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g의 수수께끼 - 인간의 뇌,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떠나는 여행
섀넌 모페트 지음, 신두석 옮김 / 거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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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뇌는 우리 사람 체중의 2퍼센트(1.4Kg)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뇌가 사용한다고 하니, 다른 장기들이 생각할 수 있다면 뇌를 욕심장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뇌는 그 많은 에너지를 어디에다 쓰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뇌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하는 것으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억할까? 외부 환경으로부터 전해오는 감각을 기억할 것이다. 뇌는 눈으로부터 전해오는 시각, 코로 전해지는 후각, 청각, 촉각, 미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그를 기억함으로써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뇌는 우리가 언어를 습득할 수 있게 해주고, 생각하게 하며, 나를 나라고 인식하고, 또한 타자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뇌가 어떻게 작용하고 뇌의 어떤 부분에서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점이 많다.


<1.4kg의 수수께끼>(거름.2007년)는 이런 뇌에 관한 수수께끼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좇아 해답을 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모든 욕망, 그리고 모든 경험이 뉴런이나 신경전달물질들의 작용, 즉 화학 작용에 불과한 것인가에 관한 문제, 의식과 마음에 관한 온갖 수수께끼 등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저자인 섀넌 모페트(Shannon Moffet)는 의대학생시절 해부학시간에 죽은 사람의 뇌를 보고는 단순한 조직 덩어리인 뇌가 마음이나 사고와 감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며, 그 결과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로버타 그릭 박사를 찾아간 저자는 뇌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를 배운다. 또 신경과학자인 크리스토프 박사를 찾아가 개개의 뉴런을 추적하며 의식을 암호를 깨는 연구를 들여 다 본다. 마지막으로는 노먼 피셔라는 선승(禪僧)을 찾아가기 까지 한다. 이런 여정 끝에 저자는 뇌의 모든 것을 밝혀냈을까?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인 뇌는 30억년의 생명 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 장구한 기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온 뇌의 비밀이 쉽게 밝혀질리 없다. 뇌의 비밀을 밝혀내기에는 우리의 과학은 아직도 먼길을 더 가야할 것이다. 아니 영원히 뇌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속살을 인간의 과학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뇌의 미스터리를 풀기위한 저자의 여정은 인간 지식의 한계를 극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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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기 - 세계가 높이 산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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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文氣)라는 단어를 처음 본 것이기에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문장의 기세’라고 나온다. 그러나 이 책 <세계가 높이 산 한국의 문기>(소나무.2007년)에서는 다른 뜻으로 쓰였다. 저자인 최준식은 서문에서 “세련된 한국 文化(의 기운)을 문기” 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의 기운 중에서 세계가 높이 산 것을 과연 어떤 것일까? 대충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 일단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문은 넓은 의미의 문화를 지칭하는데, 특히 인문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뛰어난 문자의 발명, 출판 그리고 인쇄문화의 괄목할 성장, 기록을 중시하는 정신, 역사나 문화를 공정하게 보존하려는 높은 의식 등을 말합니다.”

2001년 유네스코는 한국의 ‘직지심체요절(직지)‘을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선정 발표한다. 직지는 금속활자로 찍은 문서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직지는 해당 유물이 본국에 없으면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일한 경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직지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직지는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것이고 또 세계 최고의 금속 인쇄본으로 밝혀진 과정이 이 책에는 자세히 밝히고 있는데, 소설 <리진>에 나온 ‘콜랭 드 플랑시’가 조선에서 수집하여 프랑스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또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다라니경)’도 신라 시대의 것이다. 제작 년도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무구정관대다라니경이 세계 최고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한국인의 기록정신을 증명하는 것으로는 ‘고려대장경’,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 유물은 모두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으로 한국 기록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고려대장경’은 총 글자 수가 5천2백만 자가 넘습니다. 그러나 오탈자 수는 불과 130여 자에 불과하다고 하니 제작 당시의 장인들의 투철한 정신으로 지극정성을 기울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에 등재된다. ‘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하면 조선 500년 동안에 일어난 일을 아주 세밀하게 적어 놓은 기록이다. 그렇다면 동양에서 역사책을 최초로 만든 중국의 역사서적도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중국의 ‘명실록’이나 ‘청실록’은 등재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질과 양 모두에 있어서 ‘조선왕조실록’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나타낸 부분을 보면 나조차도 한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인 최준식 교수이다. 이 책을 따라 읽다보면, 소개된 유물들이 세계적으로 아주 우수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설명해주고 있다. 마치 최준식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문서의 형식이 강의체로 쓰여 졌기 때문인 것 같다.

