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래 나는 슈퍼스타 K를 잘 안챙겨봤다. 그래서 사실 그다지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던가 그룹은 없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본방사수(?)를 위해서 몇 주간 금요일 밤에 집에 일찍 들어가보니 뭔가 느끼는게 있었다.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 말이다. 이런 생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응원하는 사람이 바탕이 되서 이뤄지는거구나. 머리로는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를 통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랄까, 그런 속성을 좀 더 자세히 느끼게 되었달까. 자본주의 운운하는 것은 웃긴 일이지만 그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뭐, 여기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 혹은 이 기계에 관여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슈퍼스타 K는 그 대상으로는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적절하지 않은 대상에 이르러서야 나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하여 약간은 생각하게 되었지만) 시청률이 상당히 낮아지고, 문자투표도 상당히 줄었으니까..

 

이런 저런 사족은 다 줄이고, 사실 이제 떨어졌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번 슈퍼스타 K에서 가장 응원하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장원기였다. 방금 말했다시피 나는 슈퍼스타 K를 안봤었지만, 정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장원기와 김나영이 콜라보Collaboration를 해서 - 사실 이 콜라보라는 말이 적절하게 쓰이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 Street life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장원기가 계속 올라가기를 바랬다. 물론 그후의 그의 모든 무대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무대가 있었다. 그건 태진아의 미안 미안해, 를 편곡한 미안 미안해, 라는 곡인데.. 대략 이런 곡이다.

 

             

 

약 1분 37초쯤 시작하니까 바쁜 사람은 그렇게 넘겨서 봐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지지하던 장원기가 지난주 금요일날 떨어졌다. 사실 팬덤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이번 슈퍼스타 K는 앞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예전에 비하면 문자투표도 활성화가 잘 안된 상태이기도 하니깐 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유리한 면모가 있다. 그래도 네 명 안에는 들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결국 떨어지더라. 팬을 만드는 것도 스타의 자질이라면 자질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은 추리 소설류인데, 사실 장원기가 떨어져서 실의에 빠져서 이렇게 서재를 방치한 것은 아니구.. 책을 읽다보니까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에서야 뻔뻔하게 이렇게 몇 자 글을 남기게 된다. 결국 이 서재에서는 위의 노래가사에서도 나오듯이 해줄 말이 이것 밖엔 없다.

 

혼진 살인사건.

김전일이 맨날 명예를 들먹이는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사실 원래 긴다이치 코스케는 긴다이치 하지메, 그러니까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나, 이미 많이 이름을 써버렸으니, 별 수 없이 할아버지가 되버린.. 것은 아니고, 원래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족들에게서도 말이 많았었지만 결국엔 인정받았다고 한다. 왼쪽의 이 살인사건이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활약하는 첫 사건이다. 이 작품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배경에 대하여 대략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미국서 체류하다가 어떤 사건을 해결한 것을 계기로 후원자의 눈에 띄어 착실히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갔다고 한다. 내가 지금 끄적인 설명도 많이 줄인 설명이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젊은 나이로 왼쪽의 혼진 살인사건을 해결해버린다. 다만 범인도 잡지 못하고, 피해자를 구제하지도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옥문도.

젊은 코스케는 혼진 살인사건, 에서 끝이다. 전쟁에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온 그는 나이를 훌쩍 먹어 장년의 나이가 된다. 그 전쟁에 같이 참여하였던 같은 부대원이 죽어가면서 남긴 유언을 듣고 그는 저 옥문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으로 가게 된다. 왜 옥문도인가?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옥 옥, 자이다. 감옥, 에 쓰이는 옥이다. 감옥은 누가 가는가?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격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미미 여사의 외딴 집, 에서 나는 왜 에도시대를 다룬 작품이 마음에 드는가, 라는 의견에 대하여 괴물이라던가, 요괴가 금방이라도 나올 듯한 그런 환상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적은 적 있다. 그런데 이번 옥문도에서는 정말로 요괴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끝끝내 우리는 요괴보다는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였구나, 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밤 산책.

