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생트의 정원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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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

심연의 침잠된 고요를 뒤흔드는 생명력이

그녀의 두 눈에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보았다.

내가 거기 있었다.

 

현대의 가장 위대한 몽상가앙리 보스코,

아름답고도 비밀스러운 보스코 상상 세계의 진경珍景을 펼쳐 보이는

이아생트 3부작완결작 출간!

 

 

문학과 지성사에서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문지스펙트럼 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와 앙리보스코의 <이아생트의 정원>을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전위적이고 여성적 글쓰기로 작품과 삶 모두에서 우리를 매료시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와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보스코 상상 세계를 펼쳐 보이는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의 정원>은 도립적인 줄거리와 새로운 화자의 등장으로 고유의 개별 작품으로 읽힌다고 해서 기대가 됩니다.

 

 

난 이렇게 되뇌었다. “참 연약한 세계 아닌가. 행복이란 게 고작 물 한 줄기에 매달려 있는 세계니. 아그리콜 생각도 그런 거지.” 그런 연약함이, 덧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행복에서 비로소 번져 나오는 매력을 보리솔에 부여해주었던 것이다. 그런 행복이란 밤낮 천행天幸에 달려 있다고 느껴지기에 우리는 그것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정하기에 부서지기 쉬운 그 보화들은 이토록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면모를 보이고, 우리는 그걸 순수히 기적인 양 느끼게 된다. ---p.71

 

 


인간이 희구하는 가장 오래된 꿈이라 할 수 있는 잃어버린 지상 낙원. 반바지 당나귀에서는 대지의 생명체를 길들여 천국 동산(정원)을 건설하려는 오만한 마법사 시프리앵 노인의 야심과 거기 걸려든 두 아이 콩스탕탱과 이아생트의 유년 시절, 이윽고 소년을 후계자로 삼으려다 실패한 시프리앵이 소년의 집에서 기거하던 고아 소녀 이아생트를 홀려 사라지면서 끝을 맺는다. 이어 실종된 이아생트의 밤길을 아련히 묻어둔 밤의 이야기(소녀의 영적 죽음 및 지옥에서의 한철)가 펼쳐지는 이아생트. 마침내 3부작의 완결작인 이아생트의 정원에 이르러 오랜 방황을 끝내고 마법사의 주술에서 벗어나 참된 사랑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 이 책은 애초 콩스탕탱을 후계자로 삼으려다 좌절하고 펠리시엔이라 제 맘대로 이름 붙인 소녀를 데려가 천국 동산을 흉내 내려던 야심가 시프리앵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후 비로소 이 땅 위로, 사람들 곁에 착지해 귀환을 시작하는 소녀 이아생트의 여정을 내밀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 길은 곧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아생트의 정원으로 향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는 이아생트 하고 말하리라.

이아생트는 내게 답을 하리라

 

이 작품에서 기억력과 영혼을 빼앗긴 빈 존재로 등장하는 이아생트는 3부작을 아우르는 중심인물이자 고유명사로 소녀의 이름이지만, ‘히아신스’(프랑스어 발음으로 이아생트)라는 꽃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스 문화에 대한 높은 교양을 지녔던 작가 보스코는 신화적 차용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아생트라는 이름에서도 신화가 환기된다. 아폴론의 사랑을 받던 미소년 히아킨토스가 제피로스의 질투에 희생되어 그가 던진 원반에 맞아 피를 흘리고, 땅을 적신 그 피가 히아신스가 되었다는 신화상의 이 투기 장면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콩스탕탱을 낚지 못해 질투에 불타는 마법사 시프리앵은 소년 대신에 소녀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름과 말과 영혼을 빼앗고 제 마음대로 펠리시엔이라 부르며 조련한다. 그런 만큼 사라진 소녀를 줄곧 찾아 헤매던 참벗 콩스탕탱의 출현과 진짜 이름 부르기, 회복이 가지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시프리앵 노인의 마법에 걸려 기억력과 영혼을 빼앗긴 소녀 이아생트. 온 영혼을 걸고 찾던 이 어린 시절의 벗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결정적 순간, 청년 콩스탕탱은 그녀를 이아생트라는 진정한 이름으로 부른다. 참이름 부여가 사랑의 기적을 허락하여 그녀로 하여금 기억력과 영혼을, 참존재를 회복하게 한다. 그 극적인 해후 다음 날 아침, 한동안 방치되어 황량했던 저 높은 보리솔에 다시 물이 솟고 아몬드꽃이 피어난다. 제목이 말하는 이아생트의 정원은 바로 온 누리 정원 혹은 이 대지임을 보여준다. 대지의 생명체들을 휘어잡아 자신의 정원 안에 가두려고 나선 마법사의 억지 낙원이 아니라, 뭇 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 이 보편 대지 자체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길에 힘입어 태초 정원의 모습을 다소간이라도 되비추는 한, 그것이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정원이라는 것을. 피조물 히아신스(이아생트)가 피는 지상의 정원, 모두가 만나고 모이며 살아나고 피어나는 이곳 말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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