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문
길상 지음 / 푸른향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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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모두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기에 태어날 때 부터 뼈속까지 천주교 신자였던 나는 당연하게 어릴적부터 성당에 다녔고 의심의 여지 없이 모든 곳,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이 계시기에 감히 나쁜일은 꿈도 꿔보지 못한 착하고 바보같은 쑥맥이었다. 사춘기 때야 비로소 고민에 빠져 방황하긴하였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있다. 그런 내가 스님의 저서를 읽기시작한 것은 법정스님과의 인연 때문이었고 그 후론 종교의 구분없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도 스님들의 시집이나 법구경도 편견없이 읽게 되었다.

 

부천님 오신날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길상스님과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길상스님이 누군지 어느 절에서 무슨일을 하고계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현재 포교당을 열고 ‘삶이 곧 진리’라는 생활불교를 실천하고 계시단다. 첩첩산중, 인적드문 산사의 구도승만을 떠올리던 불교가 언제부터인지 속세로 파고들어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숲속의 문'이란 이 책는 길상스님이 불교에 입문할 무렵의 방황과 험난한 구도의 길의 과정을 소설로 묶었다. 명상집이나 에세이 등을 접하다 스님이 쓰신 소설은 무슨 이야기를 담았을지도 궁금했고, 스님들은 무슨 생각으로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속세를 떠난 수행자의 길을 선택하였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소설이라지만 저자의 신분상 대부분의 이야기의 배경은 산사와 고즈넉한 암자, 사찰이 대부분이며 세상을 살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어봤을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 절망과 방황, 사랑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 놓고있다. 

 

 곱씹어본 사람이라면 수행자와 범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저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보는 동안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란 누구인가? 세상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부처들 
갓 스물의 나이, 작은 암자에서 대학 입시공부를 하던 '나'는 무작정 영주 부석사로 향한다. 불교의 기초지식도 알지못할 뿐더러 불교의 진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도 갖추지 못한 채 막연한 끌림에 영주 부석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봉암사 등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행자생활을 하며 스승들과의 만남과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진리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그에게

 

" 행자야,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잎이 겨울에 필 수 없듯이 너 자신이 지금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맛보아야 한다면 그 겨울이 너에게는 가장 좋은 때인 것이다. 그 때가 너를 성숙시켜줄 것이니 저항하지 마라. 그 때는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때가 오면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노스님은 그렇게 담담히 말씀하신다. 불성은 무엇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찾아 고된 체험과 방황을 통해 빛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렴픗이 깨닫게 된다. 


“불성을 본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그동안 답답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야가, 지금 뭐라카노, 제 눈을 지가 어떻게 본단 말이꼬?”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너는 너 눈을 너가 볼 수 있나?”


선문답과도 같은 노스님의 답변을 어리석고 무지한 내가 어찌 알까마는 그이 또한 이해하지 못하고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였지만 어둡고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은 삶과 죽음의 문제와 세상을 둘러싼 모순 속에서 길을 찾아 헤메는 우리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전국 유명 사찰을 더듬어가며 고승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고 스님네들이 풀어놓는 구수한 입담, 아버지가 평생을 떠안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아픈상처와 회한, 도반 스님들과의 우정, 과거의 자락마다 상채기로 남은 추억. 스님의 글이니 고루하리란 고정관념과는 달리 삶의 지혜와 재미 그리고 잔잔한 감동까지 담긴 솔직 담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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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로피 - 무기력한 나를 벗어나 최고의 나를 만나다
한지훈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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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공부를 열심히해도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을때 깊은 고민에 빠지고 급기야는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공부법 관련 도서들이 제각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아무리 많은 책들을 읽고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한들 공부 습관을 바꾸기 전에는 같은 시행착오만 반복될 뿐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름의 길을 알려주고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할 입장이다 보니 온갖 종류의 학습법 관련 책자를 읽어보고 니름대로 정리도 하고 실천도 해보았지만 별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에 이젠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내는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서점에 들르게 되면 아김없이 학습법이나 자기개발 서적에 눈길이 감을 어쩔 수 없다.  