보통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면 혼진 살인사건,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누가미 일족, 이 다섯 작품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밤 산책, 은 위의 다섯 권을 제대로 즐기기 위하여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팔묘촌과 옥문도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메워주며, 어째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팔묘촌에서 그 사건 지역에 있는가, 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탐정소설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는 다뤄지지가 않는 부분이겠지만, 이런 개연성을 잘 맞춰주는 것 또한 시리즈 전체의 즐거움들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치이리라. 그리고 이 밤 산책, 의 의미는 그런 사소한 개연성을 맞추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서술의 잔혹함에 있다.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은 예사다. 이를 두고 의미, 라고 표현한 것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잔혹함은 독자들에게 순간적으로 공포를 주는 역할을 하며, 그런 공포감들은 추리 소설 독자라면 누구나 떠올려보는 범인이 누굴까, 라는 의문조차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그대로 글을 읽어나갈 수 밖에 없고, 범인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이 된다. 당장 혼진 살인사건만 해도 이만큼 잔혹스럽게 죽는 모습이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을 기점으로 뒤의 작품들의 묘사는 하나같이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

 

팔묘촌.

위의 사건이 끝난 뒤 긴다이치 코스케는 잠깐 팔묘촌에 들른다. 의뢰를 받아서 팔묘촌에 들르긴 했는데, 독자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 긴다이치 코스케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의 역할은 그저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고 어떤 트릭을 범인이 사용하였는가 정도를 마지막 부분에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것 뿐이다. 마지막에서 작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입을 빌려 이미 긴다이치 코스케는 범인을 짐작하고는 있었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더 의아할 뿐이다. 물론 증거가 없는 이상 모든 사람을 무죄추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살인사건을 막는 것 또한 옳은 일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최대한 희생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어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범인을 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범인을 잡는 것을 사람을 구하는 것에 우선할 수 있을까?

 

악마의 공놀이 노래.

어쨌든 저런 사건을 보내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요양을 좀 해아겠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원래 그렇잖는가, 명탐정 코난, 의 코난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김전일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건이 터진다.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라, 그는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바로 사건에 휘말려 고생을 하면서 열심히 뛰어다닌다. 이 책의 의의라면 아무래도 노래, 가 사건 해결의 열쇠로 작용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가 요양을 간 마을에서는 공놀이 노래, 가 구전되어져 오고 있었는데, 그 노래가 묘사하는 형태로 살인이 일어난다. 물론 그 공놀이 노래가 무슨 저주의 노래, 그런 것은 아니고, 살인범이 그 노래를 우연찮게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던 노래, 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한층 더 독자들에게 기괴한 기분을 준다. 마치 그 사건을 위하여 노래가 전래되어온 그런 기분을 주니 말이다. 

 

이누가미 일족.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글쎄, 범인이 누구인가, 그렇게 추리를 하는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사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전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아무리 추리를 하려고 해도 완전히 추리를 하지는 못하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비단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보다는 공포 소설에 더 가까울런지도 모르겠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물론 범인이야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아닐까, 가정은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그 사람이 저런 짓을 했을까, 라는 정확한 가설은 세우기 힘들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라서 범인을 찾는 것 보다는 우리나라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으면 도리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 아침드라마가 아닌가? 살인 사건이니말이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명탐정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탐정은 탐정이되 명탐정이라고 보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 그가 해결했다, 라는 사건들은 모두 그 사건들의 전말을 밝힌 것 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위의 소설 등 중 쉽게 풀 수 있는 트릭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사건이 다 터지고, 범인이 죽일 사람을 다 죽인 뒤에 밝혀낸다면,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라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능력이 부족하여 다음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이라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명탐정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고, 그가 범인을 알고서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놓아둔 것이라면 사람의 생명을 경시한 것이 아닌가, 라는 비판에 직면하여야 하기 때문에 명탐정이라고 일컫을 수 없을 것이다.

 

증거가 없더라도 의심이 간다면 주변과 협력하여 최대한 동태를 파악하였어야만 하는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경찰과 협력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뛰어난 생각이 떠올랐더라도 혼자서 품고 계속 추리의 탑을 쌓아나갈 뿐이다. 경찰이 가져와준 증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여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경찰은 그저 증거나 가져오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탐정들과 차별화된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는 분명할 것이다. 일본의 다른 탐정은 흥분하면 칠판에 수식을 마구 갈기고 - 유카와 마나부, 히가시노 게이고 - 혹은 완벽한 초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 아케치 코고로, 에도가와 란포 - 모습을 보이는 반면에 이 코스케, 는 정말 일본인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친근함이 계속 작품을 읽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5권이 남았다. 이 5권은 친근함이라는 그의 무기와 더불어 천천히 즐겨볼 생각이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코스케 시리즈를 다 읽었다. 과연..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치는 내용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내용이 누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적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적지 않으려고 보니 무언가 핵심을 놓친 기분이 자꾸 들기에 결국 몇 자 보탠다. 이 책에 쓰인 트릭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어느 책에 어떤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사용된 트릭의 종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들을 읽으며 범인을 추측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고 문구를 달았다. 일단 간략히 여기서 쓰이는 트릭을 이야기하겠다.

