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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기담.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라, 나로서는 영화관에 가면 최대한 공포 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꼭 봐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다른 일행들이 모두 공포영화를 택한다면 나로서는 그들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으니깐 말이다. 물론 피와 살의가 난무하는 영화를 보는 것은 고역이지만, 혼자서 다른 영화를 보겠다고 다른 상영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좀 낫다. 일단 보게 되면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영화를 보려고 한다. 이왕 보는데 눈을 감고 보는 것도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어떤 괴물이나 살인자가 나와서 칼을 휘두르는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주인공과 그 주위의 엑스트라들이 예정된 운명(밖에서 보는 우리는 온갖 복선을 통해서 어떻게 주인공들이 당할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을 깨닫지 못하고 그 운명으로 한 발짝씩 걸어들어갈때의 그 긴장감,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왠지 복도에 장치된 살인기계가 휙 날아와 목을 뎅겅, 하고 잘라버릴 것 같은, 그런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긴장감을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 그 긴장감은 일종의 필연성과 맞닿아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피할 수 없구나, 하는 그런 운명이랄까. 그러다보면 한참 고조된 긴장감은 우울감으로 바뀐다. 그런 상황들 때문에 나로서는 공포 영화에서 흥미를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공포 영화를 보게 될 때 사용하는 전략이 하나 있으니, 바로 지식화, 다. 바로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서 귀신이 덜컥 하고 나타났다고 하자. 그러면 그 귀신을 보고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다. 분장이 덜 됬네, 부터 시작해서 컴퓨터 그래픽 잘 쓴 것 같다, 등처럼 말이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귀신이나 살인마의 심리를 생각해본다. 저 살인마가, 혹은 귀신이 굳이 저 엑스트라를 죽였어야 했나, 저주에 얽매여있다면 그 저주에 맞게 행동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때로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아마 그런 것이 현실과 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어처구니 없는 이유나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촘촘하지가 않아, 하고.

 

저런 식으로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어느 순간 다른 영화들에게도 저런 잣대를 조금씩 들이대는 경우도 생겼다. 예시로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생각해보자. 엑스맨, 에는 정말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나온다. 자비에 교수의 텔레파시, 부터 그의 대극에 위치한 자기장을 조종하는 매그니토까지. 그런데 매그니토가 그의 자기장능력을 사용해서 물리적인 공격을 막아내려고 한다면, 도대체 어느정도의 자기장이 집적되어야 될까? 이런 의문들이 저런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불쑥 고개를 내밀때가 있다. 남들이 보면 정말 재미없게 영화를 본다고 말하겠지만, 의외로 나는 이런 식으로 보다보니깐 도리어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 분석적이고 어쩌면 과학적일지도 모르는 잣대를 들이대어 영화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한 것이 아닌지라, 이미 영화나 소설 등에 슈퍼맨이 날아가면 그 반동은 어느 정도일까요, 배트맨은 재산이 얼마나 되는 걸까요, 와 같은 엉뚱하다면 엉뚱할 수 있는 분석들에 나름 현실적인 답을 내려놓으려고 시도한 책들도 나와있기는 하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일종의 재해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행간을 읽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뒤집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 적용하면 실제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런 어떤 영화나 소설 등에 재해석을 가하는 경향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신화에 재해석을 가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널리 알려진 트로이 전쟁에서 정말 신들이 나타나서 바람을 훅 하고 불어주었을까? 정말 각종 무구들을 신들이 자신의 후원자들에게 나눠주었을까? 신의 이름만 빌린 것이 아니었을까? 신이라는 비현실적인 존재를 제거해보면 우리는 신화에서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트로이 전쟁 뿐만 아니라 미노타우르스의 전설을 생각해보자. 미노타우르스를 미궁에 가둬놓고 공물을 받는다. 나라 간의 역학 관계를 의미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 옛날, 신이 인간과 함께 웃고 떠들던 시대에도 한편으로는 '삐딱하게' 사물을 보던 사람들은 그렇게 신을 제외하고 자기들만의 해석을 내려보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여러 역사가들, 헤로도토스나 투키디데스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굳이 신이라는 딱 봐도 비현실적인 존재가 있어야만 재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공자의 춘추, 그러니깐 노나라의 역사서를 보라. 후대의 사람들은 공자가 기록한 단 한줄에서 수많은 내용을 뽑아낸다. 공자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똑같은 뜻을 가진 한자가 따로 있는데 왜 굳이 이 한자를 썼을까? 거기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바로 좌구명이 쓴 춘추좌씨전이다.