 

잘못된 공부 습관을 잡아주고 올바른 공부를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최고의 나를 만드는 공부 혁명이란 부제가 붙은 ' 네트로피', 엔트로피는 들어 보았지만 네트로피라면 무엇을 뜻하는지 호기심과 궁금함을 못참아 어느새 방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다. 말 그대로 네트로피는‘모든 물질은 긍정적인 상태에서 부정적인 상태로 간다’라는 엔트로피의 반대 개념이다. 엔트로피라는 물리학 법칙을 공부에 적용시켰다. 조금은 색다른 방향의 시도이긴한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네트로피 상태를 지향함으로써 수험생들의 심리와 두뇌를 최적의 공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네트로피 상태에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거나 공부가 두렵다면 그것은 엔트로피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네트로피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뇌가 엔트로피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작은 유혹에도 쉽게 굴복하고, 게임이나 TV, 순간의 쾌락만을 찾게 되므로 엔트로피 상태에서는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주위가 산만하다면 자신이 엔트로피 상태가 아닌지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네트로피 상태에서라야 온전히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네트로피 상태를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집을 치우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어지럽혀진 집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면 나중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치워야 하지만 즉시 청소를 하게되면 쉽게 청소할 수 있을 뿐더러 관리또한 쉬워진다. 이 같은 논리로 공부를 하기 위해 주변 정리와 안정된 습관을 들여놓고 계속해서 시행해 나간다면 어떤 유혹이 닥칠지라도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머릿속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꾸준히 공부해가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공부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멀리 보고 미래를 준비하라
얄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은 과연 모두 행복할까? 아니다. 그들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좁디좁은 취업문을 통과해야 할 것이며 설사 취업에 통과했을 지라도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치뤄야하고 결혼 준비, 주택마련에 노후대책까지 앞에 놓인 장애물들이 연달아 앞길을 막고있다. 명문대진학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음이다. 공부는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며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일 뿐이지 결코 끝이 아니다. 지금의 수험생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먼 미래를 예측하고 목표를 정해 공부해야만 장기전에 지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마들어 갈 수 있다.

 

저자가 말한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네트로피 상태는 필수 요건이라할 수 있다. 반대로 눈앞의 시험만을 걱정하여  불안과 초조로 인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엔트로피 상태는 수험생의 최대의 적이 아닐까한다. 이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온갖 유혹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 불안과 걱정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몰입을 처방하고 있다. 현재 걱정과 불안에 싸여 있다면 원인을 정확하게 종이에 적고 걱정의 원인이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것이라면 빨리 해결하고, 쓸데없는 망상에 불과하다면 일단 생각을 접고 머릿속에 다른 질서를 잡아주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라고 충고 한다. 우리가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위해서는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때 누구나가 그 일에 행복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을까. 첫 째, 자신의 탐구적 본능을 깨워주어라. 우선 끊임없이 책을 읽어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고 지식을 쌓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내면의 자아를 성숙시킨다. 둘 째,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열정을 가져라. 이성이나 지혜는 공부를 하기 위한 필수요소이지만 이를 위한 기본은 열정이다. 열정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활동하게 하는 에너지이다. 이 넘치는 에너지야 말로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원천이 된다. 

