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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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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요즘 세상은 정말 어려운 세상입니다. 여러 가치가 뒤섞이고 하나의 의견과 그에 반대되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명확한 기준도 설정되어있지 않지요. 사실 무엇이 옳은지를 따지는 기준 따위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명확하게 적용되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기준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 자체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것은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어려워집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어떤 상황이 눈 앞에 닥쳤을 때 주의 깊게 생각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불가에서는 팔정도를 이야기하는데, 그 팔정도에는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바르게 보다, 바르게 생각하다, 와 같은 말들은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이 바르게 본다, 바르게 생각한다, 와 같은 말에서 ‘바르다’ 라는 의미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바르다, 와 같은 말이 상당히 애매모호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 종교들에서는 자신들의 교리를 따르고 계율을 지키는 것, 혹은 신에게 귀의하는 것이 바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종교를 믿지 않는, 그리고 설령 믿더라도 그런 종교의 역할이 아무래도 직장생활등과 같은 세속적 삶들 때문에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가 어려워진 현대 사회인들에게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들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조금 진행시켜보면, 우리는 하나의 의미가 확실히 저 ‘바르다’ 라는 말의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말자, 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시기에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 출간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 이미 그의 현대 사회의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및 문제 제기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었지요. 하지만 그의 전작에서는 이런 저런 질문만 던져두고는 제대로 된 결론을 맺지 않았다, 라는 비판도 분명 있었지요. 이번에 나온 이 책에서도 여전히 확답은 내리고 있지 않지만, 이번 책은 전작과는 다르게 충분히 저자 본인의 의견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그 무게를 어디에 더 두고 있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비시장적인 영역이었던 새치기나 불임시술, 대리 사과 서비스와 같은 문제들, 그리고 생과 사의 문제에까지 자본주의가 침투한 현상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저런 문제들이 정말 팔 수 있는 물건들인가? 라고 말입니다. 저자 본인은 아무래도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팔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는 입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합니다만, 이는 그저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 와 같은 그런 고집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하여 합리적인 반박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상대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의지를 여러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표명하고 있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 제기는 마이클 샌델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경제학자인 칼 폴라니가 그의 저저 ‘거대한 전환’ 에서 팔 수 없는 물건, 그 중에서도 가장 존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인간이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전락해버린 그런 상황에 대해서 개탄한 적이 있지요. 이미 예전부터 팔 수 없는 물건과 팔 수 있는 물건에 대한 논의는 경제학계에서 있어왔던 것입니다. 이전에 출간된 ‘인지자본주의’와 같은 책들도 큰 틀은 그에 대한 논의였지요. 인간의 정동마저도 종속되어 자본의 지배하에 놓은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였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이 그와 같은 논의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쉽게 어디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가져왔다는 점이겠지요. 인간의 정동의 종속에 관한 문제나 팔 수 없는 물건인 인간이 상품이 되버렸다, 등의 논의는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으며, 단편적인 몇 부분의 예(스튜디어스가 미소를 ‘파는’ 등의 예)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에는 좀 추상적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새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인센티브, 결혼식 축사를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등의 영역이며, 매우 구체적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지요. 당신이 이제 결혼을 하는데, 당신의 친구에게 축사를 부탁했다. 당신의 친구는 매우 열심히 준비 하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기거나, 혹은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만 생각이 나서 결국 인터넷으로 감동적인 축사를 구매했다. 축사를 받은 당일 당신은 너무 멋진 축사에 감격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인터넷으로 축사를 구매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좋다면 왜 좋은가? 나쁘다면 왜 나쁜가? 이런 일이 허용되어져야 할까?

이제 와서 대부분의 것들이 사고 팔 수 있는 물품으로 변해가는 경향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현대사회는 어쩌면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면 가속화될 것이지, 절대 줄어들지는 않겠지요. 앞서 현대사회는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팽팽히 대립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돈을 잘 버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고, 심지어 그동안 팔 것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것 마저 팔 것으로 만들어 파는 현상에 대해서 감히 옳다, 그르다, 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다른 것이 ‘틀린 것’ 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대로 놓아두어야 할까요? 여기서 마이클 샌델은 두 가지의 반박 기준 틀을 제시합니다. ‘공정성의 문제’ 와 ‘부패의 문제’ 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서 자신이 가져온 다양한 예시에 대하여 저 두 가지 기준틀을 날카롭게 들이댑니다. 공정성의 문제는 과연 각 상황들이 정말로 공정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선택이 내려진 것인가? 그 선택이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종의 강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줄서기와 새치기에 대한 문제를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과연 돈을 주고 먼저 목적지에 가는 것이, 즉 새치기가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까요? 혹은 마약에 중독된 여자들의 불임시술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마약을 찾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줄 테니 불임시술을 받으라, 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부패의 문제는 공정성의 문제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정의하는 부패의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으로 사회적 관행이나 재화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것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그것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지요. 앞서 친구의 축사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가 인터넷에서 축사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분명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축사를 돈을 주고 구매한 행위가 그 축사의 가치를 저평가시키게 되었기 때문에, 즉, 부패시켰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예로 드는 교황 집전 미사에 몇 배나 가격이 오른 암표를 주고 참가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과연 교황 집전 미사가 가지는 그 신성한 의미가 전혀 부패되지 않았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바르다, 라는 말을 이야기하면서, 그 기저에 인간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가치, 라는 단어도 그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이 몇 번이고 앞의 두 문제들, 공정성의 문제와 부패의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저 인간의 가치, 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구체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사고 파는 순간 (생명보험이나 책에서 언급한 말기환금보험과 같은 경우) 과연 스스로가 존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과 맺어진 유대관계를 판매하는 순간 (결혼식 축사나 사과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 선물이 현금으로 건네어지는 경우) 과연 인간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가 존엄하지도 않고, 사회로부터도 유리된 삶을 살아간다면 과연 그 사람은 자신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로서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 여기지만, 또 다르게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과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 라고 말이지요. 그동안 경제학계에서는 도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부분이 점차 곪아서 드러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덕과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경제학 부분에서도, 단순히 철학의 영역이라고만 단정 짓지 말고, 깊은 논의가 필요할 때가 다가온 것이겠지요.

