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벤치에서


침묵의 계절 겨울이 순례를 떠나는 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해묵은 편지를 읽었다

처음과 끝이 맞닿은 어느 곳에서
부유하던 너는 
기별도 없이 내게로 왔다

봄은 속삭이는 계절
소리치지 말 것
험한 얼굴로 인상쓰지 말 것
바람의 언어로 시를 쓰고
태양의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 오후를 방해하지 말 것
그렇게 숨죽이고 지켜볼 것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련함이 흐르는 한낮

도시 저편에는 회색빛 게으름이 졸고
꽃이 피려는지
아이들 웃음이 맑다

봄은 속삭이는 계절

소리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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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우연’을 위한 빈 자리를 마련했다.
커피 한 잔으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을 보면 삶은 분명 축복이다.
4월의 날씨치고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 여전히 꽃은 피고, 오가는 사람들은 
제 것인 양 봄을 즐기고 있었다.
짧은 글을 메모하고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아쉬움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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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1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시, 꼼쥐님이 쓰신 거에요?
우와~~ 대단하신데요^^
정말 멋진 시에요. 특히 저는 저 대목 쉿, 이라는 대목이 좋아요.
맨날 아이들하고 지지고 볶아서
봄이 속삭이는 소리도 놓치거든요^^

꼼쥐 2010-04-1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분한 칭찬이에요.
쓰고 보니 운율도 잘 안 맞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렇죠. 특히 아이가 어리면 더 시간 내기 힘들죠.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