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 여섯 개의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
테드 코노버 지음, 박혜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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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길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접하게 된다. 길을 따라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때론 승리와 영광의 길이기도 하고, 때론 좌절을 맛보기도 하며 생존과 자신의 이윤을 위한 숫한 싸움의 승패를 함께 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섯개의 서로 다른 도로를 통해 길의 힘과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길과 도로는 이동하고 연결을 맺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부자들이 모여사는 맨하탄의 모퉁이에서 시작된 욕망의 길은 부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치품이 될 마호가니 가구의 재료를 따라 마호가니 화물의 여정을 추적해가다 페루 정글의 불법 벌채 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호가니는 물량이 한정된 관계로 공급량은 줄고 있는 반면 수효는 늘어 귀해졌다. 다른 희소 천연자원들처럼, 마호가니 역시 길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의 숲에서 벌목 되어져 도로를 통해 고급 저택이 즐비한 도시로 운반되어 진다. 자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먼 거리'라는 요소가 원주민들을 보호했지만 지금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갈등 하에 직면한 원주민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번영과 욕망의 두 얼굴을 가진 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길은 수백 년 동안 잔스카르 사람들이 히말라야 산맥의 꽁꽁 언 40마일의 수면 위 길 차다르를 통과하여 고립된 마을을 벗어나 바깥세상을 접하는 길이다. 전통적인 얼음길을 잔스카르 사람들은 자유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안고 건넌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긴 이별을 한다. 설사 다시는 자녀의 얼굴을 보지 못할 지라도 이 길을 통해 지금 떠나는 십대들은 당장의 성공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걸 배울거라 여긴다. 그들에겐 단지 변화가 일어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할 뿐이다. 때로는 한 두 세대가 걸릴지라도.

저자는 동아프리카에서 화물차 운전자들과 함께 이동하며 몇 주 동안 아내도 없이 긴 여행을 해야 하는 운전자들이 대개는 도로변 여관 같은 곳에서 투숙하며, 음식과 술을 파는 여자들과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질병에 무방비 상태인 이들 여성과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정치와 그 곳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증오의 길, 웨스트뱅크에서는 이스라엘 군 검문소가 있는 고속도로를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통과하며 검문소에서 일상적으로 당하는 모욕과 반감을 피부로 느껴보고, 반대로 팔레스타인들의 테러를 막기위한 자구책으로 검색을 강화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의 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둘러싼 중국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꾸준히 증가 추세인 자동차와 환경오염 문제를 살펴보며 저자는 미국의 과거를 떠올려 본다.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라고스와 나이지리아의 고속도로위를 달리며 그곳을 지나 다니는 화물차들이 도로위에 떨어드린 물품들로 생활하는 구역아이들과 부정부패가 만연한 혼돈의 도시를 살펴보며 길이 갖는 양면을 들여다 본다. 발전과 번영으로 치닫는 진보의 길 한 쪽 끝에서 만난 또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막힘 없이 뚫린 도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을 이끌지만 한편으론 세상을 구속하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장벽이자 또다른 침범자일 뿐, 길은 사람들의 삶마저 변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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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을 입은 원시인 -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 논리
행크 데이비스 지음, 김소희 옮김 / 지와사랑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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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 만든 최첨단 기기인 아이팟, 무선 인터넷,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며 웹에서 음악과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구글을 사용해 숙제를 한다. 하지만  어려운일 앞에서는 신을 칮고 일이 잘 안풀리거나 결과가 궁금한 일이 셍기면 점집을 찾아 운을 점처 보거나. 조간 신문 점성 칼럼을 찿는 걸 보면 여전히 종교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우주에 탐사선을 보내고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며 사회는 미래를 향해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반면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원시적 사고방식으로 자동 설정되어 있기에 현대의 하드웨어가 오작동랄 때 우리는 여전히 영적인 설명을 찾게 되고 디지털 기기와 아이팟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과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진화심리학자이자 대중문화 평론가인 저자는 현대인을 '양복을 입은 원시인'이라 칭하며 인간의 진화를 추적하여 인간의 유전자와 그 유전자 안에 깊이 박힌 믿음 체계를 분석하여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비이성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아직도‘원시인'의 유전자가 존재하며 오래된 빙하기인 원시 인류가 살았던 홍적세로 거슬러 올라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위험요소를 찾아냄으로써 생존을 강화했던, 즉 홍적세 조상들의 두뇌와 현대인의 뇌구조는 여전히 같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안전’ 유전자를 남겨주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이러한 생존 도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무슨 일에서든 ‘인과관계와 패턴을 찾으려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인간이 원시 인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며. 그런 유전자로 인해 현대인의 미신과 비이성, 종교를 설명한다. 우리는 종교, 믿음과 의식에 잘 빠지는 종이며, 만일 종교가 사람들에게 온기를 주고 평화와 형제애로 우리를 다스리는 것이라면, 축복해야 마땅하나 고귀란 목적에 도 불구하고 종교의 사회적, 조직적 행동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집단간의 증오가 몇몇 극단주의자들이나 튿정한 나쁜 종교탓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집단의 결속을 위해 예로부터 많이 이용되던 방법으로 이런 본성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홍적세 성향을 넘어설 때까지 문화, 종교 간의 갈등과 유혈사태를 계속 부출킬 것이라 말한다.

