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 눈물을 비유적으로 일컬어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악어는 사실 장기간 물 밖에 나와 있을 때 눈이 건조해져 상하지 않도록 눈물을 흘리며, 눈물샘을 관장하는 신경과 턱의 저작행위를 관장하는 신경이 동일하기 때문에 먹이를 씹어 삼킬 때에도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14세기 초 존 맨더빌의 여행기에 의하여 처음으로 소개되었다는 이 말은 셰익스피어에 의하여 널리 사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애먼 악어는 억울한 면이 있겠습니다만 말이죠.


얼마 전에도 우리나라 굴지의 우유 업체 회장 한 분이 '악어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하여 회사의 주가가 바닥을 치던 시기였습니다. 자신의 회사를 모 사모펀드에게 매각하고 자신은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아들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발표 이후 주가는 수직 상승했습니다. 회장의 눈물 어린 호소를 투자자들은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회사의 매각은 물론 회장직에서 사퇴하는 것도 없었던 일이 되었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들들 역시 승진까지 했다고 하니 그는 어쩌면 '악어의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회장은 정계에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걸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회사의 고문으로 있는 그의 부인이 자택에서 단체 모임을 가졌다고 합니다. 열네 명이나 모였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었겠지요. 그중에는 부산 시장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분입니다.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 방역 4단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은 권력의 상층부에 있었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게다가 방역 4단계에도 불구하고 정무에 바쁜(?) 부산 시장이 불원천리하고 달려왔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아마도 방역은 개나 돼지만 지키는 것이지 자신들은 방역 단계를 결정하고 지도하는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부산 시장과 같은 당에 있는 윤 모 의원이 최근에 또 '악어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언론사의 카메라 앞에서 젊은 당 대표와 손을 잡고 제대로 폼을 잡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 의원님은 자신의 비리가 영영 들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도 빨리 밝혀진 것이 분해서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지만 당 대표의 눈물은 좀 볼썽사나웠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당 대표도 머쓱했겠지요.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그 의원과 동조하자니 그도 역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정황상 말입니다. 단지 정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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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8-26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정황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팩트를 지목합니다! 그러면 악어의 눈물이 맞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ㅎ

꼼쥐 2021-08-28 18:16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 님을 포함한 다수의 분들이 팩트라고 믿으신다면 아마도 그렇겠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