 

밀실 살인 트릭이다. 명탐정 코난, 에서는 밀실 살인이 나타나면 우리 코난의 눈빛이 바뀌며 불가능 범죄, 라는 이야기를 한다. 말 그대로 불가능한 범죄다, 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폐가 있다.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범죄가 일어났겠는가? 그래서 다시 쓰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 불가능하게 보이는 범죄다. 이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을 죽인 뒤 지문을 모두 닦아낸다. 그리고 자신은 그 공간에서 나가고 문을 잠궈놓는다. 창문이든 출입문이든 모조리 잠근다. 말은 쉽지만 어떻게? 우리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한, 어떤 식으로든 손이 작용을 해야 할텐데, 이 손, 은 내 손이 될 수도 있지만 살해당한 사람의 손이 될 수도 있다. 살해당한 사람을 유인해서 직접 문들을 잠그게 하거나, 혹은 살해당한 사람이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문이 잠기게 하거나. 내 손으로는 어떻게 잠글 수 있을까? 비밀통로가 있을 수 있다. 기계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기계장치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줄이다. 가느다란 줄이면 더욱 좋다. 어떤 식으로든 문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다. 줄이 아니라면 어떤 기계장치가 필요할까? 도르래같은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지는 못할만한 틈이 나오면 무조건 의심하라. 그건 반드시 범죄에 이용되었을테니까.

 

1인 2역 트릭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서는 1인 2역 트릭이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쓰인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 얘랑 얘는 같은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거의 대부분 맞아떨어진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저자인 요코미조 세이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역으로 거짓정보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 이 1인 2역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같은 인물인 경우, 피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한 인물인 경우, 피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인 경우, 가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한 인물인 경우, 가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인 경우. 가장 충격적인 트릭은 범죄자와 피해자가 같은 인물일테이리라.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말하는 범죄자, 는 우리로서는 소설 속 사람들에게서 구전되는 사람이다. 누구누구가 범죄자가 아닐까, 라고. 그리고 시체가 나오는데 얼굴이 갈려있다. 즉, 얼굴을 구분을 할 수 없게 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범죄자는 실제로는 피해자이고,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한번쯤 해보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나 가해자와 엑스트라가 동일인일때는 엑스트라인 사람이 어느 순간에 부각이 되며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언급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그런 말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는게 좋다. 피해자와 주요 인물이 동일인물이라면? 피해자의 얼굴이 소설 내내 조금도 언급이 안되거나, 혹은 언급은 되지만 위화감을 느꼈다거나, 할 때는 의심해보기를 바란다. 가장 자주 쓰이는 트릭은 주요인물과 범인이 동일인물일때다. 사실 이는 1인 2역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서술 트릭이다. 서술트릭은 말 그대로 독자와 추리소설가 사이에 나오는 트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술하고 있는 화자가 범인인 경우를 말한다. 주요 인물에 대한 서술을 열심히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면 서술트릭을 의심해보라. 원래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진실의 일부를 숨기는 것이다. 그리고 화자가 사건에 관계된 것 같다,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그런 판단이 들면 서술트릭을 의심해보라. 서술트릭으로 숨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범죄자, 피해자, 정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아이가 치인 것을 보고 신고해서 병원에 갔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려던 의사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아이라고 울부짖는다. 이런 경우 우리의 고정관념은 당연히 의사가 남자라고 우리를 이끌어버리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것은 없다. 마찬가지로 고정관념을 이용하는 트릭도 넓게 보아 서술트릭이다.

 

혹은 범죄자가 한 명이 아닐 수 있다. 위의 것들을 모두 적용해보고 남는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리 허황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여러 명이 함께 공모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알아차리기 쉬울테지만, 아니면 여러 명이 간격을 두거나 두지 않고서 범죄를 저질렀지만 모두 개별로 저지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독자로서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우리가 직접 사건 현장에 있지 않는 한.

