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TV와 신문을 가리지 않고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의 쾌거'라는 둥 '[문화 강국 코리아] 대중문화 넘어 문학-예술로 확장...세계가 빠져든 新한류 바람' 등 얼핏 보기에도 과하다 싶은 기사들이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만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태양의 후예'만 하더라도 '드라마 한류', '한국 드라마 신드롬' 등 듣기에도 민망한 말을 연일 쏟아내더니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출연 배우에게 '진짜 청년 애국자'라며 칭찬을 쏟아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칸 영화제 출품작은 아직 아무런 결과도 나온 게 없는데도 마치 '황금종려상'이라도 받은 양 기사를 쏟아냅니다.

 

과연 이것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한국인의 쾌거에 대해 같은 한국인으로서 기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좋은 결과가 단지 한 개인의 또는 한 단체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일회성의 성과가 아닌, 기사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단단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이제야 빛을 본, 그래서 전국민이 기뻐해야 할 국가적 성과물이라고 해도 좋은지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한강 작가의 수상은 누가 뭐라 해도 열악한 문화적 토양에서 일궈낸 개인의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월평균 책 구입비 1만 6천 2백 원인 나라에서 꾸준히 책을 쓰고 출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지방재정에서 가장 뒷전에 놓인 도서구입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야말로 형편에 따라 늘고 줄어들 수 있는 가장 만만한 항목이지요.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

 

지난 16일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직감하고 있겠습니다만 대한민국에서 오롯이 시인으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극히 적은 소수에 국한될 것입니다.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는 시집이든 소설책이든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내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노벨문학상을 욕심내고 콩쿠르상을 탐낸다는 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돌연변이일 뿐 쾌거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나 일부 연예인의 인기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건전한 문화적 바탕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대중 문화인들의 성과가 아니라 특출난 개인의 성과, 특별히 잘 쓰인 작품에 의해 탄생된 일시적인 인기를 두고 일희일비 하는 짓을 우리는 언제까지 해야 하며, 그런 기사에 현혹되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문화 선진국의 지위를 얻은 양 몇 날 며칠 과장되게 떠드는 짓을 우리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요? 우리의 문화적 민낯은 유명 시인 하나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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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05-19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강이라는 작가는 예전부터 있었도 좋은 소설을 썼는데 상수상하잠 이제야 관심이 집중되고
책이 팔리는걸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의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모습이 쓸씁합니다
한국에서 추리 sf 소설은 인정받지 못하고 순문학이나 인전하는 문단의 모습 진정한 작가라는
명제에 대해 묻고 싶네요 이대로 한강이라는 작가가 계속해서 좋은 책을 발매해주었으면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싫네요

꼼쥐 2016-05-22 14:5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한국 문단의 잘못된 행태나 독자들의 무관심도 큰 문제이지요. 술값을 지불하는 데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을 사는 데는 왜 그렇게 인색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