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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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삶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쥐, 바퀴벌레, 모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이 동물들이 우리 곁에 존재해야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전 지구적인 시스템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지구상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것이다.

만약 지구에 인간이 존재해야할 이유는 굳이 찾아보려고 하면, 군색하기는 하지만 지성적인 면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 밖에 어떤 천체가 있는지, 혹은 지구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런 면이 지구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개개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이 책 <나의 레종 데트르>(미래M&B.2007년) 서문에서 ‘책읽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책을 읽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런 서문을 읽고는 빨리 그의 독서 편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부지런히 책장을 넘겼다.

시작이 만만치 않다. 첫 장의 제목이 바로 ‘성교’다. 맞다. 어떤 이는 인간의 존재이유가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교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장의 제목도 거침이 없지만 내용도 마찬가지다. 저자인 김갑수는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또 결혼까지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적 편력까지 까발리고 있다. 이 부분에서 마광수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LP를 3만 장이나 가지고 있는 음악 마니아라고 한다. 이 책 곳곳에도 그러한 모습이 보인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 나름의 음악 이해하는 방법이 나온다. 나는 김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비전공자의 클래식 음악 감상은 문자의 언저리를 맴돈다. 듣고 느끼는 행위 못지않게 읽고 이해하는 몫은 크다. 절반의 기쁨이 읽고 아는 데서 오니까. 고전음악 혹은 예술 일반의 인문성. 고전음악 편력은 해설서의 체험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김갑수가 문화평론가이기에 그의 문학이나 예술분야에 대한 폭이 넓은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문화 전 분야에 걸친 그의 종횡무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 보폭이 크고 넓다 보니 때로는 지나친 면도 보이고 또한 그의 독선적인 성격도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가 과연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 가장 궁금했다. 매 장(챕터) 말미에는 그가 읽은 책 리스트가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나오지 않는다. 하! 이럴수가. 나 또한 김갑수 만큼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책도 많이 읽었건만, 그와 나는 책을 읽는 경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비슷한 면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이 정말 다양하고, 책을 선택하는 사람의 취향도 다양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이 좋은 점은 읽는 이에게 책을 선택하는 좋은 가이드 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그것이 아니라고 굳이 변명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이 책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봤다.
김갑수만큼은 자신이 없지만 나도 ‘책읽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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