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는 그리움의 강도가 누구에게나 매번 일정한 것은 아니어서 가을 주말의 분위기는 언제나 분주하고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하였다. 그래서인지 주말 외출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개 부산스럽다 못해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 산의 정상에 이르는 내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므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을 오르는 등산 애호가에게 있어, 가을 산행은 더없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가벼운 고통을 수반하는 고된 여정인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오늘 아침 산을 오르는데 내 뒤를 따르던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하마터면 나는 '좀 조용히 하세요!' 하고 호통을 칠 뻔했다. 울긋불긋 요란한 등산복 차림에 등산 스틱과 모자며 배낭까지 그 모습 그대로 히말라야 등정을 한다 해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빨리하여 그들과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트려 놓기는 했지만 산을 울리는 그들의 수다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 행태는 비단 국내에서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어서 이따금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오명을 해외에서도 듣게 되는 걸 보면 그런 못된 습관은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까 싶다.
그게 어디 일반인들뿐이랴.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야기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던 보훈처장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그의 말인 즉 미국이 대한민국에 사드 배치를 결정했으면 다소곳이 따를 일이지 어느 안전이라고 반대를 하느냐는 의미와 함께 그런 국민들을 대신해 자신이 사과를 할 테니 노여움을 푸시라, 하는 뜻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회식 자리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공직자가 있었는가 하면, '국민은 개·돼지'라고 일갈했던 교육부 공무원도 있었고, 교육부가 주최한 박람회에서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지구본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게다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경북대 출신의 모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시를 당한 것이 자신이 지방대 출신의 '흙수저'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그렇다면 그도 우리나라가 차별과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비민주적인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인데 국가 공무원으로서 그의 생각은 과연 옳았던 것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하는데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사람을 그대로 쓰겠다고 말하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오히려 국회를 싸잡아 비판하는 대통령의 오만은 국민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고 무엇일까.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공무원은 도대체 국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위안부 기림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우리나라의 국가 공무원,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의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공무원, 교육부 주최 행사의 기념 지구본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공무원 도대체 그들의 국적은 무엇인지... 나는 정말로 그들의 국적을 묻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