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곳한 햇살이 순한 졸음을 불러오는 한낮, 정신없이 바빴던 3월의 기억들이 아슴아슴 멀어집니다. 조금은 길게 이어졌던 꽃샘추위의 여파로 인해 지난달의 피곤이 채 풀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창밖에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목련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꽃샘추위에 파리하게 여윈 듯 보이는 가냘픈 모습입니다.

 

내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오점이자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제주 4.3 사건의 71주년이 되는 날이자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5.18 망언을 일삼는 사람들은 제주 4.3 사건 역시 곱게만 보지는 않는 듯합니다. 죄 없는 양민들을 향해 국가의 공권력이 무자비한 폭력으로 행사되었음에도 애도와 위로는커녕 비난과 거짓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와 같은 세력들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준다는 것은 폭력과 억압의 정치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5.18 망언을 했던 국회의원들을 징계하겠다던 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입을 닦는 모습을 국민 모두가 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게다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과연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늘 그렇듯 그들은 공정해야 할 선거 운동에 있어서도 반칙과 불법을 동원합니다. 선거 운동이 금지된 축구장에 난입하여 유세를 펼치는가 하면 지역신문의 기자를 매수하려고도 했습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학살과 탄압조차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니 그 정도 불법이나 탈법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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