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았던 윤모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나 봅니다. 꽤나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에서도 가물가물 합니다만 현 정부의 초기에 발생했던 그 분의 미국 내 성희롱 사건은 그 분 특유의 느린 말투와 논리적이지 못한 해명으로 인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었던 듯합니다. 그후 성희롱 하면 으레 그 분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분은 마치 성희롱의 대명사처럼 대우(?)를 받았지요.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 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한 게 전부였다."라고 했던 액센트 없는 그 분 특유의 말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듯합니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됨과 동시에 그 분은 그동안 폐쇄되었던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더군요. 그는 자신의 글에서 가족, 특히나 그의 아내가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상세하게 기록하였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과 더불어 언론에 대한 불만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근 3년 5개월만이라는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겠습니다만 그동안 본인으로 인해 그의 가족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이나 정신적 충격을 생각할 때 같은 인간으로서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자신의 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거나 자숙하지 못하고 죄가 없다는 식으로 본인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억울함만을 말하는 건 견강부회라고 일갈하는 분들도 꽤나 많았지만 말입니다.

 

여성에 대한 범죄가 유난히 많았던 요즘, 자신의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곧바로 글을 올렸던 건, 글쎄요,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전라남도 섬마을에서 있었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며,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등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할 이 시기에 성희롱과 관련된 자신의 사건을 억울하다고 하는 건 좀...

 

이 모든 일들이 모두 의도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겠습니다만 이 나라의 교육과 윤리의식, 경제와 효용만 중시하는 천민자본주의 논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약자에 대한 배려도, 불의에 대한 저항도 없이 그저 제 한 몸 지키는 일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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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6-0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쥐님 글~너무 멋집니다.!!

꼼쥐 2016-06-08 19: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도 덥고 일에 지쳐 기운이 없었는데 북프리쿠키 님의 친찬 덕분에 힘이 나네요.

2016-06-08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0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