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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ㅣ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남북한의 대립 관계로 이어져 온 우리 나라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면서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없었던 전쟁의 역사가 솔직히 참 무섭고 싫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북한이 핵무기를 내세워 도발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부모님의 또 부모님 세대에서는 진저리나게 겪었을 그 전쟁의 소용돌이, 또 나라 잃은 설움이 몸소 다가오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아 무덤덤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쟁만은 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염원하건대 앞으로도 한반도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위험과 전쟁이 없었으면 싶다.
내 나라의 소중함은 정작 우리나라에 있을 땐 깨닫지 못했다. 외국에서 여권을 들고 나가 가끔씩 비자를 받으러 갔을 때 그때 비로소 아! 내 나라가 있어 참 좋은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매몰차게 당해본 기억은 없지만, 그 나라에서 비자를 받을 땐 왠지 주눅들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이민자나 2세 등등 그 나라의 국민임에도 복잡한 서류관계에 얽혀 제대로 그 주권을 인정받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 여러번 보아왔기에, 차라리 나처럼 그 나라에서는 외국인이었지만 국적이 분명한 것이 참 다행이라 여겨졌던 기억이 있다.
이 책 속 베트남 소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공감이 갔다.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나마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난민으로 미국땅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던 소녀 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든 터전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어려워지자 전쟁중인 사이공을 탈출하여 그곳에 정착하기까지의 1년을 일기처럼 담은 운문체 소설이다.
하나하나 날짜를 표시하여 일기 형식으로 짧은 시처럼 써내려간 이 이야기 속에는 1년간의 그녀의 가족과 생활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 중에 실종되어 소식을 알수 없는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와 오빠 세명과 살고 있던 하는, 전쟁으로 더 이상 베트남에서 살기 힘들어지자 베트남을 떠날 결심을 하고, 해군함을 타고 바다 위에서 구조선을 기다린다. 식량이 떨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성조기를 매단 큰 배가 다가와 난민촌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하의 가족들은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학교에 등교하며 그곳에 적응하려하지만, 낯선 피부색으로 어느쪽도 끼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지낸다. 엄마도 냉대난 마찬가지. 그런 가운데 베트남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워싱턴 부인만이 하의 가족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소식을 알수 없었던 아빠는 끝끝내 연락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아빠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 들이는데.....
열한 살 소녀 하의 이야기를 하와 같은 일을 겪었던 작가 탕하 라이가 문장으로 옮긴 이 책은, 소녀적인 감수성과, 담담하면서도 읽기 쉬운 담백한 글들이 스트레이트하게 다가와 읽는 내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시처럼 담아낸 글들 속에서 전쟁의 소용돌이로 힘겨워진 곳이지만, 사이공에서의 안락하고 포근했던 한때를 느끼게 해주었고, 또 그에 반해 새로 정착하게 된 앨라배마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적응이 될 때까지 이방인처럼 지내야 했던 사연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이질감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느껴볼 수 있었다.
2011년 내셔널북어워드 수상작이며,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하는 이 작품 속에서, 껍질을 깨고 나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민자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또 다른 희망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