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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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
신예희 글.그림.사진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좋은 경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먹거리가 풍성하지 못하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갈라치면 우선 근처에 무슨 맛집이 있나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가게 된다. 그러다 실제로 만난 음식들이 만족스러우면 또 찾고 싶고 그리워지게 마련인데, 음식이 영 시원찮으면 다시 가고 싶은 정이 뚝 떨어진다. 아무래도 여행의 묘미는 ’낯설고 새로운 그곳에 간다’ 라는 설레임과 동시에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가는 것 같다.
나는 해외여행이라고는 아직 일본밖에는 해보지 못했지만, 처음 간 일본에서 음식이 무척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이라기보다 유학이어서 김치에 고추장에 고춧가루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잘은 못하지만 한국 음식을 해먹고 냄새를 피우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나라에 살려면 그나라의 음식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아서 조금씩 접하게 된 음식들은 달고 밍밍한 맛에 처음에는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적응력하나는 뛰어나서 무척 잘 먹게 되었지만 말이다.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는 제목부터 책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 여인이기에 이런 제목을 쓸 수 있는걸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꽤 두툼한 책이라서 레시피라도 소개한걸까 했는데, 편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에 음식들을 더한 아주 재미있는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자꾸만 읽고 싶게 만드는 그녀의 필체가 돋보였다. 옆집 언니가 여행기를 들려주는 듯한 편안함과, 그러면서도 포인트를 쏙쏙 일러주는 맛깔스러운 말솜씨에 홀딱 반해버렸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2/2009/09/23/12/moominim_9643449265.jpg)
그녀가 소개하는 여행지는 홍콩, 마카오, 스페인, 터키, 태국, 일본의 총 6개 나라다. 여행을 좋아해서 아르바이트비로 유럽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이후 30회를 넘었다고 하니 역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떠날 수 있는 추진력에 살짝 부럽기도 했다. 책에는 여행의 시작인 기내식에서부터 소개하는 꼼꼼함이 있다. 나역시 기내식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여행의 시작은 기내식이 아닐까 했는데 기내식에도 그녀의 도전정신이 엿보여서 흥미로웠다. 홍콩에서 마신 애프터눈 티, 딤섬, 돌솥밥을 물론이고 코리앤더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띄고, 마카오에서 유명하다는 육포,아몬드 과자, 생강맛 푸딩도 맛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갖가지 음식들에 매료되었고, 터키의 특이한 아침밥과 소개된 빵과 살구에 침을 삼키며 읽어보았고, 태국에서 소개된 족발 덮밥과 열대 과일에 식욕이 돋는듯 했다.
일본 음식들도 내가 접하지 못했던 것들이 소개되어 있어 다음에 갈때는 꼭 한번 맛보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먹는것만 잔뜩 소개된 여행서같은 느낌은 들지만 먹는것 빼 놓으면 여행의 묘미가 아닌 것 같다. 이 얼마나 침샘을 자극하는 문구와 사진들이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는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말솜씨에 푹 빠져든 시간이었다. 그녀의 여행기 2탄이 나올것 같은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눈 동그랗게 뜨고 장난스러운 그녀의 얼굴도 살짝 살짝 소개되어 있고,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재미있는 그림도 그녀 작품이라고 하니 완전 멋진 분인것 같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음식이 여행을 더 즐겁게 해줄 것 같아서 여행을 계획할때 맛집 정보가 담긴 여행서적보다 더 실감나고 맛깔스러운 이 책을 먼저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 이미지의 저작권은 시그마북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