 

아니면 아예 범죄자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정말 주변 인물과 관계가 없이 죽은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추리 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p. s. 사실 밤기운을 빌려 안네 프랑크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가 내가 뭐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안네 프랑크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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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1-04 23:29   좋아요 0 | URL
어휴.... 혼진살인사건 최근에 본 사람인데요, 이 책 읽기 전에 이 리뷰 안본게 참 다행..! 객관적인 글 같지만 스포 와장창ㅋㅋㅋㅋㅋㅋㅋ
전 밀실 살인은 역시 기계적인 도움 없는게 제일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긴다이치 쿄스케는 옥문도랑 이누가미일족을 가장 재미있게 봤는데 어째 집에 남아있는 건 팔묘촌 뿐이네여. 다 팔아버렸나 ㅠㅠ

긴다이치의 추리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너무 무서운 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작가가 정말귀엽ㅋ

가연 2013-11-05 00:01   좋아요 0 | URL
어헝헝.. 스포가 와장창이라시니 그냥 내용누설이 있다고 바꿨어요, 풋. 읽으신 분이 보면 스포덩어리이긴 하지만.. 사실 저 트릭들은 여기만 쓰이는 것들이 아니라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풋. 이 글을 쓸때는 명탐정 코난의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면서 일부 트릭들을 적어나갔거든요. 밀실같은 경우에는 코난과 핫토리가 처음 만난 ... 살인사건, 이라거나.. 서술 트릭에 정말 유명한 ...의 ...라거나 범죄자가 인간이 아닌 경우에는 ...의 ...가 있고...ㅋㅋㅋ 범죄자가 한 명이 아닌 경우에는 ...의 ...를 들 수 있겠죠. 1인 2역은 코난에서는 ...때문에 맨날 나오는 거구.

아, ...가 너무 많네요. 하지만 다 알아보실거라고 믿습니다, 하하하.

여담이지만 긴다이치 시리즈는 공포물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풋. 전 실제로 무섭던데, 병원 고개의 목매달린 집, 같은 경우에는...

Forgettable. 2013-11-05 00:30   좋아요 0 | URL
아.. 코난. 어느샌가부터 김전일보다 코난을 더 즐겨봤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뜸하네요. ㅋㅋ
전 혼진살인사건이 진짜 무서웠어요. 거문고 소리나...... 단편으로 실린 도르래가 삐걱거리는 소리(!!!!!) 진짜 밤에 읽기 무서움ㅋㅋ 하지만 낮에 보면 맛이 아니라 항상 밤에 읽고 무서워 무서워 이러면서 자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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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다시 읽어보니 아가사 크리스티 트릭도 다 여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연 2013-11-05 00:3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둘 다 다봤지요. 상당한 팬이었고.. 요즘은 잘 안보게 되더군요.

저도 밤새워 읽고는 오.. 정말 무섭다, 이러면서ㅋㅋㅋ 제가 젤 처음 혼진을 보고, 거의 시간순대로 따라서 읽어나갔는데, 처음에는 와 정말 무서워, 덜덜덜 떨다가 어느 순간 이게 적응이 되서.. 훗, 이정도로는 날 공포에 떨게 할 수 없어, 이러다가 병원 고개 두 권을 보고는 후덜덜.. 했었답니다. 그게 지난 주 일인데, 글은 참 늦게 쓰여졌네요, 풋.

아니 그걸 말씀하시면 아직 아가사 크리스티를 즐기지 못하신 분들이 저에게 돌을 던질것같은데요ㅠㅠ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5 08:5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누가미 일족] 을 재미없게 봤어요. 그거 하나 보고나서 이 시리즈는 안 보는걸로 결정. 언급하신것처럼 이미 죽을 사람 다 죽었고 탐정 캐릭터도 매력이 없....

그런데 위에 뽀게터블님이 단편으로 실린 게 무섭다는 댓글 다신거 보니 저는 [나는 전설이다] 책에 실렸던 단편 하나가 생각나네요. <어둠의 주술>이었나..장난감병정 인형만 등장했는데 어휴, 지하철에서 읽다가 초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쓰고보니 생뚱맞군요. 하핫)

가연 2013-11-11 1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정말 무서운 단편이었나봅니다. 궁금한데요.

다락방 2013-11-05 08:59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안네 프랑크 글도 기다립니다. 흣.

가연 2013-11-11 19:37   좋아요 0 | URL
ㅠㅠㅠ언제 쓸 지 모르겠...

희선 2013-11-07 02:11   좋아요 0 | URL
본 적은 없지만 일본에도 우리나라에 나오는 아침드라마 같은 게 많은가봐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그런 거 좋아하는지도... 하지만 저는 별로... 그런데 조금 우스운 일은 한번 보면 끝까지 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아예 안 보는 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침에 본 것은 거의 없군요) 우리나라는 드라마 엄청 길게 만들잖아요 날마다 하는 것은 거의 여섯달은 가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이 들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끝날 때는 아쉬울지도...^^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이 끝났다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본 것은 하나밖에 없는데 이런 말을 했군요 마지막이어서 쓸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다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연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가연 2013-11-11 19:38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 저를 응원해주시는건가요!!!

2013-11-07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1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