 

머리 좋은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이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즐길즐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시험문제 한 두 개 더 틀리고 덜 틀리고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적은 결정된다. 어지러진 책상 정리와 같은 작은 습관을 고치는 엔트로피 습관을 바꾸는 방법으로 네트로피 상태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적 아버지께서 책상 검사를 하셨다. 공부하는 학생은 잘 정돈된 책상, 가방, 노트 등은 필수라시며 수시로 점검하고 바로 잡아 주시던 그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난다. 굳이 엔트로피나 네트로피라는 어려운 용어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정리 정돈이야말로 혼란과 걱정, 불안속에서 최대의 집중을 끌어 낼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말에 동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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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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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방학 때면 여지없이 온 가족이 크거나 작거나 자신이 들수 있는 최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이사가는 것 마냥 거의 모든 살림살이가 낯선 곳으로 한바탕 이동을 마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곳에 우리집을 지어야 했다. 바리바리 싸온 짐 중 가장 무거운 텐트, 요즘은 최첨단 소재로 가볍고 질긴 초경량을 자랑하지만 그 때는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아빠가 지고오신 젤 무거운 그놈으로 금새 뚝딱 근사한 집 한 채가 완성되면 우리는 좋아라 우르르 텐트 속으로 들어가고 배고픈 우리들을 위해 두분이서 식사 준비를 하셨다.

 

자가용도 없던 시절이라 버스와 배, 기차 등 대중교통를 이용하여 걷기 시작할 때부터 사춘기가 지나도록 매년 그렇게 우리가족은 집을 옮겼다.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어릴적 난 아빠가 텐트에서 생활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줄 만 알았다. 철들고 난 후에야 우리를 위해서 였다는 걸 알았다. 그땐 이미 아빠와 캠핑을 함께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아빠가 어린시절 추억으로 내게 남겨주신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늘 그렇게 하도록 남편과 노력해 오고 있다. 

 

등산, MTB, 걷기 그 중 등산을 제일 좋아한다.'캠핑폐인'의 저저는 여행과 캠핑 전문가로 '산과 사람'이라는 월간지를 통해 알고 있었다. 워낙 산을 좋아하다보니 매월 잡지 받아보는 낙이 쏠쏠하다. 당연히 저자의 캠핑사랑이 담긴 사진과 글로 싣은 포토 에세이는 책을 펼친 순간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 온게 당연한 일일 게다.. 강원도 인제와 정선에서 섬진강, 해남 땅끝까지 그리고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 우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자연의 사계를 두루 실은 이 책은 멋진 배경과 생생한 감동이 우러난 글이 함께 어우러져 친구에게 받은 엽서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기분이다. 

여행전문기자를 한 때는 몹시도 부러워 했던 적이 있었다. 그이들은 무슨 복을 가직 태어났길래 일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산과 바다, 도시, 경치 좋다고 이름난 곳들은 두루 다닐까. 저자 역시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오지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다니며 여행을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전 세계를 누비던 불태우던 열정과 방랑벽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캠핑 전문가로서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단다.

 

사람들은 하루 하루가 똑같은 일상을 잠시나마 잊기위해, 일탈을 꿈꾸듯 여행을 계획하지만 그게 직업인 저자는 우리와 같은 이유로 반복되는 여행은 일상이 되고 일로 전락해  더 이상 그의 야생본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나 보다. 결국 그는 그를 기다리는 가족품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여행은 곧 돌아옴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단다.

그가 가족과 함께 캠핑의 즐거움에 빠져 '캠핑폐인'이라는 책을 펴내게 될 정도로 캠핑 메니아가 되었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캠핑을 떠나는 이유와 즐거움을 피력하고 있다. 자연속에서  편히쉬었다가는 목적뿐아니라 캠핑은 세상으로부터 일탈과, 잃어버린 야성을 회복하는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의 시간이라 말한다.