“언어와 문자와 책 그리고 이것들이 결집된 것을 문화의 축적이라고 할 때, 한국은 이 방면에서 인류 역사상 특출한 국가라고 하겠습니다.”라는 최준식 교수의 말은 우리의 소중하고 뛰어난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공부해야 할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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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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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그리고 관능적인 독서기' 라! 이런 제목의 글을 보고 여자들은 모르지만 그냥 지나칠 남자가 있을가? 인터넷 서점에 이러한 제목의 글이 연재를 시작할 때 나는 마우스에 올려진 내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난 그렇게 그녀의 침대와 책을 엿보고 싶었다. 난 제목에 낚였던 것이다.


내가 그녀의 침실에서 본 것은  "울고, 우울하고, 떠나고 싶고, 사랑에 아파하고, 아름다워지고 싶고, 자유와 평화를 원하고, 늙음에 대한 걱정, 외로움'을 절절히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침대와 책>(웅진지식하우스.2007년)에서 자신의 침대에서 우리들에게 책을 읽어준 사람은 현 방송사 PD인 정혜윤이다. 주로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저자의 이 책은 전혀 시사적이지 않다. 아주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떨림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있는 가사 '사랑이 외로운 건 전부를 걸기 때문이지'와 'Q'의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사랑이 끝이 났다'로 '사랑이 끝나버린 걸 아는 순간'이란 제목의 글은 시작이 된다.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너에게'라고 서명이 되어 있는 책을 받아볼 일이 없어지는 것이고........'세일하는 와인을 몇 병 샀어. 치즈 사 와. 같이 먹게'란 말을 들을 일 역시 없어지는 것이다. 또 이런 문장을 잃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표현이 멋지다. 아니 슬프다.

 
또 저자는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에서 약혼자를 죽음으로 잃어버린 남자의 절규를 들려주며,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 사랑의 놀라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열여섯 살  소년의 모습과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우리에게 읽어준다. 정혜윤은 사랑을 잃어버린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다. 아마 그녀도 쓰라린 이별의 경험이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기죽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침대에 차례차례 눕혀야 할 네 남자' 는 제목 한 번 거창하다.


자! 제목에서는 관능미가 뚝뚝 떨어져 내린다. 그런데 그녀는 자유를 원하고 있다. 자유와 사랑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는 자유보다는 '구속'이 훨씬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랑을 포기하는 것인가? 사랑이 끝난 후의 슬픔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건가?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가 눕히려고 하는 네 남자를 만나보자.
 

몽테뉴가 첫 번째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버린 몽테뉴는 '글쓰기'를 통해 배변 습관, 발기 불능, 성적 컴플렉스 까지도 말해버렸다고 한다. 감출것이 없다고 하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이 간다. 아마 이 책 <침대와 책>도 내가 보기에는 정혜윤의 자유로움에 대한 몽테뉴식의 몸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움베르트 에코이다.
저자는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중 '어덯게 지내십니까'라는 글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노아의 대답을 한 번 볼까? '재해보험 좋은 게 하나 있는데, 알고 계세요?' 나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갈릴레이의 대답은? '잘 돌아갑니다' 나는 흐흐흐하고 웃고 있다. 멜서스는 '인구에 회자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라는 부분에서 난 크게 웃었다. 그렇다 저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원한 웃음이었나 보다.

 
그녀가 세번째 눕힌 남자는 마크 트웨인이다. 마크 트웨인은 '60만 단어 이상으로 규모가 큰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런 마크 트웨인을 침대로 데려간 정혜윤은 '파격'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렇다 '파격' 즉 정형화된 것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자유로워질 것이다.


마지막 남자는 셜록 홈스이다. 홈스를 통해서 정혜윤은 남의 시선으로부터 담대해지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있나보다.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이니까.


제목에 이끌려 인터넷 서점에서 힐끗거리던 그녀의 침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침실로 성큼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정혜윤의 침실은 결코 관능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아픈 가슴을 애써 달래고 있는 연약한 소녀였던 것이다. 혹시 내가 그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정말 관능적인 것 없어요?"

 
이제 나는 그녀의 침실에서 나와 내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내 손에는 그녀의 침실에서 가져온 책이 몇 권이 들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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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만 하다고 창작을 가르치시던 저의 옛 은사님이 추천하더군요. 정혜윤 씨 책 엄청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환님 글 읽으니 정말 사고 싶어지네요. 저도 몇편 안 되고 아직 리뷰 쓰는게 익숙치 않아 그렇긴 합니다만 나중에 괜찮은 테마로 엮어서 책 한권 엮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겠군요. ㅎ 잘 읽었습니다.^^
 
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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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삶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쥐, 바퀴벌레, 모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이 동물들이 우리 곁에 존재해야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전 지구적인 시스템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지구상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것이다.

