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운동을 나서는데 어찌나 춥던지요. 어제 아침은 얼마나 춥고 바람이 거세던지 결국 산에 오르는 건 포기하고 아파트 인근의 체육공원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집을 나서기 전부터 '오늘은 기필코 산을 오르고야 말겠다.' 굳은 결심을 하엿던 것입니다. 사납게 불던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볼에 닿는 찬 기운이 에이듯 매서웠습니다.
발길을 움직일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조용한 숲에 울려 퍼졌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따금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바람이 능선에 쌓인 눈을 등산로 옆 나뭇가지에 하얗게 흩뿌려 놓았습니다. 어렸을 적 누나가 떠준 빵모자와 벙어리 장갑을 끼고 바람 매서운 길을 30여 분 걸어 학교에 가던 생각이 나더군요. 털실로 짠 모자와 장갑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바깥 추위를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었지요. 손과 발 귀가 꽁꽁 언 채로 학교에 도착하면 벌써 등교한 친구들이 아직 불도 붙지 않은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곤 했었습니다. 서로의 체온을 조금씩 나눠주면서 말이지요.
오늘 만났던 사람들마다 '많이 춥지요?' 하고 인사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인사말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판에 박은 듯이 '안녕하십니까?' 나 '안녕하세요?' 또는 서양식의 '좋은 아침입니다.'가 보편화 되었지만 과거에는 '진지 드셨습니까?'와 같은 실제적인 물음이 인사를 대신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진심이 담기지 않은 요즘의 빈 인사말보다 진심이 가득 담긴 과거의 투박한 인사말이 더 정감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합니다.
오늘 뉴스를 보다 보니 대통령이 노동5법 등의 입법을 촉구하는 재계의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한가한 직책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얼마나 할 일이 없고 무료했으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대기업과 재벌단체가 하고 있는 서명운동에 동참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좌관들은 대통령을 위해서 하다 못해 뜨게질 거리라도 사다 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비서실 직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