 

이런 재해석의 칼날은 설화나 민담과 같은 고전이야기도 피해나갈 수 없다. 아니 고전이기 때문에 도리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고전이야기들은 그 이야기가 횡행할 때의 사회인식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은 당시의 사회인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발달해왔는가, 혹은 도리어 저하되었는가, 와 같은 변천사를 알아볼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이런 재해석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어찌 보면 전세계적인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서, 수많은 고전들, 조웅전, 박씨부인전, 춘향전, 아기장수전, 옥루몽, 사씨남정기, 등과 같은 고전들이 재해석의 기회를 맞이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족기담, 이라는 책도 그러한 관점에서 쓰이진 책이다. 고전문학을 연구한 저자가 현실의 경향과 고전이 쓰여질 때의 경향을 교차시켜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책, 가족기담에서는 고전을 가족의 '관계' 로 묶어서 우리에게 제시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첩과 남자의 관계, 본처와 첩의 과계, 본처와 남편의 관계, 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이 책의 시작을 여는 손순매아, 와 장화홍련전을 보자. 손순매아, 는 말 그대로 손순이라는 효심깊은 아들이 부모를 위해서 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눈에 묻어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권선징악이라는 우리 나라 고전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주제에 걸맞게 해피앤딩으로 끝이 나지만, 저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무리 부모를 위해서라지만 아이를 눈에 묻어서 살해를 저지르겠다고? 이는 영아살해다. 범죄이자 패륜이다. 장화홍련전은 어떤가? 왜 배좌수는 과년한 자신의 딸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낙태했다는 계모의 말만 듣고 죽이라고 하는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왜 시집을 보내지 않는가? 이 책에서는 부녀간의 부적절한 관계, 가 있지 않은가, 라는 질문을 시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낙태, 라는 말을 듣고 '아니 다른 남자가 있단 말인가' 와 같은 심정으로 딸을 죽이라고 명한 것이다, 라고. 물론 이런 것에 대해서는 그저 물음표만 던져볼 뿐이다. 실제로 배좌수가 그저 가문의 명예를 중시한 것인지, 혹은 딸의 남자에 대한 꼴사나운 질투때문인지, 혹은 그저 멍청했던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배좌수가 어리석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한 사람이다, 등과 같은 해석을 해왔다면 이제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전혀 다른 방향의 해석을 시도해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재해석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고전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첩과 남편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영웅은 삼처사첩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군담고전소설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주인공들은 항상 수많은 여자를 거느리는 것 처럼 보인다. 구운몽의 주인공도 그렇고, 옥루몽과 같은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첩의 인권은 처의 인권에 비해서 항상 떨어진다. 처가 눈을 부라리면 첩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다. 그러나 처는 자신의 남편을 첩에게 뺏겨도 결코 질투해서는 안된다. 만약 질투를 하고 첩을 괴롭힌다면 비현실적인 힘, 의 개입을 받아 꿈에서 교화되게 된다. 옥루몽, 이라는 고전 소설에서 그런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옥루몽은 구운몽과 비슷한 내용을 가진 이야기인데, 천상계에 노닐던 사람이 지상의 태를 빌려 나와서 장원 급제하여 나라의 위기를 막으며 많은 여성들을 처와 첩으로 거느린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두번째 처가 첩에 대해서 질투를 일삼으며 괴롭히고, 죽이려고 든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모두 실패하고, 도리어 꿈에서 질투가 많은 여자, 라는 죄목아래에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되고 결국 교화되어 순종적인 아내로 바뀌게 된다. 고전에서 읽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무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처와 첩은 그들의 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위협당할 수 있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되풀이해서 말하자면, 이런 군담류의 소설에서는  처와 첩이 손을 잡고 주인공을 내조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되는 처나 첩을 응징한다. 그리고 그들의 반가정적인 성향을 뜯어고쳐서 주인공을 뒷받침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남성중심주의가 만연하는 것이다.

 

