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 행복한 비움 여행
최건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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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으로 처음 떠났던 제주도는 낯선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당시엔 귀했던 파인애플과 바나나도 제배되었었고, 어디를 가도 펼쳐지는 바다와 독특한 나무와 식물, 그리고 검고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나 돌들로 울타리가 쳐져 있는 그런 마을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두어해 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셋이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제주도 하면 한라산과 바다, 돌과 섬만을 먼저 떠올리기 보다 좀 더 구석구석 여행해보는 그런 여행도 많아지고 요즘은 제주 올레 길을 걸어보고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TV CF에서도 등산화를 걷고 올레길을 오르는 그런 모습이 살짝 등장하는데, 이미 올레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힘들어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것 같다.

 

아직 올레길을 걸어보지 못했기에 사실 올레길이 하나의 코스로만 화살표 방향으로만 이동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는, 많은 올레길을 여행하고 담아낸 이 책 <제주 올레 행복한 비움 여행>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제주 여행 에세이라는 점에서 사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보같은 느낌의 책을 연상한게 사실이다. 사진작가이자 사진평론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의 작품이긴 하지만, 이 책 속에서는 작가가 담은 제주의 사진은 일부이고 그의 여행에서 느낀 이야기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담담하게 담겨 있는 느낌이다.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올레길을 걸으며 하루 평균 20km의  길을 홀로 비우고 비우며 걸었다고 하며, 그 길을 걷는 동안 느꼈던 깨달음을 이 책에 채웠다고 하니 정말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는 지난 초여름에서 늦가을까지 저자가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걸은 제주 올레 열두 길과 1코스의 알파 코스(우도 올레), 7코스의 알파 코스까지 모두 14코스가 소개되어 있다. 중간중간 사진으로, 또 짧은 메시지나 시로 즐거움과 사색을 더해주는 구성이다.

 

사진집처럼 화려하거나 밝은 느낌이 아니라 살짝 어두운 느낌의 사진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그의 사진을 통해서 보는 제주의 올레 중간중간의 모습이 참 멋지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잊은채로 그 길 위에서 행복을 걸었을 저자의 마음이 담긴 글을 담담히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던 참 재미있게 몰입했던 책이다.

 

저자는 혼자서 걸으며 그 길을 걸었던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길 중간이나 모퉁이에 있던 제주 사람들을 담았으며 그곳을 여행하면서 맛보았던 제주 토속음식도 살짝 소개하는 등 행복한 올레길 여정을 담았다. 제주 올레는 2009년 12월까지 모두 열 다섯개의 정식 코스가 개장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12코스는 남제주를 동에서 서로 아우르는 길로 13코스부터는 북제주의 코스라고 한다. 제주의 또 다른 여행, 올레. 그 길 위에 서면 이 책 속의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다. 우선 한 코스만이라도 완주해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책 속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출판사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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