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이룩한 업적은 무수히 많지만(못 믿겠다는 듯 코웃음을 치시는 분이 더러 있군요. 어떻게 알았냐구요? 척 보면 다 앱니다. 아무튼 처음부터 그렇게 냉소적인 태도로 대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저는 오직 사실만을 말할 테니까요.) 그 중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정치인화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현 정부의 굵직굵직한 업적을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정부가 뒤로 물러나 아무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 스스로 각자도생을 꾀하게 하고 그것을 통하여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독립심을 고취시켰다는 점, 매년 청년 실업률을 높임으로써 청년 백수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직업이 없는 청년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의 '청년 백수'라는 단어를 대신하여 취준생이나 공시생 등을 사용함으로써 언어 순화에 기여하였던 점, 자신의 출신 성분(금수저, 흙수저 등)에 따라 계급을 확고히 함으로써 온 국민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한 점, 어느 분야의 종사자라고 할지라도 이념에 따라 적과 동지를 구분할 수 있는 정치적 소양을 기르게 한 점 등 현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업적은 이루 나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업적 가운데 정부는 그동안 이념적으로 중립을 지켰던 분야, 이를테면 의학이나 과학 등에서도 이념화를 꾸준히 추진하여 현재는 전 국민의 정치인화를 완성단계까지 끌어 올렸으며 이러한 결과는 전 세계의 민주 국가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간단한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이념을 드러냄으로써 대부분의 의사가 '외인사'라고 우겨도 홀로 꿋꿋이 '병사'라고 기재하는 의사가 나타났겠습니까. 대단하지요? 그뿐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함으로써 이제는 초등학생들조차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컨대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군사혁명으로 이해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성과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현 정부의 업적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동안 등한시되던 스포츠분야에서도 이념화는 꾸준히 진행되어 낡고 중립적인 '국민체조'가 이념화 된'늘품체조'로 산뜻하게 변하였다는 걸 빼먹을 뻔했군요.
태풍 차바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오늘, 정부는 역시 국민들의 독립심 고취를 위해 별 다른 일은 하지 않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만 반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