 

특히. 저자는 우익 종교집단의 정치적 참여로 인해 미국 사회가 종교와 비이성에 잠식되어가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일반 대중과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들조차 심령현상과 UFO·외계인·유령·음모론에 집착하는 모습과 대부분의 학생들과 지도자들이 진화론보다 창조론을 믿으며, 여전히 성경 속에서 인간의 기원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학생들이 진화론을 배울 기회조차 상실할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키며 위기에 빠진 미국의 과학교육을 걱정하고 있다. 

 

저자는 영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현대를 중세 암흑시대로 만들고 있으며, 첨단 과학은 점점 더 폭력적인 무기를 생산해내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인종, 민족, 성적 정체성, 직업 같은 것으로 정치, 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성향을 이용해 인간을 집단적인 폭력으로 이끈다. 정말로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는 아직까지도 원시인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걸까? 저자는 자신의 믿음에 관한 한 원시인과 다름없는 비논리적인 성향을 보이는 '양복 입은 원시인’들이 첨단 기술과 만나 어떤 파괴를 일으킬지를 우려하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 올바른 과학 교육, 사회의 변화, 개개인의 강한 의지라고 말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할 것을 이 책을 통해 당부한다.

 

우리의 짧은 수명에 비춰 볼 때 죽음이 생의 마지막이며 그후엔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창조론 자체를 부정하는 저자의 주장에 수궁이 가는 부분이 있는 반면 아무리해도 양복입은 원시인이 그려지지 않는다. 여전히 창조론과 진화론의 양측 주장과 종교에 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시 논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리처드 도킨스, 빅터 스텐저, 칼 세이건과 같은 석학을 비롯하여 많은 지성인들 사이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종교가 비난으로 부터 면죄받는 것을 경계하고 미신에서 벗어나 이성으로의 인식의 변화에 앞장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인의 심리 속에 담긴 비이성적인 사고를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 본 위트와 통찰력 있는 읽어 볼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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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의 기술
하타무라 요타로 지음, 황소연 옮김 / 가디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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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근 각종 자격증에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다양한 스펙 쌓기에 열과 성을 다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늘구멍같은 취업 문을 통과했다고 결코 끝이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지 못함은 뒤쳐지는 것이기에 취업 후에도 여전히 자기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며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렇게 노력해서 얻은 지식들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아무리 고스펙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실전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갈고 닦은 지식은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공학자인 하타무라는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도 필요한 순간에 써먹지 못한다면 죽은 지식'이라고 말한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며, 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은 과거 경험으로 이미 뇌에 입력된 모델과 비슷한 사실이나 현상을 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두뇌 템플릿들을 잘 구축한 사람은 전혀 새로운 문제 상황에 맞닥뜨려도 스스로 새로운 템플릿으로 가공해 해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뇌가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지 메커니즘만 알면 한 가지를 알아도 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지식은 양이 아니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능력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안다는 것의 기술’은 하타무라 교수 자신이 30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실생활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며 그는 이책에서 두뇌 템플릿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지식의 두뇌 인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3장에 걸쳐 지식의 메커니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두뇌가 어떻게 지식을 인식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2장에서는 단순 암기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마지막 3장에서는 이미 아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법과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는 법을 제시하며 앎을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에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지식을 스스로 조절, 변형시켜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 메커니즘’을 소개함으로써 단순한 얕은 지식이 아니라 활용가능한 수준의 깊이있는 지식 습득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실험결과를 통해 일본의 일류대인 도쿄대 학생들 중에서도 입시 학습에 길들여진 암기형 수재들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우리의 입시제도가 안고있는 문제점과도 일맥상통하며 교육과정의 오류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이며 일류대를 나온 수재들이 기업에 취업하여 막상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실무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기도 하다. 