“남자는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 깨어난다. 자신의 DNA에 숨겨져 있던 야생의 본능이 살아난다. 이 사회가 자신에게 씌운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려고 든다. 남자가 휘두르는 망치는 그를 구속하고 주눅 들게 하는 이 시대를 향한 것이다.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게 만든 잔인한 사회를 향한 시원한 돌팔매질이다. 그런 강건한 사내의 의지는 아내에게 새삼 남편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는 더 이상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다. 온종일 구들장만 지고 있는 피곤한 중년이 아니다. 음식을 타박하고, 현실을 푸념하는 쩨쩨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는 든든한 울타리처럼 보인다. 세상사의 거센 파도가 덮쳐도 능히 이겨낼 것처럼 보인다. 텐트에 실루엣으로 비친 사내를 보라. 그는 당당하다. 그는 장수처럼 우람하다. 일찍이 그렇게 늠름한 아빠를, 남편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텐트와 살림살이를 지고 고생스럽게 떠나온 집, 아빠가 가족을 위해 해마다 고생스럽지만 즐겁게 캠핑길에 오르셨듯 우리 내외도 방학이나 연휴때면 최신식 호텔이나 그림같이 예쁜 콘도도 마다하고 차가운 바닥에 텐트를 친다. 그래야만 자연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적 느끼고 보듬던 그 자연을.

굳이 야생본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한 박자 느리게 가는 시간 속으로  자연을 벗 하며 비로소 자연인임을 만끽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은 어느새 산으로 향하고 있다. 더치 오븐이 아니면 어떠리, 방금 그라인딩한 원두를 내린 커피 대신 일회용 커피라도 자연 속에서 마시면 그 어떤 비싸고 향 좋은 카피와 비교할 수 있을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말에는 가까은 산에 오랜만에 우리집을 옮겨가 볼까 한다. 그 곳에서 내 어릴적 캠핑에 관한 축억을 이제는 다커버린 아이들에게 주저리 주저리 풀려 봄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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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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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우울한 날은 서점엘 간다. 많은 책들에 파묻혀 있으면 왠지 포근하고 안전한 곳에 있는 편안함 마저 든다. 사방에 쌓인 책들이 내겐 보호막처럼 느껴지고 책에 열중한 다른이들이 상처 받은 내게 시선을 둘리도 없기에 다른 사람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사람들 틈에 서서 그제야 한 숨 돌린 내게 활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아주아주 재미나는 책이나 슬퍼서 슬퍼서 눈물 날 정도인 책을 골라 집으로 돌아 온다. 한참을 책에 몰두해 낄낄 거리거나 울다보면 내속에 주먹만한 덩어리가 쑥 내려가듯 감정의 찌꺼기도 남김없이 웃음과 눈물에 녹아 내린다. 며칠전 속상한 일이 있어 서점엘 들렀다 "밤새도록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는 어느 독자의 맨트를 보고 이 책의 노처녀 주인공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었다.

 

서른을 넘기고도 4년. 그러니까 그녀의 나이는 정확히 34살이다. 안토니아는 2년 정도 사귄 남자 친구 루카스와 함께 살고 있고 별문제는 없이 여느 오래된 연인들처럼 덤덤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차츰 '사랑해’라는 문자가‘올 때 식빵 좀 사와’라는 문자로 바뀌고, 야한 옷을 입고 남자친구를 유혹해도 그는 TV와 게임기에 빠져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녀를 생각해서 보내 준남자친구의 선물인 피트니스 센터 이용권은 ‘살 좀 빼’라는 말로 들리고, 가장 친한 친구 카타는 ‘2년 호르몬 이론'을 들이대며 남자란 동물은 연애한지 2년이 지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현재의 여자 친구와 미래를 함께할지 아니면 새로운 여자 친구를 찾아 나설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이자 그녀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환경 운동가 자비네가 옆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쯤되면 넋놓고 가만히 앉아 남자친구를 빼앗기게 될 판이다. 

 

결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전업주부로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안토니오. 전여자 친구로부터 남자 친구를 지키기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 프러포즈하게 만들 기상천외한 음모(?)를 꾸미지만 정작 남자 친구는 별 반응이 없고, 급기야는 남친과 남친의 전 여친을 감시하기위해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의 모임에 참석하여 동물의 대량 사육을 반대하는 집회, 라인 강의 댐 공사 반대 집회, 일본의 고래잡이 반대 캠페인 등에 참석하고 공원 청소에도 나서보지만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가고 그녀는 집을 나오고 마는데... 과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보나마나 뻔한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누구나가 공감할수 있는 30대 싱글 여성의 심리 묘사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 사랑하는 둘의 사이를 보며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다.