 

  이 책의 제목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원제인 What money can't buy를 그대로 옮긴 제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번역을 하였을 때 우리나라 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중의성이 생겼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은 말 그대로 돈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들, 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돈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들, 이라는 의미도 가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돈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으로 친구나 가족의 유대관계를 구매했다고 해서 과연 그 유대관계가 오래갈까요? 부패시킨다고 앞서 말했지요. 부패의 끝은 결국 삭아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돈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그 대답은 제가 이전에 읽은 ‘부채 그 첫 오천년’ 이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경제학자가 아닌, 인류학자가 인류학적 접근으로 경제사를 조명한 책인데, 이 책의 결론은 원래 부채는 인간 저마다가 가진 고유한 특질에 따라 맺어진 자유로운 약속이었으니, 이제 그 의미를 회복할 때가 찾아왔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부채를 ‘인정하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채가 인간성의 회복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일견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서로 서로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부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감정이나 유대관계, 그리고 심지어 그 생명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각 개개인의 가치를 보존함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현대의 타락한 의미로의 부채가 아닌, 자유로운 약속이었던) 부채, 라는 이름의 유대관계까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 현대 사회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상대방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만큼,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스스로의 존엄성도 (동일한 인간이기에)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끝끝내 현대의 상품화의 가속화되는 경향에 휩쓸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외면한다면, 우리 자신도 이윽고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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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03 01:11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만큼 재미있어 보여요. 일전에 경향신문에서 이 책의 리뷰를 보았었는데 그때도 그 리뷰 읽고 꼭 봐야지 꼭 봐야지 했었거든요. 가연님의 리뷰를 보니 또 불끈불끈 이 책을 읽고 싶어지네요.
게다가 좀전에 경향신문에 무려 마이클 샌델 인터뷰가 실린게 아니겠습니까. 어제 연세대에서 있었던 그의 강연이 아주 좋았다는, 그런 기사와 함께 말이죠. 아..그러나 저는 이 밤, 몽실언니를 마저 읽고 자야겠어요. 그런데 몽실언니 슬퍼요. ㅜㅜ

가연 2012-06-03 13:23   좋아요 0 | URL
오늘 한 시, 지금 하고 있겠네요, 우리 마이클형이[..] 강남교보문고에서 선착순 백명의 싸인회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ㅎㅎ 저는 사람 많은 것은 별로 안좋아해서 가지는 않았습니다만ㅎㅎㅎ 연세대에서 강연을 했었죠. 인터넷으로 몇 몇 부분만 잘라서 봤는데, 음,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ㅎㅎ 마이클형이 우리 나라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것이 아니라서.. 학생들과 엇나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군요.
어쨌든 이 책은 괜찮은 책입니다. 사실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 를 그다지 맘에 들어하지는 않았는데.. 이 책은 좋게 읽었습니다ㅎㅎ 지금은 몽실언니를 벌써 다 읽으셨을테구.. 음.. 저는 슬픈 책을 읽고 나면, 혹은 애잔한 결말이 나는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찡해서 걍 누워서 잠만 자면서 상상력을 발휘.. 하는 경우가 많은데ㅎㅎ

희선 2013-09-30 00:45   좋아요 0 | URL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마음...^^
어떤 사람은 그것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부채 그 첫 오천년’ 본 적 있는데, 저는 말 그대로 더울 때 부치는 부채로 생각했습니다
빚이군요 그것을 읽어봤다면 벌써 알았을 텐데... 언젠가 읽어봐야겠군요
다른 것도 천천히...^^

정말 지금 시대는 많은 것들에 값을 매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가연 님이 말한 것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희선

가연 2013-10-03 21:1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에 저도 이 리뷰를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1년 후에 읽으니 기분이 뭐랄까, 내가 이런 글도 썼구나, 싶은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