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가 지난 겨울방학에 인턴십을 했던 곳은 뉴욕의 어느 비영리단체였다. 사실 인턴이라기보단 봉사활동에 가까웠는데, 한국으로 치면 노인정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리는 그곳에 계신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친구가 되면서 그 분들의 평화롭고 여유있는 삶을 가까이서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리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아! 원래 사는게 이런거지, 우리네 삶이 이런게 아니겠어? 엄청난 걸 해내진 않아도 큰 욕심은 없어도 존재 자체로도 즐겁고 하루하루 만족하며 지내는 삶 말이야. 그런게 인생이지. 그게 자연스러운 인생(人生)이고 순리지!’
그러다 보니 나리는 이런 생각도 했다.
‘지금 내 인생은 어떨까? 나는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이 너무도 많아. 어쩔 땐 죽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사는게 힘들어.’
‘음...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혹시 나도 지금 그냥 그런대로 자연스럽게 잘 살고 있는건 아닐까? 엄청난 걸 해내진 않아도 괜찮잖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렇게 나리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리는 다시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리는 뉴욕에서의 그 깨달음을 모두 잊어버렸다. 돌아온 삶의 터전에서, 졸업반을 앞둔 나리는 또다시 마음의 여유를 잃었고 근심만 얻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하늘을, 나리는 한동안 바라보지 못했다.
힘든 순간이 다가오자 문득, 벌써 옛 친구가 되어버린 브라운이 떠올랐다. 브라운은 나리가 뉴욕에서 만났던 베스트 프렌드인데 나리는 그에게서 만족과 여유, 나눔, 행복을 배우곤 했다.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느껴보자.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말자. 마음이 조급할 땐, 멀리 돌아서도 가보자.’
사진 앨범을 돌아보며 나리는 다시 한 번 새삼스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