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있은 지 십여 일이 지났습니다. '웰컴 투 꼰대 월드!'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많은 꼰대 님들 덕분(?)에 나를 비롯한 많은 꼰대 청산론자들은 곳곳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스트레스는 그러려니 하고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퇴근을 하고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에도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의 뉴스와 온라인을 뒤덮은 기사들 대부분은 취임도 하기 전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용비어천가'로 넘쳐납니다. 이것은 숫제 MB 시절의 '기레기' 탄생 신화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질문에 앞서 "정말 외람되오나"라는 말로 당선자의 심기를 살피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알아서 긴다'는 말은 비단 군부 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과거의 유물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나는 텔레비전의 모든 뉴스와 인터넷 포털 기사를 차단한 채 독서와 음악 감상의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말하자면 강제적인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실천하고 있는 셈인데 이것 역시 크게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행위가 자발적인 게 아니라 '강제적인'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중독의 수준에 이른 웹 서핑이나 텔레비전 시청 등은 마음을 먹는다고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천군이라는 기녀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김유신이 이를 끊기 위해 습관처럼 기생집을 찾는 애마의 목을 베었던 것을 감안할 때 TV 리모컨이나 스마트폰 버튼을 누르는 제 손가락을 잘라야 하겠지만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입니다. 마냥 짧기만 했던 동지섣달의 낮 길이가 시나브로 이렇게 길어졌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강원도엔 때 아닌 폭설이 내리고 기세를 드높이는 꽃샘추위로 인해 행인들의 어깨는 한껏 움츠러드는 요즘입니다. 검찰 출신의 최고 권력자로 인해 대한민국의 여론 역시 한껏 움츠러드는 걸 보면 기자들 또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입니다. 서릿발 같은 검찰 권력의 칼날이 약하디 약한 서민의 어깨를 겨누지나 않을까, 쌓이는 스트레스에 더해 걱정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공포심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권력자를 향한 그들의 '용비어천가' 소리는 높아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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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3-2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을 할 놈의 세상 ㅜ

꼼쥐 2022-03-24 18:55   좋아요 0 | URL
조금 시간이 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