 

오래사귄 남자친구가 아직도 프로포즈를 안했다면 자신에게 더이상 관심이 없는건지, 사랑이 시들해 졌는지,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의심이 고개를 들 것이고 반대로 덜컥 남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한다면 지금껏 누려왔던 자유를 포기하고 안착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래저래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운 주인공 안토니아의 고민은 30대 미혼 여성이 갖고 있는 딜레마가 아닐까 한다. 

 

“결혼은 따분해. 전업주부로 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그런데 왜!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거야! 그렇다고 왜 나한테 프로포즈 않하냐고"

주인공의 이말 한 마디에 따분한 결혼을 원하진 않지만 혼자 남겨지는게 두려운 현대의 싱글 여성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웃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끊잉없는 안토니아의 엽기행각에 낄낄 거리고, 영화속 '엽기적인 그녀'의 여자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큭큭거리며 혼자 웃다보니 어느새 기분이 좀 풀렸다. 책이 위안을 주고 마음을 다독여 준다는 말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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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은 없다 -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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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다고 사랑은 허상에 불과하며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고 현실에서는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거참없이 우리가 지닌 사랑의 달콤한 환상을 깨뜨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였다면 이같은 주장에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의 질투정도로 여기며 코웃치며 부정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랑을 믿는 다고 이야기 할 것이고 다투거나 헤어진 연인들이나 오래된 결혼한 부부들의  대다수는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오랜 세월 함깨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랑이 아니라 자녀나 정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정말 사랑은 없는 것일까?  우리의 생각속에서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하단 말인가. 사랑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삶을 행복하게 하고 풍요롭게 할까? 



사랑이라 부르는 온갖 형태의 정의를 부르짖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단 한 순간도 사랑이 없는 세상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조차 해 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사랑의 부재야말로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라 말한다. 모두가 그냥 가슴속에 사랑을 느낄뿐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감정이 사랑이라는데 누가 의의를 제기하겠는가. 사랑은 수세기에 걸쳐 신화화 되고 찬양되어 왔으며  사랑을 꿈꾸며 사랑의 시를 읊조린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저자는 사랑은 없다고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주장을 펼치며, 우리에게 과연 사랑이 존재하느냐고 누구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과감히 던진다.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분석하고 학문적으로 파해치고 분해하고 연구해 보고 분명한 연구 결과를 눈앞에 제시하며  연구에 따르면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거나 매우 미미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하다

 “그대들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

과학적 데이타 앞에 늘 우리는 주늑들고 자신감을 상실하곤 한다. 과연 이이의 주장이 맞는단 말인가.


결혼을 통해 우리는 진정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마치 운명처럼.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교회나 국가가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제도이며 우리가 이를 무조건 믿고 따르도록 기만하고 부추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은 사회적 관습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한 사람하고만 살아야 하는 것 역시 부당한 처사이며 우리는 한 번 사랑에 빠질지라도 그 사랑에 책임져야하는 운명의 노예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일처제 역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제도이며 지구상에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엄연히 존제하며 그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지구상에 남기고자 하는 생존본능일 뿐이라고 자연의 법칙은 사랑 따위에는 애당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 사랑의 배신으로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라고 쓴 책이 아닐까하는 의심조차 들게 만든다.  

 

어떤 이들에게 사랑은 목숨과도 바꿀 만큼 소중한 감정이고 다른이들에게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음식보다 못한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토록 상반된 감정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통계들을 들이대며 주장 할 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평생을 함께 할 약속을 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무리 종교나 사회가 만들어놓은 덫일지라도 사랑은 여전히 삶의 목적이 될수 있고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하는 원동력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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