주어진 정리나 공식만 달달 외운 학생들은 실제 사회생활을 할 때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함은 당연한 결과일게다. 단순히 암기를 잘하는 것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현대사회는 암기형 수재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스스로 찾고, 알기 위해 고민하는 ‘능동적 사고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저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업무 과정 자체가 매뉴얼화돼 있어 능률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며  이것이 바로 단축 사고 또는 직관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관이 발달된 사람들은 창의적이며, 업무 효율이 높은 능동적 인재라고 말한다. 하나의 지식을 더디더라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며 옳바로 알고 있는 하나의 지식은 열 가지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훈련은 학원을 다니거나 특별 과외를 통해 얻을 수도 없으며 일상의 습관처럼 몸에 베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직관’이 생기게 되고 단축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앎의 기술은 거창한 것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몸에 벨 정도로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자 대신 팔이나 다리를 이용해 거리, 공간을 측정하는 정량화 연습,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리 가설을 세우고 복잡한 문제는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문제 그려보기, 문자나 그림 등을 적극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말기, 듣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평가하기. 발로 뛰어 오감으로 정보 수집하기, 늘 메모하는 습관, 거꾸로 생각하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이런 습관들을 통해 이미 아는 지식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몸에 익힐 수 있단다. 간단하고도 실용적인 ‘안다는 것의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실시간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빠른시간 내에 얻고 음악과 영화를 다운로드하며 첨단장비의 급증으로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현대사회에서 도태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좀더 알기 쉽고 빠르게를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기계에 의존하게 되고 경험이 무시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되었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두뇌 템플릿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게 구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순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직관이야 말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만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진정 아는 것인지 '앎'에 대해 새로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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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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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유행을 타는지 최근 강남 압구정을 배경으로한 선택받은 자들의 향락문화 즉, 오렌지문화라 일컷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심심잖게 활자화 되고 있다. 이젠 공공연히 드러내 말할 때도 되었다고 여겨지는 건지, 사람들의 생각이 너그러워지고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도 하지 않을만큼 무뎌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생활고에 못이겨 실연의 아픔으로, 때론 정신적 우울증으로 자실하는 일들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명 연애인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아닌바에야 활자화되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도 못한다. 

 

'압구정 소년들'은 소설의 제목과도 같이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서연희라는 유명 여배우의 자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자살 소식을 듣고 압구정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속속 그녀의 빈소를 찾는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압구정 소년들’이란 이름으로 결성된 스쿨밴드는 네 명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주축으로 결성되었으며 음악은 그들에게 출세를 담보로한 무한경쟁과 강남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하다. 일명 90년대 강남 키드들의 고민과 갈등, 독특한 교육환경과 그들 나름의 사춘기를 보내며 어른으로 성장는 과정을 영화의 한장면처럼 빠른 전개 방식으로 풀어낸다. 

 

모자란 것이 없는 완벽한 박대웅, 그는 그룹의 리더로 학창시절부터 공부는 물론이고 훤칠한 인물로 인근 학교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는 킹카다. 반면 하이틴 모델로 시작해 가수로 데뷰하여 영화배우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서연희는 퀸카로 박대웅과는 가까운 사이다. 강남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 강남 키드가 된 현우주는 우연한 기회로 이들 그룹에 합류한다. 남몰래 서연희를 짝사랑하던 그에게 박대웅은 넘을 수 없는 큰산과도 같다. 늘 자신보다 한발 앞선 곳에 있는 그를 부러움반 질투반으로 체념하던 현우는 가슴에 품은 그녀를 잊기로 한다.

 