만약 지구에 인간이 존재해야할 이유는 굳이 찾아보려고 하면, 군색하기는 하지만 지성적인 면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 밖에 어떤 천체가 있는지, 혹은 지구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런 면이 지구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개개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이 책 <나의 레종 데트르>(미래M&B.2007년) 서문에서 ‘책읽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책을 읽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런 서문을 읽고는 빨리 그의 독서 편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부지런히 책장을 넘겼다.

시작이 만만치 않다. 첫 장의 제목이 바로 ‘성교’다. 맞다. 어떤 이는 인간의 존재이유가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교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장의 제목도 거침이 없지만 내용도 마찬가지다. 저자인 김갑수는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또 결혼까지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적 편력까지 까발리고 있다. 이 부분에서 마광수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LP를 3만 장이나 가지고 있는 음악 마니아라고 한다. 이 책 곳곳에도 그러한 모습이 보인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 나름의 음악 이해하는 방법이 나온다. 나는 김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비전공자의 클래식 음악 감상은 문자의 언저리를 맴돈다. 듣고 느끼는 행위 못지않게 읽고 이해하는 몫은 크다. 절반의 기쁨이 읽고 아는 데서 오니까. 고전음악 혹은 예술 일반의 인문성. 고전음악 편력은 해설서의 체험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김갑수가 문화평론가이기에 그의 문학이나 예술분야에 대한 폭이 넓은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문화 전 분야에 걸친 그의 종횡무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 보폭이 크고 넓다 보니 때로는 지나친 면도 보이고 또한 그의 독선적인 성격도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가 과연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 가장 궁금했다. 매 장(챕터) 말미에는 그가 읽은 책 리스트가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나오지 않는다. 하! 이럴수가. 나 또한 김갑수 만큼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책도 많이 읽었건만, 그와 나는 책을 읽는 경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비슷한 면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이 정말 다양하고, 책을 선택하는 사람의 취향도 다양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이 좋은 점은 읽는 이에게 책을 선택하는 좋은 가이드 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이 아니라고 굳이 변명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이 책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봤다.
김갑수만큼은 자신이 없지만 나도 ‘책읽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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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향기 - 신화 역사 그리고 지구 이지북과학총서 5
좌용주 지음 / 이지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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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년 전 지구의 온 땅은 하나로 붙어있었다고 한다. 이 대륙의 이름은 판게아(pangaea)라고 하는데, 판(pan)은 ’모든 것‘이란 뜻이며, 게아(ga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즉 ’땅‘을 말한다. 판게아는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하여 1억 년 전쯤에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분리되면서 대서양이 만들어 졌고,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1억 년이 지난 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는데. 이는 바로 대륙이 움직이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하와이는 지금 매년 10센티미터 정도 움직이고 있다고 하니 분명 지구는 살아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미래 세계 지도는 어떻게 변할까?

5000만 년 후에는 아프리카 동쪽이 떨어져 나가 그린란드보다 더 큰 섬이 인도양에 생기고, 호주는 우리나라에 가까이 오게 되어, 일본과 호주가 충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일본이 지구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12년 알프레드 베게너가 대륙이 움직이고 있다는 ‘대륙이동설’을 발표했으나,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 가설에 반대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많은 과학적 증거가 쌓이면서 대륙이동설은 진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지구가 움직일 뿐 아니라 유기체처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학자가 나왔다. 그는 제임스 러브록이었고 책은 <가이아>(갈라파고스.2004년)였다. 책 제목은 러브록의 친구인 윌리엄 골딩이 지어줬다고 한다. 골딩은 <파리대왕>을 쓴 작가이며 노벨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가이아>라는 책을 통하여 땅의 신 가이아는 신화의 세계에서 과학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가이아의 향기>(이지북.2005년)는 지구인 가이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신화와 역사 그리고 지구과학으로 바라본 지구 이야기를 가이아의 목소리에 담아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저자는 좌용주는 지구환경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남극과학연구단에 네 번이나 참가했던 남극전문가이다.

이 책에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발해의 멸망부분인데,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고, 해동성국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강국이었는데, 어떤 전쟁도 없이 갑자기 망해버렸다. 발해의 멸망에 대해 역사서에서는 요나라에 의해서 망했다고 나오지만, 많은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 한중일 삼국의 지질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발해가 멸망할 당시 백두산에서 큰 화산이 폭발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폭발의 규모는 폼페이를 덮어버렸던 베수비오 화산의 10배 정도 되는 규모였다고 하며, 이 정도의 규모라면 발해가 이 때문에 멸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충분히 가능했으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아마도 재미없이 배웠던 지구과학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지구과학이 아주 재미가 있으며 우리의 생활에 깊게 관여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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