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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를 임신하고 열달.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설레임과 동시에 찾아오는 건 내 아이가 어느 곳 하나 아픈 구석없이 이상없이 건강한가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미리 초음파를 통해서 검사를 해보고 기형아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판단한다지만, 검사를 할때마다 만일 내 아이에게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는 상상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물론 내 아이에겐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만의 하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불안 속에서 살짝 해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의사들은 가능한 시기라면 수술을 권할지도 모르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선다면 나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대개는 비장한 각오로 소중한 생명에게 어떤 위협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마음가짐이 되곤 했다. 그런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그래도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분명 절망할 것만 같다.
그런데, 이 책 속에 소개된 아이 유이스 셀라(애칭 유유). 한 가정에 둘째로 태어난 아들 유유는 뭔가 달랐다. 보통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병명은 이 아기에게는 처음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었다. 태어나면서 이미 뇌질환을 앓고 있어서 보통 일반적으로는 뇌성마비를 지닌 장애아로 태어났다. 이미 85%의 질환을 가지고 단 15%의 기능만 쓸 수 있었던 아이. 자라는 과정에서 숱하게 검사도 해보고 드디어 병명을 밝혀졌지만 의학의 기술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했던, 딱 일곱해를 살다 간 아이.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힘든 상황이었다면 부모들도 서서히 지쳐서 포기했을지도 모를 그런 상황이었지만, 이 가정은 아니었다. 하나의 생명으로, 둘째 아이로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장애를 지녔지만 장애가 아닌 한 인격체로 아이를 대했음은 물론 아이를 위해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커다란 차로 바꾸고, 집에 드나들기 쉽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갖은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절망하기 보다 좌절하기 보다 희망을 품고 아끼고 또 아끼는 마음이 읽는 내내 전해졌다.
책 구성은 태어나서부터의 상황을 주욱 그린것이 아니라 날짜가 있기는 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각각 단락별로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한두 단어로 된 주제어를 앞 부분에 제시하고 소제목을 달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연약하게 태어난 유유의 이야기는 중반부 즈음을 읽어갈 즈음에 어떤 상태인지 가늠하게 되며,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가슴 아픔과 이 글을 담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엄마와 동생까지 한 가족이 유유를 통해서 느꼈을 불안, 행복, 사랑등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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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유유를 데리고 이탈리아 여행을 했을때, 이탈리아의 한 식당에서 장애를 지녔다고 차별을 했던 여주인의 모습이다. 어쩌면 그게 보통 사람들의 태도인지도 모른다. 장애를 모르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유의 아빠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온다. 유유가 남겼을 흔적에 대해서는 뒤늦게 생각해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아들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
뒷 부분에서는 그렇게 원했던 달리고 싶은 유유를 담아서 아빠는 영원히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작업실에서 유유를 사진으로 담아, 달릴 수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뒷 페이지에 짧은 글들과 함께 유유의 모습을 우측 상단에 담았다. 그리고 팔락거리며 넘기면 유유가 달리고 있다. 어릴때 공책 밑단에다가 자그맣게 낙서를 해서 공책을 빠르게 넘기면 움직이는 그림이 되게 만드는 원리이다. 아빠 마리우스는 유유의 달리는 모습을 남긴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유유는 참 사랑을 받고 살아갔다. 아빠의 이름도 엄마의 이름도 동생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학교에 다녔던 기억, 주변 사람들의 도움, 식당에 갔었던 일들, 여행을 갔었던 일들은 물론이고, 아무런 아픔도, 슬픔도, 걱정도, 기억으로 남기지는 못했겠지만 분명 행복은 느꼈을 것이다.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의, 그 7년간의 사랑을 듬뿍 유유에게 나누어준 엄마 아빠의, 유유를 가슴에 묻었을 그 마음에 가슴이 아렸지만 또한 참으로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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