그들의 성장과 사랑, 밴드활동이 과거의 잃어버린 꿈과 젊음에 대한 회상이라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가 된 박대웅과 유명 여배우로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던중 박대웅과 결혼한 후 은퇴를 선언한 서연희, 그녀의 뜻하지않은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자하는 기자의 평범한 삶을 선택한 현우주가 소설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며 현재의 모습을 다룬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연희가 무슨 연유로 갑자기 자살하게 되었으며 그것도 고소공포증이 있던 그녀가 한강다리위에서 투신자살하게 되었는지, 현우주는 그녀의 죽음에 의혹을 갖고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가 서연희를 둘러싼 의문은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고, 박대웅, 서연히의 숨겨진 과거와 비밀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인물을 알게 된다. 그남자를 따라 캐나다까지 날아간 숨막히는 추적이 시작되고. 마침내 진실과 맞딱뜨리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묘히 교차시키며 빠른 전개와 스릴은 읽는 재미를 한층 고조시킨다. 다소 진부한 연애계의 스토리와 특정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점이 이이야의 흠이라면,  고교와 대학시절에 밴드 활동을 했고, 현직 라디오 PD기도한 작가의 화려한 약력에 걸맞게 락이나 히팝 등장를 불문한 작가의 풍부한 음악적 지식은 장점이자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그의 해박한 지식이 드러나는 음반 설명과 음악애 관한 남다른 사랑이 돋보인다.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연예계의 이면과 거대한 엔터태인먼트 기업의 부조리와 접대문화는 한국연예사업의 어두운 모습과 성공과 출세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쇼는 계속되어야 해.
가슴이 찢어지고 분장이 지워져도 내 미소는 남아 있을 거야.
나는 주인공이 될 거야. 나는 찬사를 받을 거야.
쇼는 계속되어야 해.”

퀸의 노랫말 가사처럼 인생은 쇼가 아닐까.  

작가 역시 같은 연예계에 몸담고 있기에 이런유의 작품을 쓰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생각에 걸맞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특이한 이 책의 표제그림은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샤갈의 작품'도시 위에서' 란다. 샤갈은 신혼부부의 달콤한 단꿈을 표현했지만 서연희와의 이루지 못한 주인공의 짝사랑과 질투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지세던 밤이 오버랩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슬픔이 침잠된 서늘한 박대웅의 목소리가 귀가에 맴돌아 가슴 저릿해져온다.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 들리니? 소리가 너무 크면 들리지 않아. 슬픔도 마찬가지야. 슬픔이 너무 크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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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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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메리칸'의 주인공 조지크루니의 매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소설을 읽어 볼 생각은 하지않았을 것이다. 스릴러 영화와 갱스터 영화를 즐겨보긴 하지만 굳이 소설로 찾아읽는 열혈팬은 아니기에 표지의 조지클루니 모습에 그가 출연한 영화의 원작임을 알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암살용 총기제작 기술자인 주인공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탈리아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산간마을에 머물며 나비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시뇨르 파르팔라' , '미스터 버터플라이'라 부르며 그가 나비를 그리는 화가로 알고있다. 친절하고 순박한 마을사람들은 그를 친구로 대해주고 그는 이곳의 평범한 일상과 말이 통하는 유일한 마을 신부님이 점점 좋아진다. 그는 마지막 작업을 끝으로 은퇴해 평화롭고 한적한 이마을에서 남은 여생을 이웃 사람들과 그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와 보내고 싶어진다. 한가로이 이탈리아의 햇볕을 즐기며 조용히 사는 것도 좋으리란 그의 희망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그는 이 정체를 알수 없는 남자를  '그림자거주자'라 부른다. 그의 생명과 꿈꿔왔던 소망을 무참히 짓밟고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그림자거주자'와의 한판 대결은 피할수 없게 되었다. 그가 죽던지, 그림자거주자가 사라지던지.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총기제작자로 한치의 실수도 용납치 않는 치밀함과 냉철하고 계산된 그의 딱딱한 태도 뒤에 실은 섬세하고 서정적이고 지적인 모습이 감춰져 있다. 그나름의 삶의 철학을 갖고 있으며, 도덕과 규범을 자신만의 잣대로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자신을 죽음을 인도하는 장인이며, 죽음의 예술가라 칭하며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틀어 놓고 작업한다. 숨막히는 긴장감과 소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중화시키려는 그만의 기발하고도 낭만적인 방법이다. 깨끗하고 신속, 정확하게 상대방을 죽이는 행위, 암살이야말로 역사를 바꾸는 길임을 피력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와 선을 비웃으며 역사의 거짓과 삶과 죽음, 인류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있다.

 

명분이야 어찌됐든 암살 전문가용 총기를 제작하는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불법으로 받은 돈을 가난한 애인에게 주는 것도 결코 나안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건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자거주자'와 쫒고 쫒기는 팽팽한 긴장감과 

전편에 흐르는 서정적이고 아름답기까지한 의식의 흐름과 장면의 묘사는 단연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이라 하겠다. 비록 문학성이 다소 떨어질 지라도 충분히 재밌고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우아한 스릴러'란 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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