스: “ 그 이야기를 듣는 내게도. 하지만 들어야 하겠지.” 라고 말하는 오이디푸스의 말을 통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사실이 명확해지자 그는 마침내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실명하는 결말을 맞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행동을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의 결과로 보았다는 점에 주목해 봅니다. 그는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친어머니와 살게된 것을 신이 정한 운명이라 어떨 수 없는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변호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된 덕을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로 보았기에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이 신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스스로를 벌한 것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위와 인생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을 오이디푸스의 모습으로부터 만날 수 있습니다. 운명을 대하는 오이디푸스의 자세로부터 비극적인 삶 앞에서도 굴하거나 도망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데 의미있는 문장이라 적어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날을 볼 때까지 기다리고, 인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하오. 그가 고통을 겪지 않고 삶의 경계를 지나갈 때까지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최후를 이런 문장을 통해 관객에게 던져주는 것입니다. 이 문장처럼 오이디푸스는 승승장구하는 행복한 사람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어 그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냈고 테베의 왕좌를 차지하죠. 그 이후 그의 삶은 평탄하고 행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발생한 전염병과 범인을 찾아내라는 신탁, 그리고 오이디푸스를 지목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말 때문에 불행이 시작됩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그것을 보면서 코러스는 인간들 가운데 누구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을 남기죠. 이 마지막 문장이 상당히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