이런 고전에 대한 분석과 재해석을 통해서 이 책, 가족기담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고전이 감춰둔 살인, 근친상간, 패륜, 등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물론 그렇지 않을까, 와 같은 문제제기 수준에 그치는 내용도 있고, 조목 조목 구절을 근거로 들어가며 이야기하는 고전소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삐딱하게 보는' 책의 서술은 몇 가지 단점을 낳는다. 먼저 첫 번째 단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고전은 앞서도 말했다시피 당시의 사회인식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는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가부장적이었고, 유교적인 가치가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였다. 두 번의 큰 난리, 왜란과 호란을 통해서 가치가 뒤흔들렸을수도 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고전과 같은 소설에서는 그런 중심되는 가치들, 가부장적인 가치나 유교적 가치를 더욱 더 강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고전 소설은 실제 현실에 비해서 더욱 더 가부장적인 요소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고전의 모든 내용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전, 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저런 강화된 가부장적인 가치, 가 바로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부연하자면 현대에 들어서 누가 저런 가부장적인 가치를 그대로 따르겠는가. 그러나 고전에서 가부장적인 가치와 유교적 가치를 빼면 그야말로 '기담', 과 '도술'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한 쪽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뼈를 이루는 부분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가부장적인 가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가장이 이런 고전의 영향을 받아서 가부장적인 인식을 획득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부장적인 가치, 남자중심주의를 비판한다면 그 결말은 일종의 반동으로 여성의 권리, 에 대한 논증으로 끝나게 된다. 첩과 처의 관계에서 이 책이 분석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굳이 고전을 재해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다른 단점이 또 하나 있으니, 이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타자화, 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타자화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종의 차별이다. 누구든지간에 자기자신이 사실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인격과 성격이 자기 자신에게는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 기준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면 타인은 나에게 못미친다. 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다. 저 사람은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타인을 나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게 되고, 더 나아가면 일종의 물체로 보게 된다. 그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나 인격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물론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 그렇다면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물체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타자화라고 부른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인류학사에서 가장 큰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식민지로 파견가서 연구를 하는데, 식민지의 사람들도 그들, 지배하는 사람들처럼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처럼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을 그동안 그랬던 것 처럼 지배할 수 없으니 그들의 인격은 모조리 무시하고 더욱 더 물체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이를 두고 피식민지인들을 타자화시켰다고 부른다. 이 책, 가족기담에서는 이 타자화, 를 가져와서 어떻게 고전에서 여자가, 그리고 심지어 가장까지 타자화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타자화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었다면 그 다음 순서는 당연하게도 타자화에 대한 해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말미에서는 그런 해결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보이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가족의 가치, 에 대한 강조로 마무리를 짓고 만다. 기술적인 문제를 한참 이야기하고 끝에서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거야,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렇다, 분명 가족의 사랑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나 가족의 가치는 언제든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중간에 여러 단계를 건너뛴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를 우리는 그대로 별 비판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절개가 중요하다고 하면 절개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되고,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 말을 쫓아 남편에게 순종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만으로도 이 책은 우리에게 큰 전환점을 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너무 당연하게도 절개를 지킨 춘향이는 참 좋은 여자다, 열녀다, 놀부는 그야말로 나쁜 놈이다, 벌을 받아 마땅하다, 등과 같은 인식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저런 인식만 배우게 된다면 우리는학교에서 줄을 잘 맞추어 시키는 대로 이야기하는 앵무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학급이 돌아가려면 선생님이 안볼때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칠판에 선생이 판서하는 내용을 삐딱하게 쳐다보는 아이도 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이 학급에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획일적인 집단이라면 외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저런 삐딱함, 은 불확실성을 높여 그 집단이 환경, 사상, 인식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무수한 세월을 거쳐서 지금껏 살아남은 생물 집단들처럼 말이다.

 

어느 광고에서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광고가 한창 유행할 시기, 나와 친구들은 우스개소리로 모두가 YES할 때 혼자 NO하면 따돌림당한다, 혹은 두들겨 맞는다,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모두가 예, 라고 말할때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좀 더 삐딱하고, 좀 더 특이한 시각으로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그런 사람말이다. 기존의 해석이 굳어내려져온 고전을 독해할 때, 특히 그런 시각이 필요하다. 고전이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고전 자체를 일종의 가치로 생각하고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필요할 지 몰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다각적인 비판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고전 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주류로 내려오고 있는 어떤 가치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가치들을 남들이 따른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인식에 우리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삐딱하게 쳐다보아야만한다. 그리고 이 가족 기담, 과 같은 책이 그 첫걸음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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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9-10 16:15   좋아요 0 | URL
리뷰를 읽어보면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막상 제가 읽으려고 책을 펼치면 다 못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연님의 리뷰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가연 2012-09-10 19:17   좋아요 0 | URL
사실 별로 길지 않은 책이에요..ㅎㅎ 제가 자꾸 도입부에 공을 들이다보니, 푸핫, 리뷰가 자꾸 길어지네요. 뭐랄까, 약간 불친절한 부분이 있는데 설명을 고전 내용을 우리가 거의 다 알거라고 가정하는 부분이 쫌 있기는 해요. 뭐, 사실 장화홍련전이나 옹고집전은 거의 다 알긴 하겠지만..ㅎㅎ

2012-09-10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1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1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2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3-09-28 01:04   좋아요 0 | URL
무서운 영화를 보는 방법 재미있네요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을 볼 때도 그러는군요 그냥 보기만 하는 것보다 좋겠습니다


처와 첩이 손을 잡고 주인공을 내조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본다.

제가 이 말을 잘못 봤습니다 처와 첩이 손을 잡고 남편한테 맞선다로...^^ 다시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잘못 보고 떠오른 소설이 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역로>에 나오는 '옅은 화장을 한 남자' 예요 처와 첩이 손을 잡는...

고전을 다르게 해석한 이야기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가연 님은 거기에서 문제점을 조금 찾아냈군요 삐딱하게 보기, 필요한 일입니다


희선

가연 2013-10-03 21:09   좋아요 0 | URL
처와 첩이 손을 잡고 남편에게 맞서는 경우도 있겠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