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속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백 세 시대를 실감하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장수하는 사람들뿐이니 그마저도 속설인 듯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전두환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남에게 나쁜 짓을 하나라도 더 많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무한정 오래 사는 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공기도 맑고 활동하기에 적정한 온도와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몰려드는 듯합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시간부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집을 나서는 나로서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맘때의 산길에서 부지런한 등산객을 만나는 일이 그닥 익숙한 풍경은 아니지만 근 일 년째 지속되는 코로나 정국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산을 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반려견의 배설물을 그냥 방치한 채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용한 새벽 산길에서 다른 사람들이 옆에 있건 없건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박수를 치면서 크게 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행동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서양의 제왕학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종오의 <후흑학>이 있다는 문구를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문구를 읽고 혹하여 저 역시 <후흑학>을 서둘러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책 한 권 읽는다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얼굴 뻔뻔한 사람이 될 리는 없겠지만 <후흑학>이라는 책이 있는 줄도 모르는 정치인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후흑의 고수인 양 행동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는 사람이 더 건강할까요? 아니면 포커페이스, 후흑의 뻔뻔한 인간들이 더 건강할까요?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을 떠올리면 후자가 더 오래 살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①욕을 먹기 싫어서 매사에 완벽히 준비하고, 욕을 먹으면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사람

②꼭 욕을 먹을 일만 골라하면서도, 욕을 먹으면 화를 내고 싫은 티를 내는 사람

③욕먹을 일은 하지도 않았으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먼저 하는 사람

④“삶에서 남의 평판은 중요치 않아!” 욕을 먹든 말든 오불관언하는 사람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은 먼저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여 욕을 먹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늦게 만나고 싶어 옥황상제에게 끝없이 청원을 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저승의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까닭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승의 사람들은 그가 하루라도 빨리 세상을 떠나길 바랄 테지만 저승의 사람들은 그와의 대면을 하루라도 더 늦춰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이승의 삶을 남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건 어쩌면 저승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살 나이를 더할수록 저승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인간이 되지는 않을까 지난 삶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됩니다. 힐끔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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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1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쥐 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네요.
저는 다른 관점에서 보려 합니다. 오래 사는 건 벌 받을 게 더 남아서라고 보는 거죠.
늙어서도 뉴스에 나오고 욕을 먹는 높은? 분들을 보면 죽을 때를 놓쳤다고 보는 거예요.
편안히 잠들 죽음을 놓치고 아직까지도 받을 벌이 있어서 이승에 오래 남는 거다, 이렇게 보는 거죠. 게다가 치매에 걸려 나중엔 가족에게조차 구박을 받을 처지가 된다면 그게 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라고 생각해 보는 거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꼼쥐 2020-10-11 16:30   좋아요 0 | URL
페크 님의 말씀에 일견 공감하면서도 사는 게 마치 고통의 연속인 양 느껴져 불안하기도 합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인가요? 제가 아마도 살면서 지은 죄가 많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안한 노후를 살 만큼 살다가 잠자듯이 떠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이 없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