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축구 중계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나 봅니다. 휴대폰 알람 소리가 마치 덩치 큰 곰이 내 몸을 우악스럽게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죠. 이제 막 단잠에 든 아이의 달콤한 꿈을 방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비몽사몽의 의식으로도 아침마다 입고 나가던 운동복의 소매는 잘도 꿰어지더군요. 현관을 나서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모자란 잠을 훅 하고 날려버렸습니다.

 

달빛이 밝았습니다. 음력 보름에서 3일이 지났더군요. 눈석임물이 얼어 빙판을 이룬 곳이 더러 있었습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을 쳐야만 했습니다. 못 보던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날씨가 어지간히 풀려 사람들로 하여금 새삼스레 운동을 결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그렇지 이 새벽에 산을 오르려면 웬만한 결심으로는 아마 힘들었을 것입니다.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렇게 산을 오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풀에 지쳐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피곤'이라는 이름 앞에 자신의 귀중한 하루를 상납하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분연히 저항하는 하루는 또 얼마나 대견한 것인지요. 2016년의 1월은 어느 해보다 빨리 지나가는 듯합니다. 한동안 길게 이어졌던 맹추위 탓도 있었겠지만 극과 극을 오가는 롤러코스트의 날씨가 사람을 영 정신 못 차리게 했나 봅니다.

 

한낮의 나른함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대는 오후. 기온은 조금 더 올라 포근해졌고 읽고 있던 책의 낱글자들이 가물가물 흩어집니다. 그나저나 국정 역사교과서는 편찬기준이나 집필진의 발표도 없이 이미 집필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대한민국은 제 나라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없는 것인지요. 하다 못해 정부의 사이트에 게시글을 올리더라도 실명을 쓰는 마당에 한 나라의 역사를 새로이 쓰면서도 익명으로 하다니...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민망해 하는 까닭에 대한민국의 모양새는 점점 옹색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읽고 있으려니 몰려오던 잠이 모두 달아난 느낌입니다. 졸음을 쫓는 데는 뭐니뭐니 해도 정부의 망나니짓을 보고 화를 내는 일보다 더 효과적인 것도 없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민(愚民)ngs01 2016-01-2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까지 우리나라 축구 응원해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일전도 꼭 승리하기를..😁

꼼쥐 2016-01-28 13:15   좋아요 0 | URL
일단 리우올림픽 출전권은 땄으니 설사 한일전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기면 더없이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