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 한 명이 있다. 그의 야구 사랑이 어찌나 크고 열정적이던지 야구 경기가 시작되는 봄서부터 가을까지 응원팀을 따라 전국을 돌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가장이 빠진 그의 식당은 온전히 아내의 부담으로 지워졌고, 아이들을 돌보며 식당 운영까지 도맡아야 하는 그의 아내는 잠시도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따금 지나는 길에 들러 보면 바빠서 겨우 눈인사만 건넬 뿐 도무지 짬을 내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친구는 아내의 무던한 성격 덕분에 꿋꿋하게 응원을 다니곤 했는데 오죽하면 친구들이 원정 응원은 좀 심한 게 아니냐고 질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그렇게 야구라면 죽고 못 살던 친구가 최근에는 야구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는 게 아닌가. 물론 그 사실을 제일 반긴 사람은 그의 아내가 되겠지만 친구들 역시 특별히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그의 아내 앞에서는 괜스레 죄인 된 느낌을 받곤 하던 게 일거에 사라졌으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완전히 변한 게 아닐지도 모르니 조금 더 두고 보자는 다른 친구들의 제안도 있고 해서 꾸준히 지켜보았던 바 야구장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애들도 커가는데 유일한 낙이었던 야구마저 손을 끊었으니 얼마나 허전할까 싶어 어제는 친구들 몇몇이 모여 점심을 같이 먹었다. 말하자면 위로 점심이라고나 할까.

 

어깨가 축 처진 모습으로 식당을 들어서는 친구에게 다들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던지는데 친구는 이렇다 저렇다 대꾸도 없이 빈 의자에 철퍼덕 앉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허겁지겁 달려드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깨작거리며 겨우 젓가락질을 하는 친구에게 "너 야구 끊으니까 제수씨가 맛있는 걸 많이 해줬나보다. 음식을 앞에 두고 그렇게 깨작거리는 걸 보니." 하고 농을 던져도 특별히 대꾸가 없었다. 식사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친구는 갑자기 자신이 응원하던 팀에 대한 디스를 시작했다. 그가 오래전부터 응원하던 팀은 한화 이글스였는데 야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우리들도 한화의 성적이 리그 최하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친구는 우리나라 야구도 성적이 안 나오는 팀은 2부 리그로 강등을 하는 게 옳다며 그런 아마추어 수준의 실력으로 관중들의 돈을 받고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한껏 열을 올렸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바쁜 일이 있다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바빴다. 친구는 롯데와 한화는 2부 리그도 모자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못을 박았다. 야구 문외한인 우리들은 그저 그러려니 입을 닫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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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7-25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화...답답하긴해요ㅠ

꼼쥐 2019-07-26 12:01   좋아요 0 | URL
친구의 말에 의하면 타자가 삼진을 당하고도 씩씩 웃거나 투수가 홈런을 맞고도 웃는 등 한화의 선수들은 열정과 오기가 없는 듯하다고 하더군요. 그게 제일 화가 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